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뒤 바다보며 물멍”···‘워케이션’은 침체된 지역을 살릴 수 있을까

김세훈 기자 2025. 10. 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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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워케이션 중인 직원들. 제주도 제공

제주 구좌읍 세화리는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해안마을이다. 휴가철 대형 해수욕장보다 덜 붐비는 탓에 여유롭게 ‘물멍’을 즐기고 싶어하는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 느긋한 분위기가 흐르는 이 마을에는 대기업 직원들이 꾸준히 들르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닷가 맞은 편에 있는 워케이션 카페 ‘질그랭이 센터’다.

질그랭이 센터는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2021년 개관했다. 1~2층은 여행자센터와 카페, 3~4층은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이 있다. LG전자·HD현대중공업 직원들도 이곳을 찾았다. 협동조합을 통해 운영되고 연간 5억~6억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최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키워드로 워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워케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이던 2020년대 초 국내 대기업 위주로 확산했다. 대면근무가 어려워지자 네이버·토스 등 테크기업들이 지역 내 자체 숙소 등을 활용해 워케이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계기였다.

직장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3년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0%는 워케이션 참여를 희망했다. 워케이션 선호 지역은 제주(31.8%), 강원(19.5%), 서울(18.8%) 순이었다.

다만 앤데믹 이후 재택근무 흐름이 잦아들면서 분위기도 다소 변했다. 직원 간 상호 소통이 어렵다는 단점도 부각됐다. 팬데믹 때 전면 재택근무를 선언한 해외 빅테크들도 잇따라 대면 근무로 돌아가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부터 주 5일 출근을 원칙으로 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본사와 가까이 사는 직원에게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했다.

전남 순천 정원 워케이션 센터의 사무공간 전경. 전남 관광재단 제공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워케이션 활성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생활인구를 늘려 침체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경주는 올해 말까지 경주 토함산 자연휴양림과 연계한 ‘워케이션 빌리지’를 준공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올해 ‘강원 워케이션’ 프로젝트 진행 시군을 기존 5곳에서 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워케이션의 간접적 생산유발 효과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도 워케이션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등 노동문화 개선에 워케이션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촌 워케이션 산업 대상지를 6곳에서 10곳으로 확대했다. 새로 추가된 곳은 경기 이천 산수유마을, 전남 곡성 러스틱타운, 경남 남해 소도읖, 충남 공주 힐스포레 등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워케이션 지원 프로그램으로 전국 21개 지역의 워케이션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 공무원 1560명을 대상으로 휴가지 원격 근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대 직장인 A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데 워케이션은 눈치 보지 않고 떠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 워케이션도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역의 숙박업·음식료업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새로운 모델로 장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연환경뿐 아니라 소비여건 개선 등 정주를 위한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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