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사한 ‘황금주’ 도입하자는 박현주... 1주만 가져도 막강한 이 주식 뭐길래
이 기사는 2025년 9월 24일 17시 5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니폰스틸)에 인수된 US스틸의 일리노이 공장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황금주(golden share)’ 카드를 꺼내든 것이 최근 화제가 됐다.
지난 6월 US스틸 매각을 승인해 주는 대신 대통령 명의로 황금주 1주를 부여받았는데, 이 황금주에 포함된 특수 거부권을 행사해 일본제철을 굴복시킨 것이다. 정부가 보유한 1주의 비토권이 산업 정책의 실탄으로 복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단 1주를 보유해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황금주는 무엇일까. 공교롭게 얼마 전 국내에서도 황금주에 이목이 쏠린 바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창업자에 대한 황금주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하면서다. 국내 상법 체계상 경영권 방어수단이 빈약한 탓에 최소한의 핵심 의사 결정 비토권을 제도화해 혁신기업의 장기 투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황금주는 소량의 지분만으로도 회사의 주요 자산 처분이나 합병 등 중대한 의사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주로 정부나 창업자에게 주어진다.
황금주의 기원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마거릿 대처 정부에서 통신, 공항, 항공 분야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도입했다. 기업의 소유권은 민간에 넘기되 핵심 자산 매각 등에 대해선 정부가 비토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유럽사법재판소(ECJ)가 황금주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 BAA, 포르투갈통신,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의 기업에 대해 정부가 보유한 황금주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외국 자본 유입을 위축시키는 부당한 제한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유럽에서는 황금주의 범위를 제한하고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번 일본제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미국에도 황금주가 있다. 미국의 황금주는 주로 외국인투자심의(CFIUS) 과정에서 쓰인다. 국가안보협정을 통해 황금주 1주에 거부권에 준하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골든파워(golden power)’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탈리아는 2012년 도입한 골든파워를 통해 에너지나 통신 등 특정 분야의 거래를 사전에 통지받고 조건부 승인 혹은 거부할 수 있다. 사실상 공적 비토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황금주와 유사하다.
이처럼 황금주는 본래 정부가 보유하는 특별 주식을 의미하나, 관용적으로 창업자에게 주어지는 차등의결권 혹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 회장이 말한 황금주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에서는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메타(옛 페이스북)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창업자에게 초다수 의결권을 부여했다.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창업자는 지분이 줄어도 주요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캐나다 이커머스 기업 쇼피파이는 아예 창업자 전용 특별 주식을 부여했다. 토비 뤼트케의 의결권을 40%로 고정해, 지분 변동과 무관하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에는 후자의 경우, 즉 창업자에게 부여되는 복수의결권만 존재한다. 2023년 벤처기업 특례를 도입해 창업자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여러가지 엄격한 조건하에서 가능하다. 복수의결권 도입이 합법화됐음에도 박 회장이 ‘황금주’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비상장 스타트업의 복수의결권 주식은 발행 후 10년간 유효하며, 상장하면 3년 내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또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1주당 1표만 행사할 수 있어 제한적이다.
상장사의 복수의결권은 현실적으로 도입이 매우 어렵다. 비상장사가 상장하면 3년 안에 소멸하며, 정관을 통해 비토권형 종류주를 도입할 수는 있으나 특별 결의 통과 및 한국거래소 심사 등 높은 허들을 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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