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포기해도 될까요?" SNS 글귀…17년째 '벼랑끝 신호' 찾는 남성

이상엽 기자 2025. 10. 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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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 포기하고 싶다"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SNS 글에서, 위험 신호를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추석 당일에만 열한 명의 청소년을 구조했는데, 이 남성을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텅 빈 사무실, 불 꺼진 복도.

잠시 쉴 때도 휴대전화를 놓지 않습니다.

46살 유규진 씨입니다.

이 사람, 동작구청 공무원이자 1인 시민단체 구성원으로 일합니다.

매일 SNS에서 위험 징후를 보이는 아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19살이에요."
"내 편이 없는 것 같아요."
"남을 가족들이 걱정돼요."

[유규진/동작구청 공무원 : 대상자는 19살 여학생이에요. 가족들한테 그리고 주위 사람들한테 피해를 입힐까 봐. 주변에 대한 트라우마 부분들을 고려하고 있는 거거든요.]

모든 걸 포기한 듯한 글귀, 공공연히 말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명백한 위험 신호였습니다.

조심스레 대화를 이어간 뒤 특정 정보를 파악해 경찰과 공조했습니다.

그렇게 청소년들 생명을 구하겠다고 나선 지가 17년째입니다.

지금까지 2만 건을 신고했고 구조율은 90%에 이릅니다.

[유규진/동작구청 공무원 : 마지막 글을 남긴 것을 보게 되면 나도 사실은 살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결심을 하고 그다음에 재갈등이 이뤄지고…]

한 번 막다른 곳까지 갔던 아이들,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걸 볼 때면 기뻤습니다.

[유규진/동작구청 공무원 : 충분히 구조가 잘 이뤄지고 또 사후 관리 부분들이 잘 되면 재시도율 부분이 극히 낮은 편으로 그렇게 보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마음 괴로울 때가 많았습니다.

[유규진/동작구청 공무원 : 아이의 이름, 생년월일, 지역, 사진. 그리고 어디 동네에 사는 것까지 전체적으로 특정해서 경찰에 신고했었는데… 아이의 자전거가 있고 아이는 없는 거예요.]

더 빨리 위로하지 못했고, 결국 다 구조할 수는 없다는 무력감 때문입니다.

[유규진/동작구청 공무원 : {가장 첫 단계로 중요한 일은 위로와 관심이라고 보이거든요.} 만일 붙잡았다고 한다면 어떻게든지 살려고 노력은 하죠. 주위에 누가 위로를 해주거나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면…]

"나만 없으면 행복한 가정일 텐데…"
"저는 왜 이럴까요?"
"다 포기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 거죠?"

유씨가 추석 당일 SNS에서 찾은 글들입니다.

이날 하루에만 11명의 청소년을 경찰, 소방과 함께 구조했습니다.

외롭고 막막했던 청소년들은 자신을 버리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도움을 원했습니다.

[유규진/동작구청 공무원 : 저는…살리는 사람. {이 일을 언제까지 하실까요?} 글쎄요. 나름대로 끝까지 하지 않을까요. 생명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46살 유규진 씨는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영상편집 김동준 VJ 김진형 작가 유승민 영상디자인 강아람 취재지원 권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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