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피폭 사고 “책임 통감” 한다더니…수사 의뢰 막으려 했다

남지현 기자 2025. 10. 9. 18: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앞세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수사 의뢰를 막으려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안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18일 원안위에 '수사의뢰 검토 관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피폭 사고에 대한 수사 의뢰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원 둘 방사선 노출 심한 화상
김앤장 앞세워 원안위에 공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앞세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수사 의뢰를 막으려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안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18일 원안위에 ‘수사의뢰 검토 관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피폭 사고에 대한 수사 의뢰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공문을 작성한 삼성전자 쪽 법률대리인은 김앤장이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는 직원 2명이 설비 정비 작업 중 방사선에 노출돼 손가락 등에 심한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안위는 넉달에 걸친 조사 끝에 사고 원인을 회사의 방사선 안전관리 부실로 결론 내렸다. 이후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전자의 공문은 원안위의 검찰 수사 의뢰 한달 전에 발송됐다. 특히 이 시점은 윤태영 삼성전자 부사장(최고안전책임자)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걸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 지 불과 8일이 지난 때다. 한민수 의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책임을 통감한다’더니 뒤에선 원안위 수사 의뢰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낸 공문 서두 갈무리. 한민수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낸 공문 내용 중 일부 갈무리. 한민수 의원실 제공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공문에는 이 피폭 사고에 대해 “범죄 혐의 사실이 인정되거나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 의뢰를 할 만한 필요성이 충분히 구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원안위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안전장치 오작동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사 의뢰를 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나아가 원안위 같은 행정청이 수사 의뢰를 할 때는 특별한 법적 요건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수긍하면서도, 범죄 혐의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수사 의뢰해야 한다는 일부 개별법상 문구를 내세워 이런 주장을 폈다.

수사가 사업에 미칠 악영향도 거론했다. 삼성전자는 공문에서 “비전문기관인 일반 수사기관에 법 위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수사 의뢰하면 경영 활동 및 국내외 거래 관계상 신뢰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삼성전자의 이런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보려 외부 법률전문 기관 두 곳에서 법률 검토를 받은 뒤에야 수원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용인 동부경찰서는 지난 7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원안위가 수사 의뢰를 한 지 8개월 만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 사고를 중대재해 사고로 간주하고 지난해 11월 수사에 착수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중대재해 사고 미보고를 이유로 부과한 과태료는 법정 분쟁 끝에 지난달 취소됐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