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 비하 유감… 세대주의 낙인은 역사가 길다"
'영포티 밈' 확산에 세대 갈등 우려 칼럼 연이어… "양극화 같은 문제 만드는 건 세대보다는 계급과 계층"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40대 남성을 희화화하는 용도로 커뮤니티에서 확산된 '영포티'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언론을 중심으로 나온다. 특정 세대를 낙인찍는 조롱의 방식이 반복돼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지난 6일자 1583호 <“이거 '영포티' 브랜드인가요?” '영포티'는 어쩌다 '조롱'의 대상 되었나> 기사에서 40대 남성들을 인터뷰했다. 41세 남성은 “20대 때부터 옷을 즐겨 입었는데 나이가 변했다는 이유로 '그만 좀 입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했다. 43세 남성은 “'오버하지 말아야 하나' 하며 검열을 하게 되고, 샀던 옷도 다시 입기 꺼려진다”며 “취향대로 옷을 입는 것조차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니 속상하다”고 했다.
'영포티' 밈은 단순히 '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로남불', '페미니즘' 등을 키워드로 진보적 성향의 40대 남성을 조롱하는 맥락과 함께 쓰인다. 2030 남성의 이용 비중이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포티' 밈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겨레21에 “영포티 밈은 겉으로는 옷차림 등 외모에 대한 원초적 비난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진보성향이 뚜렷한 40~50대 남성들에 대한 보수화된 2030 남성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며 “'조국 사태' 때부터 계속된 '진보 중년층의 내로남불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그들 주장이 이제는 밈이 되어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은 지난달 28일자 <영포티, 꼰대, 그리고 나> 칼럼에서 영포티 감성 관련 검색어로 '욕하다' '늙다' '역겹다' 등이 꼽혔다며 “한국 사회 '포티'의 일원으로서, 청년세대에 비친 40대의 이미지가 '젊어 보이려 애쓰는 중년'이었다니 좀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에 중간관리자로 '끼인 세대'라고 생각해왔는데, 결국 어쭙잖게 젊은 브랜드나 기웃거리는 세대로 명명되었다니 말이다”라고 했다.
이윤주 부장은 “마흔을 넘었다고 해서 30대와 선을 긋듯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사회 진출과 결혼 등이 점점 더 늦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요즘 40대를 이전의 40대와 똑같은 중년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멸칭으로 등장한 영포티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세대 갈등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40대가 새로운 타깃이 되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부장은 “세대 갈등은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주요한 위험 요소다. 저성장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취업과 주거, 노후와 부양에 이르기까지 기성세대가 누렸던 것들을 요즘 청년세대는 누리기 어렵게 됐다는 청년세대의 박탈감이 크고, 이것이 기성세대를 향한 공격과 조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며 “영포티라는 단어는 현재 한국 사회가 나이와 세대를 규정하는 방식, 그리고 세대 간 불신과 혐오가 응축돼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왜 한국 사회는 세대를 구획하고, 획일적으로 '저 나이대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배척하는 것일까. 세대 간 단절과 낙인찍기가 계속되는 한 세대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최문선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난달 25일 <'영포티' 비하 유감> 칼럼에서 “이번엔 40대 차례일 뿐, 세대별로 편을 갈라 서로 비하하는 '세대주의 낙인'은 역사가 길다”며 “'제가요? 지금요? 왜요?'가 MZ세대에게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는 혐의를 씌우는 밈이라면, '라떼는…'은 청년세대가 보기에 무례하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꼰대세대 특징을 압축한 말”이라고 했다.
최문선 위원은 “세대 간 차이는 인정하면 그만이다. 서로 욕해 봐야 입만 아프다. 불평등, 양극화 같은 문제를 만드는 건 세대보다는 계급과 계층”이라며 “세대론에 매몰되면 스스로 눈을 가리는 것이다. '왜 누군가는 극빈한 노인이 되고, 누군가는 건물이 10채인 어린이로 태어났는지'를 세대론은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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