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친정 느낌." 박민지 꿈을 키우고, 첫 승 이룬 88CC 추억 꺼낸다. 최다승&연속 우승 두 토끼 사냥
- 주니어 때 인연 맺은 골프장, 2017년 우승 기억도
- 통산 19승 후 16개월 무관, 남은 5개 대회에서 9년 연속 우승 행진 사냥
- KLPGA투어 통산 최다승 20승 대기록에 –1, 마침표 찍겠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올해 38세의 나이로 새로운 테니스 역사를 썼습니다.
지난 5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제네바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였습니다.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조코비치는 통산 100번째 ATP 투어 이상급 단식 정상에 올랐습니다. 100회 이상 우승 고지에 오른 선수는 지미 코너스(109회)와 로저 페데러(103회)에 이어 3번째였죠.
조코비치는 또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2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 시즌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습니다. 10대 때인 2006년 7월 네덜란드오픈에서 첫 ATP 투어 우승을 신고한 뒤 올해까지 해마다 우승 소식을 전한 겁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함께 갖고 있던 종전 19시즌 연속 기록을 넘어서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나달은 2004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1승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LPGA)투어에는 박민지(27·NH투자증권)가 조코비치 같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박민지는 KLPGA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한 뒤 두 번째 대회 만인 2017년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첫 승을 올린 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듬해부터 2020년까지 해마다 1승 씩을 거둔 데 이어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6차례씩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춰 '민지 천하'를 이뤘습니다. 2023년 2승을 올린 뒤 지난해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는 단일 대회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죠.


KLPGA에 따르면 8년 연속 우승은 역대 최다 연속 우승 기록입니다. 그 다음 기록은 고우순이 1987년부터 1992년까지 기록한 6년 연속 우승입니다.
어느새 박민지의 통산 우승 횟수는 19회를 채워 고 구옥희 전 KLPGA 회장과 신지애가 갖고 있는 KLPGA투어 최다승 기록 20회에 단 1회만을 남겨뒀습니다.
하지만 아홉수에라도 걸렸을까요. 박민지는 19번째 우승 후 16개월이 지나도록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35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무관에 머물렀습니다.
2025시즌도 이제 종착역을 눈앞에 두면서 남은 대회는 10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K-FOOD 놀부·화미 마스터즈(총상금 12억 원,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를 포함해 5개가 남았을 뿐입니다.
박민지는 과거에도 10월 말이나, 심지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그 해 첫 우승을 거둔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추석 연휴 막바지를 수놓을 이번 대회가 그에게는 최다승과 연속 우승의 두 토끼를 잡을 절호의 기회로 보입니다.
지애드(대표 강영환)의 선수 관리를 받는 박민지는 "올 시즌 우승을 거둘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라면서 "우승이 간절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대회 장소인 경기도 용인시 88CC는 박민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박민지가 KLPGA투어 첫 승을 장식한 코스가 바로 88CC입니다. 당시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루키 박민지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안시현, 박결과 동타로 4라운드를 마친 뒤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3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민지는 기어이 버디 퍼트로 승리를 결정지어 스타 탄생을 알렸습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세계 여자 아마추어 팀챔피언십 우승 멤버로 활약한 박민지는 88CC 장학생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습니다. 국가보훈부에서 운영하는 이 골프장은 골프 유망주 육성과 사회 공헌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매년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학생들에게는 88CC 라운드 기회가 주어지며 부지 내 연습장과 파3 코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박민지에게는 장학생 선발을 통해 88CC에서 연습 라운드 갈증을 풀며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장학생 활동 당시인 2016년 호주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박민지는 2023년 '일류보훈 홍보대사'로 위촉돼 후배 골프 꿈나무 장학생에게 멘토 역할을 해줬습니다.
박민지는 "어려서부터 훈련을 가장 많이 한 골프장이라 편안한 친정에 온 느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88CC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홀들이 있어 거리 계산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린이 작고 경사가 심해 코스 매니지먼트도 중요합니다. 박민지 역시 "전통적인 산악형 한국 골프장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반적일수 있지만 조금은 더 정교한 플레이가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판단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3차 신경통에 시달리며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던 박민지는 최근 7개 대회 연속 3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며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20개 대회에서 컷 탈락은 한번 뿐입니다. 전성기때보다 다소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는 퍼트 정확도만 끌어올린다면 얼마든지 우승을 노릴만 합니다.
박민지가 자신을 키워 준 코스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올린 데 이어 값진 20승 고지에 오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겁니다.

크라우닝(대표 김정수, 우도근)이 대회 운영을 맡은 이 대회는 건강한 식문화로 자리잡은 'K-푸드'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 놀부와 식재료 원료 회사인 화미가 KLPGA와 연을 맺으며 탄생했습니다. 올 시즌 3라운드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열린 대회 중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와 함께 가장 높은 상금 규모여서 초대 챔피언을 향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입니다.
주최사는 선수와 갤러리 모두에게 한국적 미식과 스포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취지의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유료 티켓 구매자 전원에게는 화미가 마련한 조미료 세트를 증정합니다. 갤러리 플라자에서는 놀부가 선보이는 분식, 닭강정, 보쌈 등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됩니다. 특히 15번 홀은 '놀부 시그니처 홀'로 지정돼 대회 마지막 날 선수들에게 보쌈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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