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AI와 ‘좋은 삶’

조계완 기자 2025. 10. 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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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지금까지 개인과 조직의 시장·효율·경쟁·지대추구 사회경제에서 이제 인공지능(AI)으로 연결되는 상호의존적 경제는 ‘좋은 삶’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2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시장을 한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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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보고서는 “인간은 비숙련 노동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70㎏의 가장 저렴하고 비선형인 만능 컴퓨터”라고 했다. 1851년 영국 런던 만국박람회로부터 170여 년이 흘렀지만, 어쩌면 우리 인간은 그 어떤 기존 공작기계들보다 훨씬 더 민첩하고 재치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볍고 에너지 효율적인 생산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사 보고서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HBM(고대역폭메모리)·그래픽처리장치(GPU) 집적회로 같은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추론에 필요한 칩들로 어질어질한 세상이다. “무수한 인간기계 노동기관들이 열광적으로 결합·난무하며 폭발하는 곳”으로 묘사돼온 20세기 단조로운 작업공장들처럼, 지금 지구경제는 여기저기서 결합·난무하는 AI에 온통 휩싸여 있다.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공상이야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 스스로 비약적 생성·발전을 거듭하는 사이클과 그 가공할 속도·범위가 주는 AI 충격과 흥분은 흡사 ‘인간 조건에서 벗어나려는 반란’에 우리 모두 들떠 있는 듯하다.

인터넷·스마트폰뿐 아니라 사진이미지, 영상·음성까지 이 세상 모든 디지털 콘텐츠는 0과 1, 이 두 숫자 데이터의 조합으로 생산·유통·소비되는 정보상품이다. AI가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면 비용 효율적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생산·판매 기술을 찾아낼 수 있다. AI의 정체는 사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적응하며 이미 익숙해진 디지털이다. 20세기 대량생산·소비혁명을 이끈 헨리 포드의 어셈블리 공장 조립라인도 당시 전혀 새로운 물리적 발명은 아니었다. 효율적 노동을 위해 인간을 조직하고 재배치하는 작업 원리, 그것이 포드주의의 ‘새로운’ 기술이었다.

압축적으로 진행 중인 AI 기술은 투자 뒤 수익을 창출해내는 ‘자본 회임기간’이 짧고 생산성과 자본 효율을 압도적으로 높인다. 거의 무한한 생산능력을 가진 경제시스템을 만들어낼 거라는 유토피아 이야기도 나온다. 증기기관·철도·전기·자동차·인터넷·스마트폰 혁명을 간단히 뛰어넘는 ‘세상을 바꾸는 기계’라는 꿈이다.

직종과 산업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우리가 일하는 장소는 벌써 AI 격변의 도상에 들어서 있다. 수많은 AI 신기술 제품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쏟아지고, 지구상 물리적 경계는 이미 소멸한 지 오래고,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있다. AI 사회경제는 사람 사이의 광범위한 협력과 연결에 기반해 있는데, 무릇 모든 기술 변화는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뒤바꾸기 마련이다.

AI 노동세계가 우리를 아예 “새롭게 형성할” 수도 있다.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낚시를 가며 저녁에는 양을 기르고 저녁 식사 후에는 토론을 벌이는, 화가·어부·목사·학자가 되지 않고서도 이것들을 적절히 잘할 수 있는”, 19세기 중반 두 공산주의 사상가가 상상했던 이런 풍경이 단순한 은유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도래할지 모른다.

반면에 정보기술 독점체제가 고착되고 AI 수용·진행 속도에서 불균형과 격차가 커지면서 노동이 더욱 양극화되고 불평등과 사회적 긴장감이 더 높아질 거라는 우울감도 장래 우리에게 닥칠 또 하나의 조건이다. 언제나 문제는 기계 자체가 아니라 그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에 있다.

근대 산업혁명 이후 150여 년 인류의 여러 기술 진보·혁신이 생활수준 향상과 경제발전에 바쳐졌다면, AI는 사회공동체의 일자리 기본권과 공공성, (불)평등, 공정성 같은 ‘가치·윤리 문제’라는 새로운 성격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과 조직의 시장·효율·경쟁·지대추구 사회경제에서 이제 AI로 연결되는 상호의존적 경제는 ‘좋은 삶’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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