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선 게국지조차 느리게 끓는다 [여밤시]



게국지는 원래 서민의 음식이다. 김치에 게국(게를 넣어 삭힌 간장)을 넣어 끓인다. 국물은 빨갛지만, 보이는 것보다는 심심한 맛이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밋밋함이야말로 진짜다. 호박의 단맛, 게의 감칠맛, 김치의 신맛이 느리게 어우러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안면송 자생림이다. 다섯 층 높이의 소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바다가 마음을 건드린다면, 숲은 몸을 어루만진다. 해설사가 앞장 섰다. “여기 150년 넘은 나무는 없어요. 일제강점기 때 다 베어갔거든요.” 송진을 채취하려고 껍질을 벗긴 나무들은 성장을 멈췄다 했다. “그 나무 중 하나가 얼마 전 쓰러졌어요. 제가 참 좋아하던 나무였는데 ….”

해변길 5코스는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까지 이어진다. 바다를 끼고 걷는 멋진 길이다. 해무에 잠긴 바다는 걷는이의 생각을 천천히 식혀준다. 걷다 지치면 멈춰도 된다. 안면도의 길은 완주보다 여유를 가르친다.








숙소인 아일랜드 리솜의 아침 뷔페식당은 빵이 특히 맛있었다. 안면도 재료로 만든 빵이라고 하는데 종류도 다양했다. 밤에는 야외 테이블 인기가 높다. 숙박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리조트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와도 된다.
돌아오는 길, 기차 창밖으로 태안의 바다가 멀어졌다. 이틀 내내 걷고, 먹고, 웃고, 바람을 마셨는데도 아쉬웠다. 태안의 그 느린 속도에 어느새 조금은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느리고 조용하지만 확고하게 고동치던 태안의 리듬.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다시 태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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