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빛낼 TK과학자] <7>우주의 기원 밝히는 CMS 실험 이끄는 문창성 경북대 교수
문 교수, 초고속 검출기 개발 및 AI 활용 데이터 분석 주도
대구·경북에 거대과학 거점 설립 필요성 강조
“국제 공동연구,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끌어가야”

우주의 기원과 인간이 아직 접하지 못한 암흑물질의 실체를 밝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이하 CERN)의 입자충돌실험(CMS)에 참여하고 있는 문창성(47)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고에너지물리 실험 분야에서 20여 년간 연구 경험을 쌓아온 국내 대표 물리학자중 한 명이다.
최근 그는 100명이 넘는 국내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소속돼 있는 '한국 CMS 실험 연구팀'의 대표를 맡아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이하 LHC)'를 활용해 우주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고에너지물리 분야에 대한 문 교수의 연구 여정은 LHC가 가동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박사과정 중이던 그는 2005년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고에너지 입자충돌(CDF) 실험에 참여했는데, '탑 쿼크 연구'에 집중해 6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논문은 700회 이상 인용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그가 개발한 '탑 쿼크 데이터 분석용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는 CDF 실험의 표준으로 채택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그는 유럽연합(EU)의 '마리퀴리 펠로십'을 수여받아 프랑스 국립과학원, 파리7대학의 천체물리·우주론 연구소, 이탈리아 국립핵입자연구소 피사 지부에서 CMS 실험을 수행했으며,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 이론물리연구소에서도 연구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경북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 협력사업에서 한국 CMS 실험 연구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경북대는 올해 3월 '한국CMS실험연구센터'를 마련했는데, 연구센터는 향후 3년간 약 17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문 교수는 "경북대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 CMS 실험을 총괄하게 됐는데, CERN 연구소와의 긴밀한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CMS 실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경북대 출신 학생들이 NASA, 시카고대, 아르곤국립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 기관으로 진출하면서 우수한 연구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 교수가 국내 과학자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CMS 실험은 스위스-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CERN 연구소가 운영·관리하고 있는 LHC에서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충돌시 발생하는 고에너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다.
그는 "실험에 사용되는 LHC 가속기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로, 양성자 간의 충돌을 통해 우주 탄생의 순간인 빅뱅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한다"며 "이 실험을 통해 2012년 신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 입자' 발견과 같은 역사적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힉스 입자는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인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포함된 17종류의 소립자 중 마지막으로 발견된 입자로, 그 존재 확인은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앞으로 문 교수는 힉스 입자 발견을 넘어 CMS 실험이 새로운 입자와 물리 법칙을 밝혀낼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한국 연구팀은 이탈리아 연구소와 공동으로 수십 피코세컨드(1천억 분의 1초) 수준의 시간을 분별하는 성능을 갖춘 초고속 검출기를 개발 중이다.

이어 "지원되는 연구비는 CMS 검출기 성능 향상과 차세대 물리 탐색 연구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것이며, 뮤온 입자 검출기와 초고속 시간 검출기 개발, 방대한 데이터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인공지능(AI) 응용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기초과학의 가치는 눈앞의 성과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토대를 닦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9세기 물리학자 맥스웰의 전자기학 이론이 오늘날 휴대폰으로 대표하는 전자통신 기술로 이어졌듯, CERN 연구소의 거대과학 연구 역시 100년, 200년 뒤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며 이번 한-CERN 협력 사업을 "과학의 올림픽 현장에서 이뤄지는 국가적 차원의 과학 외교이자, 세계 지식 공동체에 우리나라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 교수는 국내 기초물리학 발전을 위한 연구소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CERN(유럽), 페르미연구소(미국), KEK(일본)처럼 연구 인프라와 인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거점 연구소가 있어야 국제 공동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구·경북에 한국중성미자관측소와 같은 거대 과학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세워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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