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덫’이 된 버리고 간 양심

김민지 기자 2025. 10. 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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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낚싯줄 한 가닥이 조용히 생명을 옭아매고 있다.

인천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가 낚싯줄에 묶인 채 죽어가기 일쑤다.

이달 초순께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고요한 갯벌 위에서 허우적거리던 어린 저어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주변의 저어새들은 어린 개체를 지켜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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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저어새 또 낚싯줄에 묶여 해양쓰레기 피해 매년 늘어 심각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갯벌에서 어린 저어새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영종환경연합 제공>
버려진 낚싯줄 한 가닥이 조용히 생명을 옭아매고 있다.

인천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가 낚싯줄에 묶인 채 죽어가기 일쑤다. 최근에도 간신히 한 마리가 도움의 손길로 목숨을 건졌다.

이달 초순께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고요한 갯벌 위에서 허우적거리던 어린 저어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낚싯줄이 다리를 세차게 조이며 살을 깊게 파고들었고, 거센 날갯짓에도 몸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주변의 저어새들은 어린 개체를 지켜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맴돌았다.

그 새를 풀어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손이었다. 이를 목격한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가 긴급히 구조에 나선 것이다.

이곳은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문제는 버려진 낚싯줄과 바늘이 곳곳에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쓰레기는 저어새에게 '죽음의 덫'으로 되돌아온다.

죽음의 덫으로 인한 비극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 인근에서 낚싯줄에 걸린 저어새가 밀물에 휩쓸려 숨졌고, 같은 해 미추홀구 용현갯골수로에서 또 다른 저어새가 묶인 채 발견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지난 2월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위험성이 확인됐다.

KIOST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공동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바닷새류, 바다거북류, 어류, 해양포유류 등 해양동물 77종에서 낚싯줄과 바늘,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를 본 사례 428건을 확인해 쓰레기의 유형과 재질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 건수는 매년 증가세였다. 해안에서 발생한 피해는 338건(44종), 수중에서 발생한 피해는 90건(33종)으로 집계됐다.

해안에서는 괭이갈매기 등 조류가 낚싯줄과 낚싯바늘로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고, 바다거북과 돌고래 등 수중에서 활동하는 종은 폐어구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졌다.

게다가 얽힘 피해를 입은 해양생물의 13%(10종, 44건)는 푸른바다거북, 세가락갈매기 등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우려종으로 등재돼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종이었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저어새들은 매년 인천에서 머물다 간다"며 "번식도 이뤄지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아 발견했지만 이미 죽은 어린 개체를 발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냥 버리고 간 쓰레기가 생명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km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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