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급발진…메신저 본질에 대한 오해 [권상집의 논전(論戰)]
메신저와 SNS의 본질적 특성 외면한 결정적 패착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카카오톡은 대한민국 IT 역사를 대변하는 서비스다. 카카오톡으로 인해 피처폰 시대가 막을 내렸다. 대신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카카오톡을 쓰지 않으면 일상 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받기에 스마트폰을 구매할 정도로 카카오톡의 효용성은 뛰어났다. PC 기반 메신저가 조용히 사라지며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확산을 대표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애플 운영체제(iOS)용 앱을 출시하며 세상에 등장했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카카오가 수익을 추구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2012년 5월 카카오는 업데이트와 동시에 유료화 계획이 전혀 없음을 선언했다. 특히 업데이트 공지사항엔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다"는 내용을 담았다. 카카오는 그렇게 가난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 역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25년. 15년 만의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수많은 비판 기사가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선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막는 방법이 공유됐다. 일부 연예인조차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카오톡의 업데이트가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비판한 기사는 지난 9월에만 300건이 넘게 양산됐다. 9월23일 카카오톡이 개편된 점을 감안할 때 일주일 새 매일 40건의 기사가 카카오톡의 문제점을 꾸준히 짚은 셈이다.
체류 시간 늘리려다 독이 된 업데이트
업데이트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충분히 언급됐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진행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경영 분야에선 해당 산업의 1위 제품과 서비스를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으로 부른다. 스마트폰하면 아이폰을 떠올리듯이 SNS는 인스타그램, 틱톡을 얘기한다. 온라인 공간의 지배적 디자인을 대표하는 서비스의 특징은 사용자를 최대한 머물게 하는 데 있다.
카카오가 강조한 이번 업데이트의 목적 역시 사용자의 체류 시간 확대에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톡의 인당 월 평균 사용 시간은 674분이다. 한 달을 30일로 가정했을 때 카카오톡 하루 이용 시간은 22분 내외다. 카카오는 유튜브(2시간19분)와 인스타그램(50분)의 하루 이용 시간을 의식했을 것이다. 카카오의 업데이트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모습이 아른거렸던 이유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보다 중요한 건 조회 수에 있다. 유튜버들이 조회 수를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월간 사용자 숫자는 4300만 명이지만, 이용 시간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카카오톡은 승부수를 위해 친구의 프로필 변경 내역과 게시물을 타임라인으로 바꾸고 광고와 숏폼 기능을 강화했지만 역풍을 맞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을 모방한 탓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변화를 알린 날, 카카오 주가는 전날 대비 4.67% 하락했다. 사용자와 시장은 카카오가 단행한 메신저 업데이트를 실패로 판정했다. 참고로 카카오는 지난 2월 홍민택 전 토스뱅크 대표를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한 후 서비스 개편을 추진했다. 모바일 메신저가 단순한 대화 도구 이상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기 위해선 참신한 시각 그리고 업계 관행, 상식을 뒤집는 성공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일하는 방식의 문제? "고민 부족이 핵심"
토스는 IT 업계 내에서 업무 방식과 문화가 다르기로 유명하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를 거쳐 간 서비스 기획자와 개발자는 다음과 같이 그 차이를 얘기한다. 네이버는 원톱(이해진 의장)의 명확한 방향성 아래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카카오는 실무진의 의견에 경영진이 침묵을 유지하기에 중간급 리더가 조율하느라 애를 쓴다. 토스는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실험과 탐험을 중시하며 기존 업계 관행에 도전한다.
카카오 개발자들의 역량은 우수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의 판도를 흔들고 수익성과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토스 출신 인력들의 유능한 지혜가 요구됐을 것이다. 2015년 출시한 토스는 간편송금을 내세워 기존 금융권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민 2명 중 1명(2600만 명)이 사용하는 슈퍼 금융앱으로 성장했다. 복잡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단순화시키는 등 금융 상식을 뒤집으며 혁신을 창출했다.
카카오의 CPO 조직이 토스 중심의 운영 방식과 조직 편재로 변경됐다는 소식은 IT 업계 곳곳에서 들렸다. 토스 출신 인력들도 카카오에 속속 합류했다. 동시에 카카오는 지난 2월 '챗GPT'의 운영사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 기능을 AI 기반 플랫폼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와 동맹을 맺은 상황에서 판도를 뒤집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했다. 그게 이번 업데이트로 나타났다.
업무와 일상생활 중심, 텍스트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가 인맥·영상 중심의 인스타그램과 콘텐츠 기반의 유튜브를 모방하니 당연히 결과는 꼬일 수밖에 없다. 토스가 보여준 간편송금은 금융 상식을 뒤집었기에 혁신을 만들었지만, 카카오가 보여준 업데이트는 글로벌 기업의 트렌드만 모방했기에 카카오톡을 SNS 아류에서 멈춰 세웠다. 메신저의 본질과 SNS의 본질적 특성을 외면한 결정적 패착이다.
이슈가 카카오를 넘어 토스로 확산되자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토스의 일하는 문화와 방식은 해당 이슈와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실 이번 일을 토스와 카카오의 차이로 해석하긴 어렵다. 메신저를 이용하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다는 점과 어떤 지점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과 차별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부족이 핵심이다. 메신저와 SNS는 다 같은 플랫폼이 아니다.
본질을 놓치면 결국 모든 걸 놓치게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메신저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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