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6번째 노벨 의학상, 한국 의료의 길을 묻는다

일본의 의사과학자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교수가 미국의 과학자 2명과 함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 화학상과 함께 일본 연구자가 올해 2개의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제어성 T세포, 면역 원리를 규명해 자가면역 질환, 암, 장기이식 등 치료의 길을 연 공로를 인정받았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31번째다.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은 27번째이고, 이 중 생리의학상은 여섯 번이다.
한국과 비슷한 공적(公的) 의료 제도를 가진 일본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은 의대생들이 임상의(醫), 그중에서도 졸업 후 수익성 높은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전공에 몰리면서 연구자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 의료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 사카구치 교수는 교토대 의대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의학 연구를 시작해 일본·미국을 오가며 암 치료를 연구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2012년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 2018년 수상자 혼조 다스쿠 교수 역시 의대를 졸업한 뒤 연구의 길을 걸은 끝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노벨의학상 수상자의 30%가 의사 출신이라고 한다.
일본이라고 의대생의 임상의 선호와 인기 분야 쏠림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역시 의사과학자의 길을 가는 의대 졸업생은 소수라고 한다. 하지만 연구자를 우대하는 풍토가 강해 국립대 15곳을 중심으로 전국 80여 의대 중 절반 이상이 6년제 의대 과정에 과학자 과정을 접목한 육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인이 받은 6개 노벨 생리의학상은 대부분 장기간 연구 성과를 축적한 국립대 연구소에서 나온 것이다. 암 치료, 줄기세포 등 이들의 연구 성과가 임상과 신약 개발로 이어져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발표 직후 한국에선 서울대의 ‘의사과학자’ 과정 수료자 중 연구소 등에서 의학 연구를 계속하는 비율이 절반뿐이란 뉴스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의사과학자의 박사 학위 취득까지 전 주기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양성 과정 수료자 77명 중 순수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인원은 34명이라고 한다. 임상의와 비교해 연구직의 소득이 크게 낮은 데다 진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최고 수준의 인재가 의대에 몰리고 있다. 그 결과 한국 병원의 의료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신약, 백신, 연구 개발 등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선 반대로 질적 저하를 겪고 있다. 유능한 의사는 많지만 유능한 의사과학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실종된 의대 교육과 의료 제도 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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