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잘 던지게 해주세요" 하늘에 빌었다…원태인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최원영 기자] 이보다 든든한 에이스가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팀의 3-0 승리에 앞장서며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1차전서 패한 삼성은 2차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 올랐다.
원태인의 총 투구 수는 106개(스트라이크 71개)였다. 포심 패스트볼(40개)과 슬라이더(29개), 체인지업(24개), 커터(7개), 커브(4개), 투심 패스트볼(2개)을 섞어 던졌다. 포심 최고 구속은 151km/h를 기록했다.
1회와 2회엔 각 네 타자 만에 이닝을 끝냈다. 3회는 삼자범퇴였다. 4회 박민우의 우전 안타, 이우성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등으로 2사 1, 2루에 처한 원태인은 서호철의 대타 오영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제압했다. 5회는 다시 삼자범퇴였다. 2사 후 김주원의 타구를 끝까지, 파울 지역까지 따라가 잡아낸 김성윤의 호수비가 빛났다.
6회 박민우의 볼넷, 맷 데이비슨의 몸에 맞는 볼 등으로 1사 1, 2루. 원태인은 권희동의 대타 박건우를 루킹 삼진, 이우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환호하는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주먹을 하늘 위로 들어 보이기도 했다.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등판을 준비하던 상황부터 돌아봤다. 경기 시작을 5분여 앞두고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결국 개시가 지연돼 오후 2시 45분이 돼서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원태인은 "몸을 다 풀어놓고, 오후 2시에 모든 걸 맞춰놨는데 갑자기 지연됐다고 하더라. 사실 루틴이 다 깨져버려 걱정이 많았다"며 "최대한 빨리 경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몸이 안 식게끔 대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때는 몸을 풀기 전 경기가 지연됐는데 이번엔 몸이 다 풀린 뒤여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외야에 나가 다시 몸에 열을 올리고, 캐치볼하고, 불펜 피칭까지 하고 들어갔다. 몸을 두 번 풀긴 했지만 경기가 경기인 만큼 핑계 댈 수 없으니 최대한 집중해서 던졌다"며 "야구하면서 경기 전 몸을 두 번 풀고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등판 전 더그아웃에서 눈을 감고 어떤 말들을 되뇌는 모습도 포착됐다. 원태인은 "매 경기 하는 루틴이다.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기도하고 게임에 들어간다. 이번 경기 잘 던질 수 있게 엄마가 도와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언제부터 힘이 떨어졌을까. 원태인은 "딱 4회 종료 후였다. 시즌 때는 느껴보지 못한 힘듦이었다. 원래 경기 중엔 잘 못 느끼는데 4회를 마친 뒤 '아 진짜 힘들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지쳤다"며 "5회 (김)성윤이 형의 수비가 큰 힘이 됐다. 6회에도 선두타자가 초구 치고 아웃돼 잘 됐다 싶었는데 후속 박민우 형 타석에서 팔이 헛도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힘이 다 됐나 보다 싶었다"고 돌아봤다.

원태인은 "데이비슨 선수도 (2스트라이크 1볼로) 다 와놓고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코치님이 올라오시길래 날 교체하실 줄 알았다"며 "그런데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믿음이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가셔서 위기 상황을 잘 막았다"고 설명했다.
대타 박건우와의 승부에선 풀카운트서 포심을 구사해 탈삼진을 수확했다. 원태인은 "그 타석에서 그전까지 패스트볼을 하나도 안 던졌다. 포수 (강)민호 형 리드에 100% 따랐다. 형이 뭘 주문할까 궁금했는데 패스트볼 사인이 나왔다"며 "'오늘 내 패스트볼이 좋긴 좋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자신 있게 던졌다. 볼넷은 진짜 안 된다고 다짐하며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민호 형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이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웃었다.
