올 추석도 함께한 우리는 ‘가좍’…성소수자가 전한 가족사진

정인선 기자 2025. 10. 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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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함께 산 동성 연인의 존재를 부모님께 알리지 못한 단단(33·활동명)에게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명절은 늘 "반쪽 같은 느낌"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가 꾸린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이 추석 명절을 맞아 3일부터 9일까지 성소수자·앨라이(연대자)들의 가족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한가위 가좍사진 대잔치'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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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결혼, ‘한가위 가좍사진 대잔치’
우지양(왼쪽)씨와 나오히로씨 커플이 ‘남성과 남성 간의 결혼’을 뜻하는 수어를 손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조병욱

6년째 함께 산 동성 연인의 존재를 부모님께 알리지 못한 단단(33·활동명)에게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명절은 늘 “반쪽 같은 느낌”이다. 단단은 한겨레에 “남동생이 1년 정도 만난 연인과 이번 달에 결혼한다”며 “나는 애인과 훨씬 오랜 기간 깊은 관계를 맺고 약혼도 했지만, 부모님께는 ‘룸메이트’라고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명절이 되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단단은 올 추석 각자 원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와 연인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순간을 사진에 담아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명절은 서로가 있는 우리 집에서 보내는 게 제일 좋지. #혼인평등추석 #모두의 한가위”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가 꾸린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이 추석 명절을 맞아 3일부터 9일까지 성소수자·앨라이(연대자)들의 가족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한가위 가좍사진 대잔치’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가좍’은 정상성을 강조한 가족 개념이 성소수자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가족’을 비튼 표현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가좍’들은 9일 한겨레에 한층 더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명절, 다양한 가족이 느끼는 다채로운 온기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박지아(왼쪽), 손문숙씨 부부가 지난 4일 인천에 있는 문숙씨 어머니와 함께 전을 부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렸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함께 산 지 8년째인 동성 부부 박지아(32)·손문숙(49)씨는 추석 하루 전인 4일 인천에 있는 문숙씨 어머니 댁을 찾아 함께 전을 부치며 찍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결혼한 남동생이 둘이라는 문숙씨는 “며느리들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고 명절이면 우리 부부가 미리 어머니 댁을 찾아 함께 전을 부친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둘이 함께 사는 집에 방문조차 끊었던 엄마도 이제 먼저 지아의 안부를 묻습니다. 점차 관계가 확장되는 거예요. 서로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우지양(35)씨도 일본 국적인 동성연인 나오히로씨와 지난 8월 찍은 가족사진 두 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성소수자이자 농인인 두 사람이 각각 ‘한국’, ‘일본’을 수어로 표현한 사진과, ‘남성과 남성의 결혼’을 수어로 표현한 사진이다. 지양씨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함께 살기로 하고, 8개월 동안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법과 제도의 벽에 막혀 일본에서 함께 살기를 포기하고 나만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서로 일상과 삶을 지키고, 존중하며 함께 존재하는 우리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 중 하나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딩그라미(활동명)씨 부부가 지난 2일 호주 시드니에서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웨딩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캠페인을 통해 새로 ‘가족됨’을 알린 이도 있다. ‘40대 초반, 30대 후반 커플’이라고 소개한 딩그라미(활동명) 부부는 “지난 2일 호주 시드니에서 결혼했다”는 소식을 웨딩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알렸다. 여성 동성 부부인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최근 국외에서 네 명만 참석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축하도 받고 싶고, 다양한 결혼을 지지하는 마음을 알리고도 싶어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서로 믿음과 끈끈한 정이 있다면 가족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도 동성혼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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