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이 지고, 쉼터가 뜬다

이봉현 기자 2025. 10.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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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의 농막 일기] 7. 체류형 쉼터
8월 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행사장에 전시된 한 업체의 체류형 쉼터 내부 주방과 화장실

동네에 ‘체류형 쉼터’를 들여놓은 집이 있어 구경을 갔다. 6평 농막에 지내다 10평 농촌 체류형 쉼터(이하 쉼터)를 보니 4평 차이가 참 크구나 싶었다. 공간이 쾌적했고, 생활의 편의성도 높아 보였다. 농막에는 공간이 좁아 배치하기 어려운 아일랜드 식탁, 거실과 분리된 침실, 다용도실 겸 현관이 있었다. 정화조, 전기, 수도 연결은 농막과 다를 바 없었다. 문 앞쪽으로 방부목으로 데크를 짜고 탁자와 파라솔을 갖다 놓으니 아담한 전원주택이 됐다. 이렇게 꾸미는데 쉼터 가격 4500만원 등 5000만 원 남짓 들었다고 한다.

어릴 적 이 동네에 살던 쉼터의 주인은 부모님이 물려준 밭에 농촌 주택을 지어 귀촌하려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농막보다 크고 편리한 쉼터 설치가 가능해지자 마음을 바꿨다. 아들·딸들이 집 짓느라 속 썩고, 나이 더 들면 큰 병원이 있는 도시로 다시 나와야 할지 모른다며 주택 신축을 말렸다고 한다. 한 주에 2~3일씩 머물며 농사를 짓는 쉼터 주인에게 두어 달 써 본 소감을 묻자 “별 불편이 없다”고 한다. 33㎡(10평)까지 건축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쉼터는 이제 ‘5도 2촌 인’의 농막뿐 아니라 귀농·귀촌인의 농촌 주택 수요를 대체하는 모양새이다.

지난 8월 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체류형 쉼터 모델을 둘러보고 있다.

텃밭 농사를 짓는 이에게 농막 외에 쉼터라는 대안이 생긴 것은 2023년에 있던 ‘농막 위기’가 계기가 됐다. 전국에 별장형 농막이 많다는 방송 보도가 몇 차례 나오자 감사원이 전국 20개 지자체 관내 농막 3만3천여개를 전수조사했다. 감사원은 데크를 설치하는 등 농막을 불법 증축하거나 농지법상의 목적(농작업 보조, 휴식, 농기계 보관 등)을 벗어나 주거나 별장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관리는 소홀하다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농막에 대해 “법대로 하라”는 감사원의 요청은 경직된 것이었다. 농막을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사용하는 등 명백한 불법은 단속해야 하지만, 시대 변화에 뒤처진 농막 규제가 불법을 유발하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농막 내부에 쉴 수 있는 면적이 25%(1.5평)를 넘지 않아야 하고 밤에 잠을 자면 불법이란 규정은 전국에 있는 농막 상당수를 폐쇄하라는 뜻으로 들렸다. 귀농·취촌이 하루아침에 안되니 5도 2촌인 같은 생활인구라도 늘려가려는 농림부, 행안부, 지자체의 농산어촌 활성화 정책과도 엇박자가 나는 감사 권고였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농림부가 2023년 5월 농막 사용을 원칙대로 돌리려는 농지법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하자 게시판에 비판의 글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언론에도 부정적 보도가 잇따랐다. 결국 이듬해 4월 총선에서 역풍을 우려한 대통령실이 후퇴하면서 농막 규제 강화는 백지화됐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범주를 만든 게 체류형 쉼터이다. 낡은 법의 구멍으로 현실을 밀어 넣으려 한 것을 봐도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얼마나 경직돼 있었는지 보여준다. 어쨌거나, 이를 계기로 텃밭 농사를 하는 이들이 바라던 새로운 범주의 농촌생활 시설이 나오게 됐으니 역설이다.

충남 공주의 한 마을에 설치된 체류형 쉼터의 내부. 아일랜드 식탁과 다용도실 겸 현관 공간이 있다.

올 1월 24일 ‘농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쉼터에 대한 세부 규정이 나오자 쉼터 설치가 빠르게 늘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월 722건, 3월 991건, 4월 2527건 등 3개월 만에 4천건 이상의 설치 신고가 이뤄졌다. 쉼터 규정이 개정되리라 기대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리 준비하던 농막 제작업체들이 체류형 쉼터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1일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전시회’에서는 농촌체류형 쉼터 제작 업체들이 실물을 갖다 놓고 전시하면서 상담을 받았다. 직접 가서 3개 업체가 대표상품으로 내놓은 쉼터를 둘러봤다. 업체마다 고급 내외장재로 설비했다고 하는데, 공간 구성도 아기자기했고, 외부 디자인도 세련된 돼 별장 느낌이 들었다.