정규시즌 리그 전체 투수 중 피홈런(20개)이 두 번째로 많았다. 원태인은 "이번엔 진짜 큰 것 한 방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되 무모하게 하진 않으려 했다"며 "시즌 중엔 이닝, 최소 볼넷 욕심이 많아 무모하게 승부했지만 이런 경기에선 따질 것 없이 무조건 점수를 안 주는 게 최고의 피칭이라 여겼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태인은 "사실 긴장 많이 했다. 부담감도 컸다. 업셋 당해선 안 될 것 같았다"며 "특히 올해 리그 최다 관중 신기록(약 1231만명)이 나왔고 우리 팀도 관중 1위(약 164만명)를 했다. 팬분들의 사랑을 받은 해인데 (지면서) 마무리하면 너무 죄송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무조건 준플레이오프(준PO)는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경기로 준PO에 진출하게 돼 다행이다. 올 시즌 팬분들과 더 오랫동안 야구할 수 있게 돼 그게 기분 좋다"고 강조했다.
타선이 1안타에 그쳤지만 볼넷 5개와 도루, 희생플라이 등으로 3득점을 올렸다. 원태인은 "(1안타는) 몰랐다. 2회부터 7회까지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던지러 나가고, 또 나갔던 기억은 있다. 우리가 출루를 못했다는 건 투구 후 들어와 옷 갈아입으면서 중계를 통해 들었다"며 "'내가 쉴 시간이 없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런 경기에선 다득점이 쉽지 않다. 야수들이 1회 집중해 공을 잘 골라내 2득점을 먼저 안겨줘서 어떻게든 그 점수를 지켜내려 했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더 많은 점수를 바라지 않았다. 추가점이 없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공이 좋다는 자신감이 있어 실투만 조심하면 점수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생각에 투구 수가 늘어나 6이닝밖에 소화 못했지만 그래도 무실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2차전 개최 시 선발로 내정돼 있었지만 1차전서 불펜으로도 대기했다. 원태인은 "가을야구에선 뭐든 해야 한다. 이번 시리즈에 들어오기 전 투수코치님이 '1차전 (불펜) 대기 가능하냐'고 물어보시길래 '코치님, 가을에는 저한테 묻지 마시고 그냥 감독님, 코치님 판단대로 보직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며 "포스트시즌엔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어느 상황에서든 등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자 친화적 구장인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며 훌륭한 성적을 만들어 왔다. 비결을 묻자 "팬분들이다"고 답했다. 원태인은 "경기 중에도 힘들면 3루 홈 관중석을 본다. 이렇게 많은 팬분들이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고 다시 마인드를 잡아 투구에 임한다"며 "그 힘이 가장 크다. 또, 홈에서는 내 루틴들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어 좋다"고 눈을 반짝였다.
SSG를 꺾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원태인은 "당장 목표는 준PO였지만 팀 전체의 목표는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며 "첫 경기가 진짜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최대한 분위기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매년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위에서 '언젠가는 안식년이 올 것이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매 시즌 이겨내고 더 성장하고 있다"며 "작년 가을의 원태인은 결국 마지막에 무너졌지만 이번엔 마지막까지 잘 버텨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한민국 유일 '제2자유로' 달린다...‘손기정평화마라톤’ 11월 16일 개최 - SPOTV NEWS
- 김수현 반격 시작, 일기까지 공개 '초강수'…"증거조작이 핵심"[종합] - SPOTV NEWS
- 진미령, '전남편' 故전유성 별세 후 근황…귀국→동료들 급만남 - SPOTV NEWS
- 김연정♥하주석, 12월 결혼…한화 이글스 사내부부 탄생 - SPOTV NEWS
- 김나영, ♥마이큐와 열애 4년 만에 재혼 발표 "용기 냈다"…두 子도 "좋아요"[종합] - SPOTV NEWS
- 김수현 측 "故김새론 투샷, 2016년 아닌 2020년…경위 상세히 못밝혀" - SPOTV NEWS
- '전처' 진미령, 故전유성에 弔花만 보낸 이유…사실혼 딩크족 생활도 '재조명' - SPOTV NEWS
- 故전유성, 영정으로 오른 '개콘' 단독무대…웃고 울며 보내드린 마지막 길[종합] - SPOTV NEWS
- 이동건, 희귀 질환 투병 최초고백 "원인 불명+완치 불가능"(미우새) - SPOTV NEWS
- '전참시' 강남, 길버트 증후군 투병…♥이상화 철저관리 덕분에 호조[TV핫샷]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