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번의 무대 매번 새로워…맘마미아와 함께 성장하죠"

허세민/최혁 2025. 10. 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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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만 보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올해로 한국에서 21주년을 맞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간략한 줄거리다.

'맘마미아!'는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다소 비현실적이다.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LG아트센터에서 최근 두 주역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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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21주년
음악감독 김문정과 18년째 '도나' 최정원
아바 음악이 다했다
한국인 恨정서와 잘 맞고
엄마가 공감할만한 가사
맘마미아! 맙소사
울고 웃으며 감정 폭 넓어져
커튼콜 때 노부부 열정 보고
그래 이맛에 공연하지
왔던 번아웃도 날렸죠
뮤지컬 ‘맘마미아!’의 음악감독 김문정(왼쪽)과 도나 역의 배우 최정원이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2007년 ‘맘마미아!’ 재연 당시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다. 도나 딸 ‘소피’ 또래의 20대 자식을 둔 이들은 도나의 마음에 이입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혁 기자


스토리만 보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평생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란 딸은 결혼을 앞두고 엄마의 과거 연애사를 파헤친다. 세 명의 ‘아빠 후보’를 한자리에 소집하고 결혼식 때 함께 입장할 ‘진짜 아빠’ 찾기에 나선다. 올해로 한국에서 21주년을 맞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간략한 줄거리다. ‘맘마미아!’는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다소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에겐 스웨덴 전설의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와 배우 최정원(56), 그리고 김문정 음악감독(54)이 있으니 말이다.


올해로 데뷔 36년 차인 최정원은 배우 인생의 절반을 주인공 ‘도나’ 역으로 살았다. 섬세한 감정과 절절한 목소리로 딸 ‘소피’를 홀로 키워낸 도나 역을 책임졌다. 2004년 국내 초연부터 함께한 김문정 감독 역시 지휘봉을 잡는 동시에 독보적인 건반 연주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아바의 음악이 흐르는 그리스의 외딴섬으로 옮겨 놓는다.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LG아트센터에서 최근 두 주역을 만났다. 인터뷰를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풀었다.

 아바 노래가 울림을 주는 이유

▶김문정 “언니가 ‘맘마미아!’에 합류한 게 2007년 재연 때였잖아. 그때 언니가 서른아홉이었고. 생각해보면 여자 배우로서 큰 결심을 했던 것 같아. 더 젊은 배역을 맡을 수도 있었는데, 스무 살 딸을 둔 도나 역을 한 거잖아.”

▶최정원 “난 그냥 아바의 노래가 너무 좋았어. 어렸을 때부터 가수를 꿈꾼 도나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그래서 오디션 영상을 영국에 보냈는데 도나 이미지하고 너무 잘 맞는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섰는데, 어느덧 1200회라니.”

▶문정 “한국 관객들이 아바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도 따로 있는 것 같아. 노래는 분명히 신나는데 ‘불레부(Voulez-Vous)’와 ‘기미 기미 기미(Gimme! Gimme! Gimme!)’ 같은 노래는 메이저(장조)가 아니라 마이너(단조)라서 은근히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거든. 북유럽의 춥고 어두운 기운에서 나오는 디스코풍 노래가 한국인이 가진 ‘한(恨)’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정원 “‘맘마미아!’의 가장 큰 묘미는 가사라고 생각해. 팝송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와 잘 연결되고 한국 정서에도 딱 들어맞잖아. 도나가 힘들어할 때 친구들이 ‘치키티타(스페인어로 젊은 여성), 왜 그러니’(‘Chiquitita’의 가사)라고 노래하지. 결혼식 전에 도나가 소피의 머리를 빗겨주면서 부르는 ‘자꾸 클수록 내 곁에서 멀어져 갔어’(‘Slipping Through My Fingers’의 가사)도 그래. 영어 가사를 번역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여서 매번 감탄하며 부르지. 게다가 ‘Slipping Through My Fingers’만 부르면 우리가 연습실에서 늘 울던 멤버잖아. 딸 둔 엄마들이 꼭 휴지를 찾더라고.”

