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송편이라 믿고 깨물었다가 흰앙금에 당했네…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추석편]
[그거사전 추석편] 모시송편에 들어가는 흰 앙금 ‘그거’
![달콤한 깨송편인 줄 알고 크게 베어 물었더니 텁텁한 동부소가 튀어나오면 억울하기 마련이다. [사진 출처=자연이야기/옥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03151vhdb.png)
전남 영광의 향토 음식이라고 했지만, 정작 동부는 이집트 등 아프리카를 원산지로 하는 콩이다. 이집트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나일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 - 인가 싶지만, 동부콩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유입된 시기는 조선 시대로 본다. 명나라 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1578년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동부(강두豇豆)에 대해 “꼬투리는 2척(66센티미터)까지 자라고, 채소가 되기도 하고 열매를 먹을 수도 있어서 곡물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니발레 카라치, 1580-1590, 콩을 먹는 사람(The Bean Eater), 로마 콜론나 궁전 소장.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16세기 말엽 작품 속에서 농부가 퍼먹고 있는 콩이 바로 검은 반점이 있는 동부다. 빵과 파, 베이컨과 레드와인이란 구성은 좋은데, 파가 너무 생파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이븐하지 않다. [사진 출처=공공저작물]](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05787mqnr.png)
영미권에서 카우피(Cowpea)라고 부르는 동부는 콩과의 한해살이 덩굴 식물로, 모래 토양과 적은 강우량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억척스러운 성정 덕분에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을 먹여 살리는 작물로 자리 잡았다. 기원전 2500년 이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며, 인류의 가장 오래된 재배 작물 중 하나로 본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니제르 두 나라에서 전 세계 동부의 66%가 생산될 정도다. 기원전 400년 무렵에는 아프리카, 지중해, 인도, 동남아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지 전역에 정착해 있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상당수의 콩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뿌리혹에 사는 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은 비료만으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토지를 비옥하게 만든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22년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작물 중 하나로 이 동부를 꼽았다.

![블랙 아이드 피s. 콩의 배꼽 부분에 검은 반점이 특징이다. [사진 출처=Toby Hudson/위키피디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08386injn.png)
지금은 호핑 존이 미국에서 새해의 재물 운·행운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메뉴로 자리 잡았지만, 기원은 신대륙으로 팔려 온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이 해 먹던 음식이었다. 검보, 잠발라야, 콘브레드, 프라이드 치킨 등과 마찬가지로 블랙 아이드 피스는 미국 남부 흑인들이 곤궁한 삶 속에서 발전시킨 고유의 식문화이자, 정체성과 연대의 상징이 됐다.
![왼쪽은 블랙 아이드 피를 이용한 미국 남부 소울푸드 호핑 존(Hoppin’ John). 그리고 그 소울푸드에서 그룹명을 따온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한국 힙합 그룹의 이름이 ‘the 청국장’ 혹은 ‘the 파주 장단콩’인 셈이다. 이게 본토 힙합의 패기다. [사진 출처=블랙 아이드 피스·Ser Amantio di Nicolao/위키피디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09673bfbh.png)
![이게 뭐시여 -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갓끈동부 꼬투리의 비주얼. 갓끈 하니 또 복근 사인만 남기고 사라진 사자 보이즈 ‘갓끈 걔’ 애비가 생각난다. 인간적으로 케데헌2에는 부활시켜줘라. [사진 출처=도시농부/위키피디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10969bryw.png)
동부소란 표준어보다 동부앙금, 동부콩고물이란 어휘가 더 자주 쓰이지만, 모두 틀린 표현이다. 곱게 갈거나 으깨서 만든 속(소)을 일컫는 표현으로 앙금을 쓰곤 하는데, 앙금은 아예 의미 자체가 다르다. 앙금은 녹말 따위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채 섞이지 않고 가라앉은(=침전된) 층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개운치 않은 감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앙꼬 없는 찐빵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떡이나 빵의 안에 든 팥’이란 뜻의 표준어로 등재돼 있긴 하지만, 앙꼬(餡子)는 일본어 투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餡子(안코 혹은 앙코로 발음)는 1. 팥소(餡·あん 앙)를 속되게 이르거나 2. 속을 채우는 물건·재료 등을 뜻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앙꼬의 순화어로 팥소를 권장한 바 있다. 국내에서 유행한 다디단 빵 중에 앙버터(あんバタ)라고 두꺼운 버터와 비슷한 두께의 팥소를 넣어 만든 빵이 있는데, 이름부터가 앙과 버터를 합쳐놓은 것이다.
