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 못하는 달러 탈출"…금·코인·주식 동시에 뛰는 '에브리싱 랠리'

빈난새/최만수 2025. 10. 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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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脫화폐 거래'
각국이 막대한 부채 떠안으면서
통화가치 하락 대비한 투자 확산
금·비트코인·S&P '사상 최고가'
비트코인 목표가 줄상향한 월가
"아직 덜 올랐다, 18만달러 갈 것"
美·유럽 투자자도 금 ETF 베팅

“각국 정부가 부채를 인플레이션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를 시장이 파악하기 시작했다. 자산 버블이 계속 커질 수 있다.”(헤지펀드 원리버애셋매니지먼트 창업자 에릭 피터스)

금값과 비트코인 가격이 동시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S&P500 등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를 비롯해 일본, 한국 등 주요국 주가지수도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안 오르는 자산을 찾기 어려운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달러, 일본 엔 등 주요국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으로 몰리는 ‘탈(脫)화폐 거래(debasement trade)’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값 4000달러대 안착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4070.5달러로, 전날보다 1.7% 올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4000달러대에 안착한 것이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도 12만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9월 말 저점인 10만9000달러에서 10% 이상 올랐다.

뉴욕증시는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지속과 ‘인공지능(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1975년 이후 금값과 S&P500지수가 같은 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차기 총리로 공격적 재정 정책을 중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유력해지면서 신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통상 시장에선 안전 자산인 금이 오를 때 위험 자산인 주식과 가상자산 등은 떨어지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과 금, 비트코인이 모두 함께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주요국의 부채 증가에 따른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용어를 처음 쓴 투자은행 JP모간은 “앞으로도 이 같은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도한 부채를 진 정부들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화폐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시장과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실질 구매력으로 따진 달러 가치는 2000년 대비 53%로 반토막 났다.

 ◇씨티 “연말 비트코인 18만달러 갈 것”

월가는 올해 50% 이상 오른 금의 다음 타자로 비트코인을 주목하고 있다. 3분기 횡보하던 암호화폐는 10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0월 첫째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12개에 총 32억달러가 유입되기도 했다.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분위기는 강세 쪽으로 기울었다.

씨티은행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며 12개월 목표가를 18만1000달러로 높였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이 금에 비해 상당한 저평가 국면에 있다며 16만5000달러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 대비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이전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여서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금보다 비트코인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봤다. 현재 세계 민간 부문의 금 투자 규모가 약 6조달러인데,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2조3000억달러 수준이니 변동성 차이를 감안하면 비트코인이 당분간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금 목표가를 기존 트로이온스당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서구에서 개인투자자의 금 ETF 보유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서구 금 ETF 보유량이 112t 늘었는데, 당초 예상치보다 6배 이상 많은 것이다. 그동안 금 매수를 견인해온 것은 반서구 세계의 중앙은행이었는데, 이제 서방 국가의 개인투자자도 ‘화폐가치 하락 헤지’를 위해 금을 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피터스는 “전통적 가치주만 고집하지 말고 AI·인프라 관련 자산과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금·자원 등 실물 자산을 함께 투자하는 것이 기본 포지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최만수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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