8월 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행사장에 전시된 한 업체의 농막 모델

ㅇ업체는 거실, 침실, 욕실, 주방에 데크까지 갖춘 10평(길이 9.17m, 폭 4.62m, 높이 3.51m) 쉼터모델을 8900만원에 내놨다. 여기에 침실을 복층(높이 3.97m)으로 설계하고 황옥(토파즈) 찜질방을 3평 정도 더한 모델은 1억2천만원이라고 한다. 접이식 차양을 장착한 이 업체의 6평 농막 모델은 4800만원이었다. ㅋ 업체는 외장을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마감한 경량철골구조 쉼터 10평( 길이 10.5m, 폭 3.5m, 높이 3.2m)을 부가세 빼고 4900만원에 판다고 했다. 싱크대 상하부장, 2구 인덕션, 50ℓ 온수기, 벽걸이형 냉난방기, 전기 패널 바닥 난방, 신발장을 갖췄다. 또 다른 ㅇ사는 목재로 된 중목구조, 강마루 바닥마감 3중 창호를 사용하고 다락이 있는 최고급 모델을 부가세 빼고 8900만원에 내놨다. 이들이 일반 농막보다 비싼 1억원 안팎의 쉼터를 내놓은 것은 주택을 대체하는 수요를 잡겠다는 뜻이 있어 보였다. 전시회에서 만난 ㅇ사 담당자는 “요즘은 농막에서 쉼터로 확실히 관심이 이동한 것 같다”며 “직원이 12명이 나와 있는데 문의가 많아 전부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 같은 지역 연구기관도 향후 농막 수요가 상당수 쉼터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강원도에는 2~4월에 쉼터 설치신고가 888건으로 충남(641건), 경남(625건)을 앞섰는데, 강원연구원은 향후 10년간 강원지역에만 2만4천~7만7600개의 쉼터가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8월 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행사장에 전시된 한 업체의 체류형 쉼터의 다락방

농막은 3년에 한 번 가설건축물 존치 연장 신고를 해야 한다. 아직 시행 초기이지만 쉼터도 마찬가지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공무원 징계를 언급하면서 지자체가 원칙적으로 하려 해 신고필증을 받기가 좀 빠듯해졌다. 읍면 소재지 공무원들이 최신 위성사진으로 위법 여부를 초벌 검사한 뒤 현장 실사를 나온다. 규정 면적을 넘어선 데크와 처마 설치, 마당 잔디밭 조성 등은 원상회복 지적을 받는다. 나의 경우 1년 전 재신고에서 비닐하우스의 3분의 1 정도에 검은 그늘막을 씌운 이유를 물었다. 작물 재배라는 본래 용도가 아니라 농기구 보관 등 창고로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농촌에서 비닐하우스에 농기구를 보관하는 것은 일상 하는 일이라 종전에는 문제 삼지 않았을 일이었다. 감사 이전에는 귀촌 인구를 늘리려는 공무원이 농막에 주소이전도 가능하다고 권고했으나 옛일이 됐다. 나중에 어찌 되겠지 하고 규정 면적을 벗어난 데크, 주차장 등 이것저것 설치하다 재신고 때 철거명령을 받고 돈을 날리는 일이 생긴다.

나도 그렇지만 지금 농막을 설치한 이들이 쉼터 전환을 놓고 고민 중이다. 새로 교체를 해야 할지 아니면 별도로 4평을 추가해 체류형 쉼터로 전환할지 고민 중이다. 기존 농막도 쉼터와 같은 넓이의 데크와 주차장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규제가 완화돼 종전보다 쓰임새는 좋아졌다.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농막의 쉼터 전환을 허용해준다.

8월 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빌드 행사장에 전시된 한 업체의 찜질방
새로 바뀐 체류형 쉼터 및 농막 규정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2월 ‘농촌체류형 쉼터·농막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이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농촌 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농촌 생활인구의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고 쉼터의 목적을 밝혔다. 농림부 누리집에서 이 자료를 찾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지침에는 농막에 대한 부분적 규제 완화도 담겼다.

1. 설치기준 (면적, 구조 등)

-연면적 33㎡ (10평) 이내. 농막과 쉼터를 함께 설치할 경우 합산면적도 33㎡ 이내

- 가장 긴 외벽(보통 앞면) 길이에 폭 1.5m를 곱한 면적만큼의 데크 설치 가능. 주차장(13.5㎡) 설치 가능. 전기, 상수도 인입 가능. 데크, 주차장, 정화조 등 부속시설은 연면적 산정에서 제외

- 높이 및 층수: 1층, 높이 4m 이하. 전체 높이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락 설치는 일부 허용 (최대 1.8m)

2. 입지 및 설치제한 구역

-소방·구급차 등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에 접한 농지

-산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재지구, 붕괴 위험지역, 자연재해위험 지역 등은 제한

3. 사용 기간

- 최장 12년(최초 3년, 연장 3회 각 3년, 지자체 조례로 추가 연장 가능)

4. 관리 및 영농의무

- 영농의무: 쉼터·부속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농지에서는 영농활동 필수

- 전입신고 불가

5. 농막 규제 완화

- 3년 이내에 농막을 체류형 쉼터로 전환 가능. 기존 농막 철거 후 쉼터 신축하거나 기존 종막에 연접해 증축(13㎡) 또는 농막 위치 필지 내 별도의 가설건축물(13㎡) 설치 가능.

- 데크, 정화조 면적 등이 연면적을 초과한 현행법상 불법 농막도 쉼터로 전환 가능

- 가장 긴 외벽 길이에 폭 1.5m를 곱한 면적만큼의 데크 설치 가능. 주차공간(13.5㎡) 설치 가능
#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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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의 농막일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17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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