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다시 보는 소중한 지역어
한글날을 맞아 '사투리'를 살펴볼까 합니다. 사투리는 어느 지역에서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지역어, 방언, 토속어, 토박이말 등으로도 표현합니다.
한글날에 무슨 사투리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마치 표준어라는 개념 탓에 사투리를 틀린 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투리는 틀린 말이 아니라 한국어의 소중한 언어 자산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특별전이 '사투리는 못 참지' 였습니다. 여기 쓰인 전시 설명을 볼게요.
"우리들이 쓰는 말은 나고 자란 지역, 세대, 성별, 속한 집단 등에 따라 공통성을 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방언'이라고 합니다.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방언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언어적 자산입니다."
연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지역 방언(사투리)은 크게 '중부 방언(서울, 경기, 인천, 충청, 영흥 이남의 함경)', '동남 방언(경상, 강원 영동)', '동북 방언(정평 이북의 함경)', '서남 방언(전라)', '서북 방언(평안, 황해)', '제주 방언(제주)'의 6개 방언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조선어'나 중앙아시아의 '고려말' 또한 넓은 범위에서 한국어의 방언으로 봅니다. 당연히 서울 사투리도 있습니다.
창원시가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달 '토박이말 알리기 대회'란 걸 진행했습니다. 시민 대상 지역어 발굴 행사입니다. 사투리 문장이나 단어를 정해서 캘리그라피로 써서 제출하는 건데요. 심사를 창원시 국어진흥위원회가 했습니다.
접수된 작품을 살펴보니 '맞네, 이런 말이 있었네' 싶은 것도 있고, '이런 말도 있었어' 하는 것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짜달시리' 혹은 '짜다리'는 표준어 '그다지', '별로'와 같은 의미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별로 잘한 것도 없다", "그다지 좋은 것도 없다"와 같이 사용됩니다.
"짜달시리 안 묵고 싶다." (합천)
"짜달시리 한 일도 없는데 하루해가 다 가삐있네." (영화 <똥개>)
"짜달시리 좋은 것도 없지만 큰사우가 기중 낫다." (경북)
"짜다라 돈 씬 데도 없는데 통장에 돈이 다 오데갔노."
단디
'단디' 잘, 꼭, 조심스럽게란 뜻입니다.
"단디 오다싸라."
이는 겨울에 옷 입을 때 하는 말, 짐 쌀 때 하는 말입니다. '오다싸라' 말고 '짜매라'란 말도 있죠. '단디 짜매라'하면 단단하게 묶으라는 뜻입니다.
NC다이노스 캐릭터 중 하나가 단디죠. 알로사우루스란 공룡을 원형으로 한다고 합니다.
단디 알아들었죠?

이건 아마 젊은 친구들은 못 알아 들을 것 같아요.
"정지에 가가 정구지 지짐이 지지가 지렁도 챙기가 후딱 내 와라카이"
정지는 부엌이고, 정구지는 부추, 지렁은 간장을 말합니다. 이건 요즘에 안 쓰는 말들이죠. 정지라고 부를만한 부엌이 거의 사라진 탓도 있을 겁니다. 정구지는 그나마 알아들을 것 같고요.

"엉가, 퍼떡 일바키도라"
'엉가'는 언니, 형. 손아래 자매나 형제가 손위 자매나 형제를 이르거나 부를 때 쓰는 말입니다. '일바키도라'는 일으켜 달라는 뜻이고요.

"저 산만디를 전자서 싸라!"
군대 있을 때 선임이 한 말입니다. 경상도에서 태어난 저도 이걸 이해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산꼭대기를 겨냥해서 쏘라는 말이죠. '산만디'는 산마루, 산꼭대기를 말합니다. '전자서'는 겨누어서란 뜻입니다.
비슷하게 "저 만디를 전자서 싸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어릴 적 반찬 투정을 하면 "물게 쌔빗는갑다, 고마 무라!" 하고 엄마가 말하죠.


비슷하게 '수두룩하다, 천지삐까리' 등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가 많습니다. 특히 천지삐까리는 개수와 함께 범위까지 넓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어를 보면 '천지'와 '삐까리'로 구성됐고요. 천지는 한자 하늘 땅을 말하고, 삐까리는 '볏가리' 볏단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천지(온 들판) 사방에 볏가리(볏단)가 흔하게 널려 있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사투인지 좀 애매한데요

'깔롱쟁이, 깔롱지다' 이건 많이들 아실 것 같네요.
깔롱쟁이는 '멋쟁이'란 뜻이고, 깔롱지다는 옷매무새 등을 신경 쓰며 멋을 부린다는 말입니다.
"아이고, 가 진짜 깔롱진다. 그래 금마 완전 깔롱쟁이지"


예쁜 말도 있어요.
소꿉놀이를 뜻하는 '반두깨미' 혹은 '동두깨비'란 말도 있고요.
'앵고'란 말은 고양이의 경남 사투리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갈비'. 이는 땅에 떨어진 솔잎들을 말하죠. 옛날에는 산에 있는 갈비 긁어서 불쏘시개로 많이 썼습니다.
/이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