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왜곡” “판단은 국민이” 《건국전쟁2》두고 여야 갑론을박 가열

박성의 기자 2025. 10. 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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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추석연휴 《건국전쟁2》 관람…“역사 다양한 관점 존중돼야”
제주4·3단체 “극우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해” 규탄 성명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민 모욕 발언에 분명히 책임 져야”
與 맹공에…주진우 “역사와 문화는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한다."(오영훈 제주지사)

"역사는 권력을 잡은 자가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10만 명이 넘는 4·3 유족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행위다."(제주4·3범국민위원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7일)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영화의 작품성, 역사의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는 모습이다. 여권과 제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건국전쟁2》가 제주 4·3을 폄훼·왜곡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맞받으면서 논란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장동혁, 극우 민심만 살펴"…제주 시민사회-與 비판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8일 성명을 통해 "장동혁 대표는 4·3유족과 시민단체의 정중한 요구를 무시한 채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며 "민심을 살펴도 모자랄 공당의 대표가 추석 연휴 한복판에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장 대표가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인정되지 않으면 저는 쉽게 역사는 왜곡될 수 있다. 용기 내서 이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며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3만 명의 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이자 10만 명이 넘는 4·3 유족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를 겨냥해 "수만 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 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며 "제주도민들이 77년간 피울음으로 목격하고 증언해왔던 진실이 상식이 되고 역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하는 장동혁 대표는 온 국민이 TV로 내란의 현장을 지켜봤음에도 윤석열을 옹호하는 내란당의 대표답게 뻔뻔스럽다"며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유족과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외면한 인면수심의 행태"라며 국민의힘과 장 대표를 규탄했다.

민주당은 "4·3 희생자 유족들의 간곡한 관람 취소 요청도 묵살한 채 4·3 왜곡 영화를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선거때마다 말한 4·3의 완전한 해결이냐"며 "진정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면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제주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발부터 자중하라"고 촉구했다.

4·3평화공원 내 4·3위령탑 ⓒ 4.3평화재단 제공 

"국민이 판단하면 될 일" "다양한 관점 존중"…野 반발

《건국전쟁2》는 1945년부터 1950년까지 '해방정국'에서 정부수립을 둘러싼 좌우 갈등을 다룬 독립영화다. 제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주 4·3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해당 영화의 편향성과 완성도 부족 등을 이유로 독립영화로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건국전쟁2》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화는 역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일뿐, 역사 왜곡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7일 정희용 사무총장, 서지영 홍보본부장 등 당직자, 청년 당원들과 함께 《건국전쟁2》를 관람한 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바라보는 이 영화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와 문화는 권력을 잡은 자가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핵심은 '공권력의 방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영진위가 편향성과 완성도를 이유로 독립 영화로 인정 안 했다. OTT와 TV 진출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 검열이다. 관람객이 판단할 일이다. 보통 진실을 두려워하는 쪽이 보고 듣는 것을 막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상과 표현을 정부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나라! 자유가 숨쉬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건국 이념"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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