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길었던 추석 연휴 귀경길…"이젠 다시 일상으로"
가족들과 인사 나누며 집으로 떠나
양손 가득 선물들고 다음 만남 약속
"행복했던 연휴 더욱 아쉬움 남아"

"연휴가 길었던 만큼 일상으로 돌아가니 더욱 아쉽네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송정역에서는 귀경 행렬이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송정역 대합실은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볐고, 귀경객들은 가방과 각종 선물을 양손에 쥐고 열차 출발 시간을 확인했다. 연휴가 끝나면서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가족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들의 표정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서울행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문모(28)씨는 "이번 연휴가 길어서 가족들과 비교적 시간을 오래 보냈다"면서 "항상 명절이 끝날 때면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열차가 출발하자 자식을 배웅하던 부모들은 한동안 열차를 바라보다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강모(61)씨는 "자식들과 오랜만에 함께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아쉬운 마음도 많지만 다음 명절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약속하면서 자식들을 떠나 보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김모(31)씨도 "부모님을 뵙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며 "함께 여수에서 바다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 종합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목포에 사는 정모(50대)씨·김모(40대·여)씨 부부는 이날 해군에 입대했던 아들이 첫 휴가를 마치고 경남 진해로 돌아가는 길을 배웅했다.
연휴에 맞춰 휴가를 나온 아들에게 좋아하는 육전을 실컷 먹였지만, 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쉬움이 짙었다.
정씨는 "21살 밖에 안 된 아들을 군대로 떠나보내니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짠하다"며 "부모로서 다시 만날 때까지 다치지 말고 즐겁게 군 생활했으면 한다"고 했다.
가족 못지 않은 인연을 떠나보내는 이도 있었다.
목회자 김동건(56)씨는 이번 황금 연휴에 여행을 떠난 자녀들 대신 20년째 인연을 이어온 대구의 한 장로를 광주로 모셔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연휴에 장로님을 모신 건 이번 처음이라고 한다. 김씨는 "피로 이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다시 언제 뵐지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성껏 모시고 배웅하는 일뿐이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해 고향으로 복귀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속도로 곳곳은 광주·전남을 빠져나가는 귀경 차량이 늘어나면서 정체가 시작됐다. 이날 광주에서 출발한 승용차는 서울까지 5시간30분 걸렸다.
/박건우·임지섭 기자 pgw@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