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우주가 되는 공식 / 이현정

최미화 기자 2025. 10. 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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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신인이라면 천지가 개벽할 만한 작품이든지 작품집이든지 한 손에 높이 들고 나타나야 옳다.

상수는 일정한 수다.

그러다가 셋째 수에서는 시선을 돌려 축소 지향을 꾀하면서 소녀와 소년이 전면에 등장한다.

셋째 수에서 소녀와 소년의 등장으로 우주가 되는 공식은 소우주를 넘어 매크로코스모스 즉 대우주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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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시조 시인)

1 아무도 몰랐을 때 허수였던 미지수/ 누군가 보았을 때 또렷한 실수가 되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상수가 된다// 2 별에서 온 원소로 된 당신과 나 사이/ 뜨겁고 밀도 높은 한 점을 시작으로/ 끝없는 공간을 흘러/ 하나가 되는 공식// 3 소녀가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졌다/ 날아간 조약돌이 일으킨 물보라/ 돌아본 소년의 눈빛에/ 긴 시간이 깨어났다

『지구를 돌리며 왔다』(2025년, 여우난골)

굵직한 신인이라면 천지가 개벽할 만한 작품이든지 작품집이든지 한 손에 높이 들고 나타나야 옳다. 색다른 무장을 하고 등장하여야 참다운 신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현정 시인은 남달랐다. 중앙신춘 시조상 당선작(2018년)인 「뿔, 뿔, 뿔」과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2019년) 「세신사」를 볼 때 그렇다.

또한 첫 시조집 『지구를 돌리며 왔다』에도 깊은 신뢰가 간다. 특히 과학적 상상력을 작동하여 쓴 작품이 적지 않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우리 시조시단의 음역을 넓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요 시어는 우주, 원소, 공전, 질량, 지구, 중력, 유성우, 곰팡이, 염기서열, 초파리 등이다.

「우주가 되는 공식」을 보자. 우주는 세계 또는 천지간으로 만물을 포용하는 공간이다. 공식은 계산 법칙을 기호로 나타낸 식이다. 화자는 「우주가 되는 공식」을 세 수의 시조로 규명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각 수에 번호가 붙어 있다. 제목은 같아도 각각 독립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아무도 몰랐을 때 허수였던 미지수가 누군가 보았을 때 또렷한 실수가 되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상수가 된다, 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니까 허수인 미지수, 실수, 상수로 이어지면서 그 뜻을 차례로 정의하고 있다.

허수는 실수가 아닌 수로 제곱하여 음수가 되는 수다. 미지수는 방정식에서 구하려고 하는 수다. 실수는 유리수와 무리수의 총칭이다. 상수는 일정한 수다. 이렇게 첫수는 수에 대한 논의를 한다.

그러나 둘째 수는 다르다. 나와 당신이 등장한다. 별에서 온 원소로 된 당신과 나 사이 뜨겁고 밀도 높은 한 점을 시작으로 끝없는 공간을 흘러 하나가 되는 공식 안에서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다가 셋째 수에서는 시선을 돌려 축소 지향을 꾀하면서 소녀와 소년이 전면에 등장한다. 매개체는 조약돌이다.

문득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던진 조약돌은 물보라를 일으켰고, 돌아본 소년의 눈빛에 긴 시간이 깨어남으로써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을 맞는다. 이렇듯 구상과 전개가 기발하고 치밀하다. 셋째 수에서 소녀와 소년의 등장으로 「우주가 되는 공식」은 소우주를 넘어 매크로코스모스 즉 대우주를 넘는다. 가히 감동적인 발견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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