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양념을 아시나요?

방민준 2025. 10. 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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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입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이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는 '스윙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좋은 스윙만으로는 진정한 골프의 묘미를 맛볼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음식 재료가 있어도 조화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양념이 없으면 맛난 음식을 만들 수 없다. 좋은 음식은 달콤하고 향기로움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맵고 짜고 시고 쿰쿰하고 떫고 때로는 비위를 상하게 할 정도의 부패한 맛을 내는 양념이 더해질 때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으로 승화한다.



 



골프에도 그 묘미를 살려내는 양념이 필요하다. 샷과 샷 사이사이에 스며든 감정과 사색,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골프는 인생처럼 풍요로운 맛을 낼 수 있다. 



 



골프에 풍요로움을 더하는 양념은 과연 무엇일까. 40여년의 구력과 구도자가 되어 골프의 밀림을 헤맨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골프의 양념을 추려봤다.



 



골프는 스윙의 숨결로 생명을 얻는다. 좋은 스윙에는 리듬과 호흡이 있다. 심장의 고동, 근육의 꿈틀거림, 스치는 바람의 느낌, 발 아래 흙의 촉감도 또 다른 스윙의 리듬을 만든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스윙도 흔들린다. 리듬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훌륭한 스윙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화해에서 나옴을 깨닫게 된다.



 



자연과의 교감은 골프에서 필수적인 양념이다. 골프장은 또 하나의 자연 미술관이다. 이른 아침의 안개, 잔디 위의 반짝이는 이슬, 철 따라 코스를 장식하는 백화(百花) 방초(芳草), 숲에서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 소매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등 모든 것이 골프의 배경이 아니라 본질이다. 자연을 이기려 하기보다 그 속에 녹아드는 순간 골프는 명상이 된다. 깊은 산속 고찰의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風磬)은 소리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찰의 역사를 읊조린다.



 



함께 라운드하는 동반자는 뺄 수 없는 양념이다. 골프는 혼자 하는 경기 같지만 결국은 사람과의 스포츠이자 예술이다. 멋진 샷을 날렸을 때의 환한 웃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용히 손을 내미는 배려, 실수를 잊게 하는 사려 깊은 농담 한마디 등의 따뜻한 온기가 라운드를 따듯하게 한다. 좋은 스코어보다 오래 남는 건 함께한 사람의 얼굴이다. 



 



미스샷 없는 라운드가 없듯 실패는 골프의 맛을 깊고 풍요롭게 하는 양념이다. 평소에는 입에 거슬리는 양념이 음식에서 적절히 배합될 때 깊은 맛을 내듯 당시에는 치명적으로 여겨지는 실패가 결국은 내 골프에서 곰삭은 맛을 내는 양념임을 깨닫게 된다. OB, 뒷땅, 벙커, 3퍼트 등은 골퍼라면 누구나 겪는 쓴맛이다. 음식에서 쓴맛이 있어야 단맛이 살아나듯 골프에서도 미스샷 위에 피어난 굿샷이 더 아름답다. 세 번 만에 벙커를 탈출한 뒤 웃을 수 있을 때 그는 이미 골프의 철학을 이해한 사람이다.



 



샷을 날리는 매 순간 우리는 마음의 거울을 마주한다. 왜 서둘렀을까, 왜 한숨 돌리지 못했을까, 내 동작 어디가 무너졌는가, 왜 분노에 휩싸였을까 등 자신에게 던지는 이런 물음 속에서 자신을 읽고 다듬으며 성찰한다. 골프는 결국 '자신을 다스리는 예술'이다. 골프에서 최고의 성취는 스코어보다는 마음의 평정이고 깨달음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상차림이 격에 맞지 않으면 제맛을 보기 어렵다.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 미학적 테이블 세팅, 음식을 대하는 사람의 품격에 따라 맛이 살아나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한다. 골프는 단순한 운동 이상이다. 골프에 임하는 자세와 말의 온도, 표정의 절제 등이 어우러져 골프의 미학이 완성된다.



 



골프의 묘미는 결코 스윙에 있지 않다. 좋은 스윙보다 아름다운 건 자기만의 리듬으로 페어웨이를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이다. 동양화를 닮은 그 많은 빈틈 사이사이 리듬과 호흡, 자연, 사람, 실패, 사색, 품격 등의 양념이 어우러질 때 골프는 스코어를 뛰어넘어 향기로운 삶의 여정이 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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