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추노? '탁류', 민초 사극이 돌아왔다

금준경 기자 2025. 10. 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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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만도 못한 것이 노비의 생."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의 OST인 MC스나이퍼의 '민초의 난' 가사다.

남겨진 노비들이 "저 해가 누구 건지 알아. 우리 꺼. 우린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까"라는 말을 한 직후 전환된 화면에서 추노꾼 대길이가 태양을 향해 손으로 화살을 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저항과 함께 희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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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층민의 삶 조명한 천성일 작가… 착취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디즈니플러스 '탁류' 예고영상 갈무리.

“개만도 못한 것이 노비의 생.”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의 OST인 MC스나이퍼의 '민초의 난' 가사다. 주인공 업복이를 비롯한 노비들이 양반에 저항하는 장면마다 나오는 음악으로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승자의 역사를 기록한 궁중사극은 안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조선시대 많은 계층이 살고 있었는데 노비를 다루면 어떨까 싶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소재가 워낙 특이해 시청자들이 받아들일까 싶었다.”

2010년 3월21일 연합뉴스 <'추노', 사극의 새 역사를 쓰다>에 나온 '추노'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의 말이다. 사극은 곧 궁궐 이야기로 통용되던 시대 궁궐 밖 노비, 왈패, 추노꾼 등 하층민의 삶에 주목한 '추노'는 소재 자체가 강렬한 메시지였다.

천성일 작가의 사극 복귀작인 디즈니플러스의 '탁류'는 '추노'를 연상케 한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은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탁류'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보통 사극은 왕이나 양반을 많이 다루는데, '탁류'의 대본을 보니 하층민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강에 사는 왈패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어서 선택하게 됐다.” 천성일 작가가 '추노'를 기획한 배경과 추창민 감독이 천성일 작가의 '탁류'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

▲ 노비 업복이의 저항이 실패로 끝나는 추노 마지막화의 한 장면.

'탁류'는 청춘들의 운명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하층민의 고통과 착취의 구조를 보여준다. 최하층의 마포나루 일꾼들은 품삯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다. 상인과 일꾼들 사이에서 일을 주선하는 왈패가 상당 부분 떼 먹기 때문이다. 왈패는 조직의 윗선에 수시로 돈을 바쳐야 한다. 이 윗선도 포도청 관리에게 수시로 뇌물을 갖다 바쳐야 한다. 이러한 뒷돈에 아이러니하게도 '세금'이라는 표현이 붙는다.

“순서 바꿔 급행세, 비온다고 장마세, 물 분다고 홍수세. 백성들 고혈은 네놈들이 다 뽑아먹는구나.” 포도청 종사관의 말에 마포나루 왈패의 엄지(대장) 덕개는 이렇게 답한다. “그래봐야 이 경강의 오줌 한방울 아니겠습니까. 기찰한다 기찰세, 훈련한다 훈련세, 새로왔다 신임세, 또 떠난다고 전별세까지. 우리 왈패들 고혈은 나리들께서 갈고리로 박박 긁어드시지 않습니까.”

▲ '탁류'의 한 장면.

추노는 '새드엔딩'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계급질서에 저항한 노비 업복이는 죽음을 맞지만 누구보다 계급 질서에 순응해 마찰을 빚어온 다른 노비를 각성하게 만들면서 사회를 조금씩 바꿔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겨진 노비들이 “저 해가 누구 건지 알아. 우리 꺼. 우린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까”라는 말을 한 직후 전환된 화면에서 추노꾼 대길이가 태양을 향해 손으로 화살을 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저항과 함께 희망을 상징한다.

'탁류'에서도 주인공들은 잘못된 질서에 저항한다. 시율은 어려움에 처한 다른 노동자들을 돕고 그들 대신 맞선다. 신임 군관인 정천은 부정부패에 얼룩진 시스템을 개혁하려 하고, 최씨 상단의 젊은 리더 최은은 왈패들의 부정에 맞선다. 때론 해학스럽게, 때론 비장하게 구중궁궐을 벗어나 하층민들을 다룬 '추노'와 '탁류'는 수백년 전 조선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2025년 한국 사회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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