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같은 하루][ 209] I’ll be your certainty

셀린 송 감독의 ‘머티리얼리스트(Materialists·2025·사진)’는 모든 것이 숫자로 환산되는 세상에서 사랑의 본질적 가치를 묻는다. 고객의 가치를 소득, 학력, 외모로 평가하고 사랑마저 비즈니스로 여기는 매칭 매니저 루시. 그녀의 세계는 부유한 고객 해리와 가난한 전 연인 존 사이에서 흔들린다.
해리는 관계를 투자로 접근하며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몸도 아파트 같아서 가치를 되찾으려면 투자해야죠(A body is like an apartment. You have to invest to get the value back.)”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반면 가난한 예술가 존은 물질이 아닌 사랑의 확실성을 약속한다. “내가 너의 확신이 될게. 최종 제안이야. 흥정은 안 돼, 그것 말곤 내놓을 게 없거든(I’ll be your certainty. That’s my final offer. And you can’t negotiate because I don’t have anything else to offer you.)” 이 대사는 계산 가능한 가치와 불가능한 사랑의 무게를 저울질하게 하며 영화의 핵심을 관통한다.
루시가 쌓아 올린 계산의 세계는 고객 소피의 비극으로 무너진다. 루시가 주선한 남자에게 폭행당한 소피는 “난 상품이 아니에요. 인간이에요(But I am not merchandise. I’m a person)”라고 절규한다. 루시는 자신의 일이 사기라고 자책하며 인간을 숫자로 환산하는 일의 허상을 깨닫는다.
결국 루시는 물질적 풍요를 상징하는 해리를 떠나 진실한 사랑을 택한다. 과거 존에게 “너와 함께하는 것과 구질구질한 삶을 저울질하고 있어(I’m weighing being with you against these shit tradeoffs)”라며 자신을 비난했던 그녀는 마침내 존의 확실함이라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가장 중요한 거래는 마음으로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역설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대통령 세제 개편…“그 정도로는 ‘영끌 강남행’ 못막는다”
- 귀한 홍어 날갯살만 골라 새콤 달콤 무쳤다, 조선옥 명인의 홍어무침
- 부쩍 침침해진 눈 건강 루테인, 3개월 분 1만원대 특가
- ‘칩플레이션’ 천태만상… PC 구매 미루고 “금보다 잘 오른다” ‘램테크’ 조짐까지
- 지난달 외화 예금 두 달 연속 증가…올해 들어선 감소세
- 공정위,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불허 “결합 시 요금 인상 등 경쟁 제한 우려 커”
- 美국방차관 “한국은 동맹의 모범… 현대화 및 발전 방안 논의 기대”
- ‘이재석 경사 순직’ 해경 과실 함구 지시… 前 인천해경서장 등 ‘혐의 부인’
- 김어준, 총리실 여론조사 유감 표명에도 “이쪽이 결정할 일”
- ‘달러에서 금으로’...국제 금값 5000달러 돌파, 국내서도 “금 사자”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