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는 ‘버저비터’… 미식축구 필드골의 세계

장민석 기자 2025. 10. 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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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필드골의 세계
NFL(미 프로풋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키커 에디 피네이로(흰색 상의 18번)가 지난 3일(한국 시각) LA 램스와의 원정 경기 연장전에서 필드골을 차고 있다. 피네이로의 41야드 필드골로 3점을 얻은 포티나이너스는 램스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며 26대23으로 이겼다./AP 연합뉴스

지난 6일(한국 시각) 열린 NFL(미 프로풋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버펄로 빌스의 맞대결은 종료 20초를 남기고 승패가 갈렸다. 20-20으로 맞선 가운데 52야드(약 47.5m) 필드골을 차기 위해 패트리어츠의 신인 키커 앤디 보리게일스(22)가 나섰다. 경기 막판이라 부담이 클 법도 했지만, 보리게일스의 킥은 시원하게 날아가 골 포스트 사이를 통과했다. 패트리어츠는 이 필드골로 3점을 얻으며 23대20으로 승리, 4연승을 달리던 빌스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이날 테네시 타이탄스도 경기 종료 시점 29야드 필드골을 넣으며 애리조나 카디널스에 22대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키커 발끝에서 승패가 갈린다

미식축구의 꽃은 터치다운이다. 상대 엔드존에 공을 들고 들어가거나 엔드존에서 패스를 받으면 6점을 얻고, 이어 추가 득점 기회까지 주어진다. 그래도 박빙의 승부에선 키커의 발끝에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필드골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규 시즌 총 272경기를 치르는 NFL에서 3점짜리 결승 필드골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40~60경기쯤 된다.

최근에는 50야드 이상 장거리 필드골 시도가 늘어나면서 필드골을 전담하는 키커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시도조차 어려웠던 먼 거리에서 과감하게 필드골을 차서 3점을 얻는 장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기가 자주 뒤집히고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진다. 2000년만 해도 NFL 평균 필드골 시도 거리는 36.6야드였지만, 2010년 38.4야드로 늘어났고, 지난 시즌(40.2야드)엔 처음으로 40야드를 넘었다. 2010시즌엔 50야드 이상 필드골을 105회 시도해 59회 성공(성공률 56.2%)했는데, 2024시즌엔 278회 시도, 195회 성공(성공률 70.1%)했다. 시도 횟수가 2.6배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크게 올라간 것이다.

◇NFL 뒤흔든 ‘터커 효과’

NFL에 ‘장거리 킥’ 붐을 일으킨 주인공은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뛰었던 저스틴 터커(36)다. 터커는 2016년 50야드 이상 필드골을 10회 시도해 모두 성공하고, 2021년엔 역대 최장거리인 66야드 필드골을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까지 13년간 리그를 대표하는 키커로 활약했다. ESPN은 “터커가 연이어 장거리 필드골을 성공하면서 각 팀도 50야드 이상 지점에서도 적극적으로 필드골을 시도하게 됐다”며 “터커의 활약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킥을 배우는 학생 선수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최근엔 댈러스 카우보이스 브랜던 오브리(30)가 주목받는다. 축구 선수로 뛰다 은퇴한 뒤 평범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꿈을 잃지 않고 키커에 도전해 리그 최고가 된 ‘늦깎이 스타’다. 오브리는 지난달 뉴욕 자이언츠전에서 64야드 장거리 필드골을 성공해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며 카우보이스 승리의 주역이 됐다.

NFL 무대에서 키커가 차는 공이 더 멀리 가고 더 정확해진 비결로 전문화된 시스템을 꼽는다. 필드골은 롱스내퍼가 뒤로 던진 공을 홀더가 잡아 바닥에 세운 뒤 손가락으로 고정하면, 키커가 차 올리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예전에는 후보 쿼터백들이 주로 홀더 역할을 맡았는데, 최근에는 펀터가 이를 수행하고 있다. 미식축구에서 펀터는 세 번째 공격에서 목표 야드를 넘어서지 못한 경우 네 번째 공격 때 공을 최대한 멀리 차서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는 포지션이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대니 스미스 코치는 “펀터 선수가 홀더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훈련 때 쿼터백을 따로 빼올 필요가 없어졌다”며 “롱스내퍼, 홀더, 키커가 함께 훈련하는 시간이 늘면서 선수 간 호흡이 더 정교하게 들어맞고, 킥 완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부진한 키커는 ‘파리 목숨’

정상급 키커는 좋은 대우를 받지만, 부진에 빠지면 곧바로 방출 통보가 날아든다. 애틀랜타 팰컨스에서 뛰며 2020시즌 프로볼(올스타)에 선정된 재미 교포 키커 구영회(31)는 2022년 2425만달러(약 340억원)에 팀과 5년 연장 계약을 맺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필드골 성공률이 73.5%로 떨어지자 9월 결국 팀에서 방출됐다. 구영회는 현재 뉴욕 자이언츠의 2군 격인 프랙티스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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