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갖고 다들 뭐래! 토지주는 호갱?

22년 만에 꽃 피운 폐석회 매립지
옥시크린 원료인 소다회(탄산나트륨) 생산공장에 냉각용 공업용수를 댔던 옛 동양제철화학㈜(현재 DCRE) 유수지가 23년 만에 33만 3643㎡에 이르는 땅으로 변했다.
2003년 12월 31일 인천시·남구(현재 미추홀구)·동양제철화학 폐석회의 적정처리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동양제철화학㈜(현재 OCI) 등 4자가 서명한 폐석회 처리 협약서의 결실이다.
지난달 23일 인천시 미추홀구 독배로 인천시립 송암미술관 인근에서 옛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매립공사 준공기념식이 열렸다. 시민위원회 하석용 위원장이 주관한 행사였다.

DCRE는 폐석회를 묻는데 1380억 원을 썼다. 이 안에는 2009년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 호수(4만 6200㎡) 조성비 100억 원 정도가 섞여 있다. 유수지는 도시관리계획에 유원지로 윈드서핑 등 물놀이 시설이었다. 없어지는 유원지(유수지)를 벌충할 시설이 필요했고, 그곳이 인천대공원 호수였다.

준공 없는 준공식 왜 서둘렀나.
촌각을 다투는 일도 아닌 매립공사 준공식을 서두른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대강의 답은 4자가 맺은 폐석회 처리 협약서 제6조(매립 후 토지의 활용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조항은 "동양화학은 폐석회의 매립이 완료되고 관계 법령에 의한 관리 기간이 완료된 이후, 해당 매립 터를 녹지 및 유원지 시설로 조성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영구히 개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양화학은 폐석회의 매립이 완료되고 법령에 의한 관리 기간이 종료된 시점에 별도의 지상권 설정계약에 의해 매립부지 전체에 대해 미추홀구청장에게 지상권을 제공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송도 유원지(208만 9856㎡) 에 포개진 폐석회 매립지는 부대시설(8만 1017㎡)을 포함해 운동(3만 7489㎡)·조경녹지(21만 5137㎡) 시설로 조성된다.
조성비용은 물론 땅주인인 ㈜DCRE가 대야 한다. DCRE는 2006년 실시계획을 짤 때 운동·조경녹지 등 시설비로 대략 105억 원을 잡았다. 지금 똑같은 시설을 앉히더라도 물가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250억 원쯤 들 것으로 보고 있다. 3.3㎡당 시설비가 25만 원 꼴이다.

관(官)엔 '왕창', 민(民)엔 '찔끔'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혼신의 역량을 다해 (신청사) 건립을 완수하겠다. 책임감 있는 민간 파트너로서 미추홀구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출발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2025년 4월 29일 구와 '신청사 건립 기본 협약'을 체결하면서 정창현 ㈜DCRE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DCRE는 신청사 준공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설계부터 시공, 사용 승인, 하자보수에 이르기까지 DCRE의 책임이다.
신청사 건립비를 800억 원으로 잡았다지만 매립지 운동·조경녹지 시설비처럼 당초 예상액을 훌쩍 넘을 공산이 크다.


운동·조경녹지 시설은 인천도시공사(iH)가 지역 중심지(도시개발+공원조성)로 개발할 송도석산 주변지역(30만 8330㎡)과 에코브릿지로 연결된다.
하석용 위원장은 무상 건립 신청사를 기부채납 받는 근거와 거액을 들여 청사를 새로 지어주는 이유를 구와 DCRE 측에 정식으로 따져 묻고, 적정성 여부를 놓고 법률검토할 기세다.

공공기여 2000억, 문제없나?
인천시는 2022년 3월 25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시 특별사법경찰에 DCRE를 고발하고, 한강유역환경청에 DCRE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4월 8일에는 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미추홀경찰서에 DCRE를 고소했다. DCRE가 구체적인 소음방지 대책 없이 14~35층이었던 아파트 층수를 21~42층으로 높였다는 이유였다.
시는 5월 11일 도시개발법 위반 등을 들먹이며 공사 중지와 실시계획인가 취소를 담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했고, 청문을 거쳐 11월 30일 DCRE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시티오씨엘 아파트 단지를 갈라놓는 제2경인고속도로 자리에 대심도 터널 건설을 골자로 하는 개발계획 변경절차 이행을 위한 서류를 12월 30일까지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시 특별사법경찰이 '고발대상 사안이 아님' 처분(4월 11일)을, 미추홀경찰서는 '불송치(혐의없음) 결정' 처분(7월 12일)을 내렸는데도 말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대심도 터널 건설에 반대했다.
중구 신흥동 서해사거리~연수구 선학동 문학경기장 간 길이 6.5㎞인 대심도 터널 건설은 사업비 1조5600억 원이 드는 대규모 공사였다.
국토부는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국가도로망 종합계획과 5년마다 짜는 도로관리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대심도 터널을 굳이 건설하겠다면 시가 사업비(6000억 원 예상)를 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는 사전에 한국도로공사와 DCRE와 협의한 내용과 2021년 12월 한강유역환경청의 조건부 동의대로 제2경인고속도로 2.15㎞ 구간에 '방음 터널'을 설치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도로공사는 공사비와 사후 관리비로 DCRE 측으로부터 3500억 원 받아 1단계 0.5㎞ 구간에 방음 터널을 설치 중이다.

"구, 폐석회 매립장 지상권 내놔야"
DCRE는 2009년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154만 6747㎡)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주거용지를 35만 6774㎡(계획인구 2만 2000여 명·8149 세대)에서 54만1388㎡(계획인구 3만 3000여 명·1만 3149 세대)로 늘렸다.
DCRE는 이 대가로 시에 6만 6003㎡(뮤지엄파크 내 상업용지 3만 7425㎡+문화용지 1만 5572㎡+경인방송 터 문화용지 1만 305㎡)를 내놓는다. 구에도 3만 6220㎡(창조혁신부지 2만 9700㎡+경인방송 터 문화용지 6520㎡)를 기부채납한다.

시에 이미 기부채납한 송암미술관(터 1만 5434㎡)과 인천시교육청에 내놓는 초등학교 2개 터 2만 7723㎡(초등학교 1곳은 건물 신축 후 기부채납)는 별도다.

하 위원장은 의무도 없는 대심도 터널 건설을 빌미로 시와 구가 2차 자발적 공공기여로 2000억 원을 받는 것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차 공공기여가 떳떳하려면 폐석회 매립시설에 설정할 지상권을 구가 스스로 풀어 DCRE가 온전히 재산권을 행사토록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는 게 하 위원장의 설명이다. 구는 매립시설에 파크 골프장 조성을 운운하고 있다.
2010년 인천대공원 호수조성을 기념해 세운 인천대공원 안 표지석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송암미술관 앞에 세우기로 한 4자의 고(故) 이회림 회장의 동상 건립 약속도 까맣게 잊은 채…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