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법부’ 논란 중, 사법부 신뢰도는? [2025 신뢰도 조사]

김동인 기자 2025. 10. 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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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조사 결과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 점수는 그리 높지도, 그리 낮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하락 추세이지만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 정치 성향별 신뢰도 점수 편차가 크지 않다.
5월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대법원 대법정에 착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당의 사법부 압박 정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신뢰’다. 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 5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 그리고 현재까지 윤석열 내란 재판의 지지부진한 진행 등 근거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한다.

정말로 이러한 ‘불신’은 실재하는 것일까? 〈시사IN〉은 매년 주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하고 있다. 대법원(사법부) 역시 조사 대상 중 하나다. 〈시사IN〉은 대법원뿐 아니라 대통령실, 국회, 검찰, 경찰, 감사원, 헌법재판소, 3대 특검 등 주요 국가기관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0점부터 10점 사이 점수로 매겨달라고 응답자에게 요청했다. 그리고 이 신뢰도 점수를 응답자의 정치·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차분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그 결과, 대법원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 신뢰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4.11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신뢰도가 충분한 수준인지 판별하기가 어렵다. 다른 국가기관의 신뢰도 점수와 비교 평가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이 획득한 4.11점은 ‘그리 높지도, 그리 낮지도 않다’고 볼 수 있다. 〈시사IN〉이 조사한 국가기관 가운데 신뢰도 점수가 가장 낮은 국가기관은 3.06점을 획득한 검찰이었고, 가장 신뢰도 점수가 높은 국가기관은 5.24점을 얻은 대통령실이었다. 대법원의 신뢰도 점수는 국회(4.19점), 감사원(4.08점), 국가정보원(4.23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4.92점을 받은 헌법재판소와는 비교적 크게 차이가 났다.

사법부의 신뢰도가 해를 지날수록 위태로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5년간 〈시사IN〉 신뢰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대법원의 신뢰도 점수는 4.06점, 4.26점, 4.24점, 4.20점을 기록했다. 2022년(4.26점) 이후 조금씩 하락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올해 기록한 4.11점이 안심할 수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가장 컸던 시기는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당시다. 사법농단 관련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9월에 실시한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당시 대법원의 신뢰도 점수는 3.42점에 불과했다. 당시 검찰(3.47점)보다 낮은 점수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지금의 대법원이 2018년 사법농단 당시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극적으로 회복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전히 숙제가 많고, 대중의 평가는 점점 박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이 있다. 대통령실, 국회, 검찰, 경찰, 선관위, 헌법재판소, 3대 특검과 달리 유독 대법원에 대해서만은 정치 성향에 따른 ‘신뢰도의 편차’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또는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엇갈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사IN〉은 이번 신뢰도 조사 결과를 정치 성향별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의 대법원 신뢰도 점수는 4.10점, 중도 응답자는 4.16점, 진보 응답자는 4.03점을 기록했다. 차이가 크지 않다. 오히려 중도층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수라고 대법원을 더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 평가에서 정치 성향은 두드러지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는 다른 국가기관의 신뢰도 점수와 차이를 보인다. 〈그림 1〉은 각 기관별로 정치 성향에 따른 신뢰도 점수 응답 편차를 표기했다. 상당히 많은 국가기관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신뢰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국회의 경우 보수 응답자는 2.54점을 매긴 반면, 진보 응답자는 6.03점을 주었다. 헌법재판소 역시 보수 응답자는 3.85점에 불과하지만 진보 응답자는 5.88점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호남 지역의 대법원 신뢰도 가장 높아

이번에는 ‘지지하는 정당별’로 신뢰도 점수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그림2〉참조).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의 대법원 신뢰도 점수는 4.05점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의 대법원 신뢰도 점수는 4.00점, 무당층(없음/모름/응답 거절 등)의 대법원 신뢰도 점수는 4.06점이다. 차이가 크진 않지만, 야당 지지층보다 여당 지지층이 대법원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결국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와 무관하게,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편차가 적다. 각 국가기관에 대한 지지 정당별(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무당층) 신뢰도 점수에서도 대법원만 유독 ‘지지 성향과 무관한’ 신뢰도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여권에 일종의 딜레마를 안긴다. 지금의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 내란 재판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12·3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주도 세력의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에서, 이들의 궤변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감시하며 견제하는 것은 현 여권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런데 이를 ‘사법부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하기에는, 동력이 약해 보인다. 이번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사법부 전반에 대한 ‘불신’을 당연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대통령실(7.98점), 국회(6.22점), 헌법재판소(6.13점), 선관위(6.39점), 3대 특검(7.26점)에 모두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4.05점)와는 차이가 크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대법원을 당장 검찰(2.03점)만큼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인 호남 지역에서 유독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호남 지역 응답자들의 대법원 신뢰도 점수는 4.80점으로, 모든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의뢰: 〈시사IN〉
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 일시: 2025년 9월14~16일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조사 방법: 가구 유선전화 RDD 및 휴대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 면접조사(CATI) - Dual Frame
응답률: 7.9%(무선 8.6%, 유선 5.1%)
가중치 산출 및 적용: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5년 8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표본 크기: 1012명
표본 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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