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반도체, 한국 먹거리 HBM까지 바짝 쫓아왔다
"막대한 자금·정부 지원 업고 예상보다 빠른 추격…中 뿌리칠 제도 개선 절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한국의 자존심인 반도체 산업마저 넘보고 있다.
막대한 자금과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K-반도체의 핵심 먹거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까지 맹추격하는 모양새인데,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제치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웨이, AI칩에 자체 HBM 탑재…YMTC, 5세대 제품 양산 임박
중국 대표 빅테크 화웨이는 최근 연례 행사인 화웨이 커넥트에서 AI(인공지능)칩 로드맵을 공개했는데 내년에 출시하는 모델부터 자체 개발한 HBM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AI 칩 어센드 910C 후속 모델인 어센드 950PR과 950DT를 각각 내년 1분기와 4분기에 출시하고, 2027년 4분기에는 어센드 960, 2028년 4분기에는 어센드 970을 내놓을 예정인데 여기에 자체 HBM인 HiBL 1.0과 HiZQ 2.0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쉬즈쥔 화웨이 부회장 겸 순환회장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TSMC에서 칩을 생산할 수 없어 단일 칩 성능은 여전히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화웨이는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데 3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상호 연결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해 슈퍼 노드를 구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도 내년부터 5세대 제품인 HBM3E를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CXMT는 올해 말 공급 목표였던 4세대 'HBM3' 샘플을 예상보다 앞당겨 고객사에 제공했고, 차세대 제품인 HBM3E의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기업인 양쯔메모리(YMTC)도 우한에 건설 중인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D램 라인으로 구축하고 HBM 생산에 필요한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AI칩의 핵심 부품인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HBM 수요가 급증했고, HBM 기술 주도권을 가진 국내 메모리 업체가 고공행진중인데 중국이 이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HBM3E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력 제품이고, 칩에 구멍을 뚫어 상·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고 적층해 고용량·고대역폭을 구현하는 기술인 TSV도 국내 반도체 기업 등 일부 기업만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의 기술 추격이 턱밑까지 온 모양새다.
"中은 밤 새워서 일하며 추격하는데 韓은?"…"대응 위한 제도 개선 절실"

업계는 한국과 중국의 HBM 격차가 2~5년 정도 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적용한 AP '기린 9000S'를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업체인 대만 TSMC가 아니라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의 7㎚ 공정을 활용해 생산했다.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AP(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쉬안제 O1은 벤치마크(성능평가)에서 퀄컴 최신 칩인 '스냅드래곤 8 Gen 3'를 뛰어넘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로 반입이 어려워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관련 기술 개발도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다. SMEE는 28나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EUV 방사선 발생기 및 리소그래피 장비 특허를 출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SML의 EUV 장비 기술을 따라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성능 메모리칩 생산 장비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EUV 장비까지 자체 개발에 성공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주도권 역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국 정부의 매머드급 지원에 힘입은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기업들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내 기업들이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요 연구인력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나 R&D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중앙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밤을 새워서 일하는 연구진이 더해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한국과는 온도 차이가 큰데 기업의 자구책 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 "중국의 추격 속도가 우리 예상보다 빠르고,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히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빨리 뿌리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걸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보인다"며 "전문 인력들이 R&D를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의 R&D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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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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