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냥이 울음소리' 밤잠 설치는 초보집사에게 필요한 것은?

2025. 10.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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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고양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채워주려 해도 새벽까지 보호자를 괴롭히고 있군요. 더군다나 룸메이트가 대신 놀아주려 해도 보호자님을 찾아와서까지 우는 행동을 보이니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밤에 이렇게 편히 자고 싶은 집사는 세계 곳곳에 어디든 있을걸요? 게티이미지뱅크

Q. 고양이는 왜 우는 걸까? 놀아달라고?
A. 해 지고 나서 일과를 시작하는 고양이에게는 우는 이유가 정말 많다

하지만 모든 행동 문제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 이유를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보호자님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사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고양이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게 아닙니다. 아직 입양 후 2개월 정도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집사와의 애착행동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1세 이내의 젊고, 수컷이라면 더욱 에너지가 더욱 넘치겠죠.

여기서 집사님이 기억해둬야 할 게 있습니다. 고양이는 해 뜰 무렵과 해질 무렵에 가장 활발한

'황혼성 동물'

입니다. 저녁에 상호작용도 하고 충분히 놀아줬다고 하더라도 하루 종일 집을 비웠을 집사에게 관심을 끌려고 하는 요구성 행동과 새벽에 돌아다니면서 활동하는 모습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패턴입니다. 또한 같이 사는 친구분이 아무리 놀아주려고 해도, '주 보호자'인 질문자님을 찾는 모습을 보면 고양이가 현재 주보호자님에 대한 애착 형성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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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성 행동은 쉽게 사라지진 않겠지만, 일단 고양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같은 울음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고양이는 만져달라고 울거나 먹을 걸 달라고 울거나, 놀아달라고 울 수도 있습니다. 즉, 이미 상호작용을 충분히 했는데도 집사에게 와서 우는 모습이라면 ①배가 고파서 우는 건 아닌지 아니면 ②화장실이 더러워서 치워달라거나 ③물이 부족하거나 등 확인할 요소가 많습니다. 물론 이 모든 걸 소거한 뒤에는 에너지를 다 풀지 못한 아깽이가 집사에게 놀아달라는 뜻일 겁니다.


Q. 다시 살펴봐고 돌아와도 '놀아달라냥~'이라면?
A. 놀아주는 게 '정답'이긴 한데… '슬기로운 놀이법'을 가미해 보자

이 모든 걸 다시 확인해보셨나요? 그래서 행동의 원인이 '혈기 왕성한 아깽이의 놀이 요구'로 초점이 잡혔다면 집사님의 루틴을 고양이에게 맞춰서 다시 잡아주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집에 퇴근 후 잠자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퇴근 후 어느 정도 상호작용 및 사냥 놀이를 해주고 잠시 휴식한 뒤, 다시 잠자기 약 1~2시간 전에는 레이저나 낚시대를 통해 격렬하게 놀아주고 최소한 4~5번 이상은 잡았다 놓쳤다 하면서 우다다를 하도록 유도하여 에너지를 소진시키도록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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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끝난 직후엔 장난감은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둔 뒤 먹이를 일부 급여합니다. 식사 뒤에는 그루밍을 하고 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이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도 고양이에게는 에너지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루틴을 제시하는 이유는 잠잘 때보다 너무 일찍 놀아주면 다시 에너지는 밤사이 채워져서 집사님이 주무실 때 또 고양이가 깨울 수 있어요. 그런다고 너무 잠들기 직전에 놀아주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놀이 후 식사를 일부 제공했다면, 잠잘 준비를 하고 불을 끄는 패턴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하루가 '끝났다'는 신호를 줍니다. 그럼에도 새벽에 돌아다니는 모습이 계속 느껴진다면 밤새 할 수 있는 대체 행동으로 '먹이 퍼즐 장난감'을 활용해 보세요. 쥐돌이 모양의 먹이 퍼즐을 처음에는 찾기 쉬운 장소에 두었다가 몇 번 성공한다면, 곳곳에 숨겨서 고양이가 밤사이에도 집사님 대신 장난감을 '사냥'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Q. 당장은 밤이 여전히 괴로울 수 있다고?
A. 그러나 참고 인내하면 복은 찾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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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방법을 쓴다 해도 집사에게 와서 우는 행동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행동이 학습된 반응이기 때문인데요. 여태까지 집사가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쳐다보거나, 말을 걸거나, 만져주는 등의 상호작용을 해왔다면, 이는 고양이 입장에서는 모두 울음에 대한 보상이 됩니다. 쉽게 행동이 사라지지는 않겠죠. 하지만, 다시 고양이에게 요구성 울음으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선 '무반응'을 일관되게 보여야 합니다.

물론 저 또한 고양이를 14년째 키우는 집사로써 이게 상당히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주보호자라면 더욱 그렇죠. 사실상 귀에다 대고 울거나, 무시하려니 발로 툭툭 건드리거나 점프해서 깨울 정도로 요구성 행동이 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 때만 분리를 하고 생활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귀마개를 하고 자는 등의 조치도 고려해야 합니다. 문을 닫아도 방문 틈으로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백색소음을 추가로 틀어서 소리를 상쇄시켜 줍니다. 반복적으로 요구성 행동을 해도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점차 행동이 감소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보통 요구성 행동은 포기하기 직전에 더 심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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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고양이의 환경적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일부 도움을 주는 페로몬 디퓨저를 집에 켜두거나, 알파 카소제핀 성분의 스트레스 완화 보조제를 사용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같이 사는 친구분이 주보호자님의 놀이 기술을 습득해서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도 간식, 밥, 화장실 청소 등의 양육에도 보탠다면 고양이의 애착 행동이 조금씩 분산될 수 있습니다.

그러진 않겠지만 만약에 위의 모든 노력을 일정 기간 동안 지속했는데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거나 외려 더 심하게 운다면, 건강상 문제를 살펴볼 필요도 있으며, 건강상 문제까지 없다면 불안 심리가 복합적으로 있는 경우일 수 있으니 수의사와의 상담을 권해 봅니다.

집사님의 고민은 전 세계 모든 집사들이 한번은 겪을 수 있는 흔한 문제행동 중 하나입니다. 놀이 욕구가 높아 보이는 어린 고양이의 요구성 행동을 분석해 보고 대처법을 같이 알아보았습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루틴을 차근차근 바로잡아 나간다면 많이 좋아질 겁니다.

이우장 하이 반려동물 행동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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