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아베노믹스 재가동…날개단 日증시·밀리는 엔화
엔화 가치 달러당 154엔까지 내려앉아
"당시와 환경 달라"…재정 악화 초래 우려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사실상 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선출되면서 일본 증시가 치솟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그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대표적인 정책인 아베노믹스(금융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 계승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과거와 다른 금리 환경, 인플레이션 압박 등으로 인해 아베노믹스가 돌아온다면 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닛케이지수 연내 5만선 전망도 등장
9일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7% 오른 4만8580.44에서 마무리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장중 닛케이지수는 한때 4만8597.08선을 터치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9/Edaily/20251009185255327kpyz.jpg)
여기에 더해 ‘다카이치 트레이드’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지수는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 직후인 6일 하루에만 4.75%가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 닛케이지수는 이달 들어 8% 넘게 올랐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일찌감치 금융완화 정책을 공언한 영향이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에도 다카이치 총재가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닛케이지수가 강세를 보였다.

엔화 가치는 하락…“당분간 155엔 예상”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달 초에만 해도 달러당 146엔대였지만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3엔 초반까지 치솟았다.(엔화 가치 하락) 이는 지난 2월 이후 약 8개월만에 최저치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저 현상이 급격히 진행된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재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 지출 확대 전망,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 등으로 외환시장에서 엔 매도·달러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채권 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7%대에 근접하면서 2008년 9월 리먼 쇼크 직전 수준을 기록했다. 미·일 장기 금리 차는 최근 급격히 축소됐는데, 통상적으로 이는 엔화 매수·달러 매도 요인이나 다카이치 총재 선출로 금리 차 축소에도 불구하고 엔저·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달러·엔 환율이 155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오조라은행의 모로가 아키라 최고시장전략가는 “당분간 달러당 155엔 정도가 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 그대로 재가동시 초인플레 초래”
일각에선 아베노믹스 정책이 펼쳐졌던 아베 전 총리 2차 내각 출범 당시(2012~2020)와 현재 금융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 재가동은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는 초저금리·디플레 환경이었으나 현재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탈출했으며 2022년 이후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를 상회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의 아타고 노부야스 소장은 “아베노믹스와 같은 처방을 현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재가 ‘물가 상승 대책에 힘쓰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실에 맞는 정책 수정이 중요하며 새 정권은 이 부분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정 리스크에 민감한 초장기 금리가 상승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BOJ의 금리 인상 전망을 근거로 엔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이들은 궁지에 물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세력을 의미하는 비상업 부문의 엔 매수 포지션 규모는 9월 23일 기준 17만 계약을 넘어서며 역사적 고점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다카이치의 총재 선출을 계기로 엔 롱(매수) 포지션 청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엔화 가치를 달러당 160엔까지 끌어내렸던 엔 캐리 트레이드(엔 저금리로 차입해 달러 등 고금리 통화에 투자)가 사실상 재점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날 일본 매체들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할 임시국회가 이달 하순에나 열린다고 보도했다. 임시국회 소집은 당초 15일로 예상됐으나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간 연립 구성 합의가 늦어져 20일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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