▶문정 “맞아. 우리가 ‘맘마미아!’를 사랑하는 이유는 작품과 함께 성장하기 때문인 것 같아. 30대 초반에 음악감독을 맡았을 땐 내가 결혼 초기라 소피 입장에 가까웠는데, 점점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서 작품을 보게 되더라고.”

▶정원 “아바의 음악이기도 하지만 한국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 같아. 일하는 엄마들이 자식에게 느끼는 미안함도 반영될 수 있고. 그런데 사실 난 딸한테 미안해하진 않았어. 딸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는 대신 ‘너도 크면 네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라’고 했지.”

▶문정 “둘째 딸이 어느 날 그러더라.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집에 있어서 너무 좋다’는 거야. 근데 바로 뒤에 한 말이 ‘이 시간에 엄마가 집에 없는 게 멋있다’는 거였어. 그 말 덕에 당당해질 수 있었는데 도나도 비슷한 것 같아.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 이후 소피가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했을 때, 도나도 힘을 얻은 거지. 그래서 바로 다음 노래(‘The Winner Takes It All’)에서 슬립만 걸치고 당당하게 노래하잖아.”

‘댄싱 퀸’ 커튼콜의 한 장면. 왼쪽부터 타냐(홍지민), 도나(최정원), 로지(박준면).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커튼콜

‘맘마미아!’는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던 시기에 상륙했다. 한국 스태프들과 영국 오리지널 팀이 처음 만나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문정 “초연 때 ‘슈퍼 트루퍼’(Super Trouper·무대 조명 장치명이자 수록곡 제목)를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오늘밤 끝내주네’로 한다는 거야. 오리지널 팀은 가사에 영어를 아예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게 방침이더라고. 그런데 가사가 너무 이상하니까 우리도 슈퍼 트루퍼를 안다고, 그냥 영어로 해도 된다고 설득했지.”

▶정원 “반대로 오리지널 팀 아이디어가 좋았던 것도 있어. 하루 종일 일하는 도나가 전혀 꾸밀 수 없는 상황인데 화장을 짙게 하는 건 어색하잖아. 오리지널 팀 말대로 자연스러운 화장이 도나 캐릭터에 어울리는 것 같아. 안 꾸민 상태에서 전 남친 세 명을 만나는 당황스러운 설정이니까….”

▶문정 “그게 맘마미아지!”(동시에 웃음)

▶정원 “제일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은 커튼콜 때야. 관객들도 다 일어나 함께 춤추며 세 곡을 부르는 그 시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내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행복한 기분이지.”

▶문정 “번아웃이 왔는데 ‘맘마미아!’ 관객들을 보고 싹 사라진 적이 있어.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였는데, 어떤 노부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그게 인생 첫 뮤지컬인 분들 같았어. 공연 내내 박수도 잘 안 치셨는데, 커튼콜 때 벌떡 일어나서 춤을 추시는 거야. 그걸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지 뭐야. ‘아, 나 아직도 공연을 좋아하는구나. 내가 공연하는 이유가 이런 거였지’ 했지.”

▶정원 “1000번 넘게 해온 공연이지만 매번 다르게 느껴지더라고. 삶은 계속 변하니까, 어떤 가사에서 갑자기 감정적으로 북받쳐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 매번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어렸을 때보다 감정의 폭도 깊어졌어.”

인터뷰가 끝나고 김문정 감독은 ‘생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음악이 있음에 난 감사해)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으며 자리를 떠났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장실에 들어선 최정원 배우는 현실로 튀어나온 도나 그 자체였다. “세상에서 커튼콜을 제일 잘하는 ‘도나’랍니다. 공연장에서 만나요!”

허세민 기자/사진=최혁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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