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스탠퍼드대 강연 "美 '황금알 낳는 거위' 한국 죽이지 말아야"
"관세, 중국에 산업 주도권 내주는 결과…韓, 조지아주 사건에 상처·실망"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전미상공회의소 초청을 계기로 방미(訪美)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존중과 협력 의지를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결과가 될 것"(It would bring us to the end of killing the goose that lays the golden eggs)이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산업 동맹으로의 확장 -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마라'(Expanding the US-ROK Alliance into Strategic Industrial Alliance - Don't Kill the Golden Goose)라는 제목의 강연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민주당 김준혁·김용민·전용기 의원까지 4인은 지난 7일 5박 6일 일정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한미 관세·무역 협상의 대안적 해법 모색을 위한 의원외교 목적이다.
이 최고위원은 강연에서 한국전쟁 등을 통해 혈맹으로 맺어진 군사 동맹의 한미 관계를 이제 산업 동맹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한국을 제조업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중국과 동일하게 (취급하며) 즉각적인 관세 수익에만 집중한다면, 이는 결국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인 중국에 산업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것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과 독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공동의 가치관과 제도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며 "구조적으로 양국의 산업 생태계는 거의 완벽하게 상호 보완적"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중국이 저비용·보조금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주요 동맹국인 한국에 중국과 동일한 관세 기준을 적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며 "한국의 제조업 생태계는 약화되고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주도권을 독점함으로써 미국의 제조업 부흥이라는 비전 자체가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은 근래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사건과 일부 무역 관행에서의 불공정한 대우에 있어 깊은 상처와 실망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간 이른바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현금 직접 투자'(direct cash investment)에 관한 논의가 교착 상태에 이르렀는데 "한국은 투자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그 규모를 즉각적인 현금으로 집행할 경우 심각한 외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달러, 엔화처럼 기축통화로 뒷받침되지 않으며, 그 규모의 자금을 즉시 투입한다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수많은 기업이 파산했던 1997년부터 98년까지의 아시아 외환위기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며 "내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선소 자재 공급업체도 연쇄 부도 사태 속에 무너졌다. 국민들이 금을 기부하며 나라를 구하려 했던 모금 운동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국인의 80% 이상이 3500억 달러 현금 투자에 반대하는 여론조사가 있다며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게다가 한국처럼 신뢰도가 높은 동맹국이 왜 전액을 현금으로 선납해야 하는가"라고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미 관계가 전략적 산업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공동 투자·생산 및 노하우(기술) 공유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에너지 협력 △조선 및 방위 산업 협력 △문화·예술 산업 협력 및 식품·뷰티 등 파생 산업으로의 성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노하우 공유 등을 위해서는 "비자 및 쿼터 제도를 개선해 한국 기업 직원과 근로자들이 투자 프로젝트 기간 동안 미국에 무리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 산업은 존스법(미국에서 건조되지 않은 선박의 미국 내 항구 간 운송 금지), 번스-톨레프슨법(미국 함정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제한)과 같은 특정 규제를 미국 정부가 행정명령이나 법 개정을 통해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방위 산업은 "차세대 방위시스템의 공동 투자·개발, 나아가 공동 생산까지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를 넘어 진정한 혁신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국은 준비돼 있다"며 "미국과 함께 우리는 전략적 산업 동맹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이 동맹이 양국에 더 큰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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