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흑색 호랑이', 인도 시밀리팔 보호구역서 급증한 이유는?

최동순 2025. 10. 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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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동부 오디샤주(州)의 시밀리팔 호랑이 보호구역.

시밀리팔 구역 내 호랑이는 2014년 네 마리에 그치며 역대 최소 개체수를 기록했는데, 그 당시 유일했던 수컷 호랑이가 2016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태어난 새끼 호랑이가 바로 T12다.

인도 국립호랑이보호청(NTCA)이 호랑이 보호에 성공하면서 시밀리팔 구역 호랑이는 10년 사이 네 마리에서 30마리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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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보호 아래 호랑이 4마리→30마리 '증가'
돌연변이 유전자 확산… 절반은 '검은 줄무늬'
"유전적 고립은 시한폭탄… 근친교배 끊어야"
인도 동부 오디샤주 시밀리팔 보호구역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흑색 호랑이 T12.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캡처

인도 동부 오디샤주(州)의 시밀리팔 호랑이 보호구역. 이곳에 서식하는 희귀한 '흑색 호랑이'의 모습이 내셔널지오그래픽 카메라에 포착됐다. 마치 검은 망토를 두른 듯, 머리부터 등 부위로 뻗어 나간 검은 줄무늬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멋스럽다. 그러나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흑색 호랑이 개체수 증가는 서식지 고립으로 근친교배가 반복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0월호 표지사진으로 인도 사진작가 프라 센지트 야다브가 시밀리팔 지역에서 촬영한 흑색 호랑이 'T12의 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같은 매체의 온라인 기사를 통해 먼저 공개되기도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10월호 표지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제공

검은 줄무늬가 몸 대부분을 뒤덮는 이 현상은 벵골 호랑이에게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 '유사흑색증(pseudo-melanism)'이다. 1990년대 인도 오디샤주에서 처음 발견됐고, 2007년 이후에는 주로 시밀리팔 보호구역에서 눈에 띄고 있다. 한국에선 2020년 11월 인도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수멘 바즈파예가 찍은 사진을 통해 그 모습이 알려졌다.

이번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공개한 흑색 호랑이 'T12'는 2015년생 수컷이다. 시밀리팔 구역 내 호랑이는 2014년 네 마리에 그치며 역대 최소 개체수를 기록했는데, 그 당시 유일했던 수컷 호랑이가 2016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태어난 새끼 호랑이가 바로 T12다.

2020년 2월 인도 오디샤주에서 아마추어 사진작가 수멘 바즈파예가 촬영한 흑색 호랑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문제는 그때만 해도 '희귀종'이었던 흑색 호랑이의 개체수가 최근 급증했다는 점이다. 인도 국립호랑이보호청(NTCA)이 호랑이 보호에 성공하면서 시밀리팔 구역 호랑이는 10년 사이 네 마리에서 30마리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중 절반이 흑색 호랑이라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원인은 보호구역의 '고립'이었다. 면적 900㎢에 달하는 시밀리팔 구역의 인근 지역인 사트코시아 구역에선 호랑이가 더 이상 살지 않는다. 순다르반 구역도 호랑이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160㎞ 이내에 위치해 있으나, 두 구역 사이에 존재하는 도시와 농지에는 인간이 살고 있어 호랑이가 마음 놓고 활보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흑색 호랑이의 증가를 반길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유사흑색증' 자체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외관상 이상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반복적 근친교배로 모든 개체가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하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질병에 노출되거나 더욱 더 심각한 이상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분자 생태학자인 우마 라마크리슈난은 "이러한 유전적 고립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해결하지 않으면 보호구역 내 호랑이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제 인도 당국의 과제는 호랑이 개체수 회복이 아니라, 근친교배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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