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상 오르니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요”

정승우 기자 2025. 10. 9. 16: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시, 정상부 개방 행사
2년 만에 개방…3800여명 몰려
서석대 주상절리~지왕봉 탐방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기원도
9일 무등산국립공원 지왕봉 전망대에서 탐방객들이 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무등산의 들꽃들이 너무 예쁘고 정상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9일 오전 찾은 무등산국립공원.

무등산 정상부(지왕봉)를 개방하는 이날 등산객들은 푸른 하늘 아래서 무등산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왕봉 개방 시간인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방공포대 후문 앞은 등산객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데크 계단에는 등산용 폴대를 손에 쥔 이들이 줄지어 있었고 일부는 돗자리를 피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즐겼다.

인왕봉에는 선선한 가을 바람에 땀을 식히며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조요셉(66)씨는 "정상부가 열릴 때마다 무등산에 오르지만 매번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다"며 "어머니처럼 광주를 품고 있는 무등산이 너무 자랑스럽고 따듯하다. 하루 빨리 정상부가 시민들에게 개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0대 등산객 김모씨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정상부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산에 올랐다"며 "매번 집에서 눈으로만 바라보던 무등산 정상에 발을 디딜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렌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왕봉 입장 5분 전, 군인이 출입시 주의사항을 안내하자 등산객들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다시 정상으로 향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외침과 함께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개방 행사에서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른 60대 김모씨는 "새벽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처음으로 문을 통과하니 뿌듯하다"며 "정상이라 그런지 공기도 맑은 것 같고 기분이 너무 좋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정상을 오른 등산객들에게는 키링, 손수건 등 기념품이 제공됐다. 광주 119특수대응단 산악구조대의 심폐소생술 교육도 진행됐다.

등산객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던 박은아(61) 세계지질공원 해설사는 "올해로 네 번째 정상에서 시민들을 맞이한다"면서 "정상에 오른 이들의 환한 표정을 보면 매번 벅차오름을 느낀다"고 말했다.
탐방객들이 무등산국립공원 지왕봉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줄서 있다. 김양배 기자

지왕봉 포토존 앞은 기념 촬영을 하는 이들로 분주했다. 셀카봉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는 등산객, 구호에 맞춰 점프를 하는 이들까지 모두들 지왕봉을 배경으로 소중한 추억을 쌓는 모습이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온 정동인(30)씨는 "평소에 못 오던 곳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올랐는데 정상에 내려다보는 경치가 최고"라고 소리쳤다.

어머니와 함께 등반한 이소영(24)씨도 "산에 오르기 시작할 때 정상에 어떻게 올라가나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장엄한 주상절리를 눈에 담고 바람도 솔솔 불어오니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등산의 정상부는 천왕봉·지왕봉·인왕봉 세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인왕봉은 상시 개방 중이지만 천왕봉과 지왕봉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의 협조를 받아 추석연휴 마지막 날 시민들에게 정상부를 개방했다. 개방 코스는 서석대 주상절리에서 부대 후문을 통과해 지왕봉 등을 관람하고 부대 정문으로 나오는 구간이다. 2년여만에 개방된 정상부에 3800여명의 탐방객들이 다녀갔다.

한편 이번 개방행사는 국가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와 2026년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100여명의 시민들은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무등산 정상 개방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시민 자긍심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시민들의 염원이 모여 국가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