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돌 한글날’ 행사 줄이고 연휴에 묻히고···한글도시 무색
중구만 지원 외솔기념관서 단 하루
지역 공모전·체험 행사 등 참여율↓
외솔 최현배 고향 불구 분위기 저조
"도시 핵심 문화자산으로 활용을"

579돌 한글날(10월 9일)을 보내면서 '한글도시, 울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긴 추석 연휴 탓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주요 한글 관련 행사와 사업들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울산시가 한글문화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마스터플랜 수립과 함께 중구 외솔기념관을 문체부 인증 공립박물관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밝혔다.
또 중구 원도심을 한글문화지구로 지정하고, 사이버 한글학당 운영과 문화콘텐츠 개발 등 한글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비전은 구호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울산시가 매년 지원하던 '외솔한글한마당'행사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울산 중구 예산(7,700만원)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행사는 울산 중구 병영 외솔기념관 일원에서 단 하루만 진행되고, 올해는 한글날에서 열흘이나 지난 이달 19일에 열린다.
울산 중구 또한 지난 2021년 5월 전국 최초로 '한글도시 중구'를 선포했지만, 한글과 관련한 실질적 사업발굴이나 신규사업들이 주춤해지고 있다.
울산대학교 국어문화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세종대왕께 손편지 쓰기'와 '사행시 공모전'을 진행 중이지만, 추석 연휴 전까지 응모율은 저조했다. 한글날을 전후로 외솔기념관과 외솔 생가터에서는 토요일마다 한글 주머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참여 규모는 제한적이다.
반면 다른 지역들은 한글의 가치와 문화적 상징을 도시 정체성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온 세종에 한글'을 주제로 올해 9월부터 한 달 넘게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 중이다.
2025 한글 프레비엔날레와 한글문화특별기획전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이 한글의 역사와 미래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했고, 한글런(마라톤), 한글 상품 박람회, 어린이 한글대왕 선발대회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한글문화산업 육성과 연계한 지역 콘텐츠 기업의 참여로 '한글=세종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여주시 역시 세종대왕릉을 중심으로 한글휘호대회, 한글 그래피티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세종대왕의 정신을 지역문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한 지역 문학인은 "울산은 외솔 선생의 고향이자, 한글의 정신적 뿌리를 가진 도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한글도시의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라며 "세종시·여주시처럼 한글을 도시의 핵심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국어 관련단체 관계자는 "한글은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외솔 선생의 뜻을 계승하려면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라며 "울산이 다시 한글의 도시로 불릴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의지와 시민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