아마도 팥소를 뜻하는 앙(혹은 앙꼬)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대충 비슷한 발음과 물·마음속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뜻하는 앙금을 발견하고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결합, 떡·빵 안을 채우는 속을 의미하는 단어로 변용된 것으로 조심스레 추정해본다.
![조선일보, 1925년 4월 28일 자, 서양과자 만드는 법 16편. [사진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12217wnwr.png)
![동아일보, 1925년 5월 8일 자, 과자 제조법. [사진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13444qods.png)
![조선일보, 1957년 11월 21일 자, 애기 생일 차림. [사진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14744ojdq.png)
![찹쌀을 기본으로 팥, 대추, 은행, 해바라기 씨앗, 금귤 등 여덟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재료를 설탕과 만든 팔보반(八寶飯). 요즘 애들 생일상에 팔보반을 올리면 여러모로 화제가 될 터다. [사진 출처=바이두백과(百度百科)]](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16024rrva.png)
④ 이때 도중에서 찰밥 속에 파ㅌ소를 집어넣고 보이지 않게 묻어 놓음.
이거다. 파ㅌ이란 표기법은 일단 넘어가고, 팥앙금과 팥소를 구분해서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앙금은 팥 따위를 삶거나 물에 불린 뒤 갈아서 가라앉힌 침전물, 즉 사전적인 의미로만 쓰였고, 이를 가지고 떡이나 빵의 속으로 만든 것은 팥소라는 이름으로 지칭했다.³
하지만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에서조차 팥소=팥앙금=앙꼬로 굳어지게 된다. 팥소와 팥앙금을 분명히 구분했던 조선일보의 1966년 11월 17일 자 기사 ‘食品毒素(식품독소)는 하나가 아니다’ 본문을 살펴보자. 같은 해 공업용 환원표백제인 롱갈리트(rongalite)를 사용한 7개 제과업체가 입건되는 롱갈리트 파동 관련한 해설 기사다. 기사는 식품 제조 과정에서 쓰이곤 하는 유독성 화학 물질들을 조명하고 있는데, 이중 메틸 바이올렛에 대해 “자색으로 착색되는 색소로, 팥앙금(앙꼬) 요깡 등에 쓰이기 쉽다”라고 기술했다. 요깡은 일본 화과자인 양갱(羊羹·ようかん 요칸)의 일본식 표현이다.
고물은 떡의 겉에 묻히거나(feat. 인절미) 켜와 켜 사이에 얹는(feat. 시루떡) 가루를 말한다. 떡의 맛과 영양을 높여주며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해줘 고루 잘 읽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팥·콩·녹두·참깨·검은깨 등을 많이 쓴다. 소와는 다르다. 특히 인절미를 고소하게 만들어주는 콩고물을 만들 때 동부도 많이 쓰는데 이때에는 콩을 삶지 않고 껍질째 볶은 다음 알맹이만 따로 분리해 갈아내면서 색이 노랗게 변한다.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던 시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추억이 됐다. 전문가의 손길로 빚어낸 송편을 사서 먹는 쪽이 더 맛있기도 하지만, 넘어가자. [사진 출처=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mk/20251008133318582kdpk.png)
추석 명절에 즐기는 대표적인 음식인 송편은 멥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깨, 콩, 밤, 대추, 팥 등의 소를 넣고 찐 떡이다. ① 이때 이름 그대로 켜켜이 솔잎(松)을 깔고 쪄낸다. 사전에서는 ② 가을에 추수한 햅쌀과 햇곡식으로 빚어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를 담은 명절 음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음력 2월 1일 노비일(머슴날·일꾼날), 6월 15일 유두, 7월 7일 칠석, 7월 15일 백중과 복날 등 ③ 힘든 농사일과 일꾼에 대한 감사와 격려를 위해 대접하는 성격의 음식이었다. ④ 송편은 17세기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데 당시엔 송푠·숑편이나 松餠(송병) 등으로 적었다. ⑤ 송편의 모양은 달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금은 반달 모양이 일반적이지만 지역에 따라 보름달 모양의 원형 송편도 빚었다. ⑥ 콩송편은 양반으로 보일 정도로 파격적인 송편소도 있었다. 조선 시대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에는 송편소로 미나리를 썼다는 기록도 남아있고, 부인필지婦人必知(1900년대 초)에는 잣, 호두, 생강, 계피 등이 언급됐다. 미나리 송편, 쉽지 않다.
동부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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