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형'이 친근하다고요? 듣는 사람은 기분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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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 중학교에서는 축제를 앞두고 연 회의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무대에 올라가 개그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에 한 학생이 "그건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하자, 다른 학생은 "장난일 뿐인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대꾸했다.
문제를 지적한 학생은 당장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초조했다.
특정 집단이나 인종에 대한 농담이나 칭찬처럼 포장된 표현도 사실은 차별과 혐오일 수 있다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개념을 학생들이 배우도록 하는 게 교육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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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농담 취지라도 '차별' 해당
서울시교육청, 교육 자료 제작해 배포

서울 A 중학교에서는 축제를 앞두고 연 회의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무대에 올라가 개그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에 한 학생이 "그건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하자, 다른 학생은 "장난일 뿐인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대꾸했다. "우리 반엔 흑인도 없는데 어떻게 차별이냐"고 따지는 말도 나왔다. 문제를 지적한 학생은 당장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초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작한 '2025년 다문화 감수성 교육 수업 레시피(교육 자료)'에 등장하는 가상의 사례다. 시교육청은 이 사례를 바탕으로 '장난'이란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적 발언과 마주치는 학생이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친구들과 함께 토론해보는 교육을 설계했다. 특정 집단이나 인종에 대한 농담이나 칭찬처럼 포장된 표현도 사실은 차별과 혐오일 수 있다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개념을 학생들이 배우도록 하는 게 교육 목표다.
검은 얼굴 분장(블랙 페이스)은 백인이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19세기 미국의 '민스트럴 쇼'에 연원을 두고 있는데, 교재는 이런 역사적 배경도 소개한다. 친근함을 담았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는 피부색으로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흑형' 같은 단어의 문제도 교재에 담겼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존중과 포용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 교육 자료를 개발해 관내 학교에 보급한다고 9일 밝혔다. 최근 극우 단체의 혐중 시위가 이주배경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 인근에서 열리는 등 학생들에게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방법을 교육할 필요성이 더 늘었다는 취지에서다. 시교육청은 "일부 집회에서 혐오적 구호가 등장하면서 이주배경 학생들이 심리적 위축과 불안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새 학습 자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자료는 학생들이 연간 2시간 이상 배우게 돼있는 다문화 이해 교육에 쓰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613330000373)
교재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차별·혐오 표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피해를 겪은 이주배경 학생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몽골에서 온 학생은 "시력 3.0이냐, 말 타고 등교하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학생은 "'러시아인'이라는 별명이 불편하다"고 했다. 중국에서 온 학생은 "중국에 가면 한국 사람, 한국에선 중국 사람이라고 놀린다"고 이야기했다.
시교육청은 인권을 지키는 게 공동체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교훈도 가르칠 계획이다. 인권 관련 헌법 조문, 세계인권선언을 직접 읽어보고 학생 자신만의 인권 선언문을 작성해보도록 하는 체험 자료도 교재에 담겼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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