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가면]⑤ 성심당 보문산빵처럼… 무주 ‘덕유산도’가 구운 상생의 맛

“반딧불이가 쑥 위에 자주 앉는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봄 쿠키엔 쑥을 넣었죠.”
지난달 10일 전북 무주군에서 만난 강경미(44) 루시올앤드 대표는 쑥을 반죽해 봄을 굽고, 흑임자 위에 슈거파우더를 뿌려 겨울을 표현했다. 그렇게 사계절의 풍경을 담아 완성한 디저트가 바로 ‘덕유산도’. 강 대표가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루시올앤드’의 대표 상품이다.
‘루시올앤드’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반딧불이를 뜻하는 ‘Luciole’에서 착안해 지었다고 한다. 무주는 고도가 높고 산림 면적이 넓은 데다 청정 계곡과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반딧불이 서식지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적은 빛 공해 등 반딧불이가 살기 위한 자연조건을 모두 갖춘 덕에 ‘무주의 밤’은 반딧불이의 빛으로 환해진다.
‘덕유산도’는 프랑스식 구움과자인 다쿠아즈 형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식감을 가졌다. 사계절 무주 농산물을 충실히 반영해 봄에는 쑥, 여름엔 옥수수, 가을엔 사과, 겨울엔 흑임자를 활용한다. 눈 내린 덕유산의 겨울은 흑임자 쿠키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흰 파우더로 표현된다. “한 상자에 무주를 담는 것”이 바로 덕유산도의 철학이다.
대전 성심당의 ‘보문산메아리빵’처럼 지역성을 담은 디저트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무주의 덕유산도도 새로운 ‘지역 명물’로 주목받고 있다. 덕유산도는 무주군 공식 선물 세트로 자리 잡아 무주 반딧불축제와 태권도대회, 산골영화제 등 지역 행사의 공식 납품 디저트로 활용되고 있다. 강 대표는 “덕유산도를 통해 무주를 기억하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무주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다. 여성 농업인이자 식품 제조업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어머니 박순자 씨와 함께 30년 가까이 식당 ‘천지가든’을 운영하며 지역의 손맛을 지켜왔다. 전국 요리 경연 프로그램 ‘한식대첩 시즌3’에 전북 대표로 출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머루·천마·쑥·옥수수 등 무주산 원재료를 활용한 쿠키, 빵, 청류, 장아찌, 즙, 선물 세트 등 다양한 제품을 기획·출시했다. 이러한 도전의 배경에는 농촌진흥청의 ‘특산자원 융복합 기술지원 사업’이 있었다. 농업회사법인의 농산물 가공 역량을 키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강 대표는 “개인 투자만으로 가공 설비를 갖추거나 신제품을 내놓으려면 부담이 크지만, 정부 지원과 전문 컨설팅을 받으면서 실패 위험을 줄이고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시올앤드는 손작업 중심이던 쿠키 생산을 자동화해 일일 수백 개 단위 생산이 가능한 공장 체제를 갖췄다.
무주의 맛을 담겠다는 철학은 원재료에서부터 드러난다. 덕유산도 이외에도 머루, 천마 등 무주산 대표 농산물이 사용되는 빵과 쿠키가 다양하다. 향이 강해 그냥 먹기 어려운 천마는 여러 번 쪄낸 뒤 반죽에 넣어 ‘천마빵’으로 재탄생됐고, 볶은 천마가루와 소금을 배합한 ‘천마소금’을 얹은 소금빵도 있다. 머루즙, 복분자청 등 다양한 가공식품도 모두 지역 농산물로 만든다.

현재 루시올앤드는 무주에서 2700㎡ 규모의 직영 농장을 운영하며, 주변 3000㎡ 규모의 농가와 계약재배도 하고 있다. “콩잎, 깻잎, 고사리도 마을 어르신들이 채취해 주시는 게 저희 상품의 뿌리”라고 강 대표는 강조한다. 어르신 일손 지원도 적극 활용 중이다. “앉아서 콩잎 다듬는 일을 좋아하는 어르신이 많아요. 자연스럽게 지역 일자리로 이어지죠.”
강 대표는 머루·건고추·천마·콩잎 같은 지역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고(1차), 이를 머루즙·덕유산도·장아찌 등으로 가공해(2차), 식당 운영과 체험·판매(3차)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했다.
한식·양식·제과제빵 자격증을 모두 갖춘 그는 공장 인근에서 무주산 농산물로 쿠키와 빵을 만드는 제과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계절 재료를 활용한 쿠키 만들기 클래스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기획·제조·홍보는 물론, 지역의 맛을 알리는 체험 활동까지 더해지며 그는 일상 그 자체로 ‘6차산업’의 살아 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
강 대표는 “앞으로는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머루와인·천마 제품을 활용한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지역 관광 상품과 연결할 계획”이라면서 “무주의 맛을 제대로 담아내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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