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시설 불법 점거한 노조... 與까지 나서 ‘고소 취하’ 압박

김아사 기자 2025. 10. 7. 14: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석인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사 시설을 불법 점거한 하청업체 노조를 고소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청업체 변경 과정에서 전원 고용 승계를 요구하던 노조가 일감을 준 인천공항공사 청사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위를 하자 공사가 고소로 대응한 것인데, 노동계 뿐 아니라 여권까지 나서 고소 철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이 “추석 연휴 기간인 3일부터 12일까지 추가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노조 고소 건에 대한 항의 성격이었다는 게 공항 관계자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기업의 대응을 원청봉쇄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한다. 여권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해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했는데, 형사 소송을 못하게 하는 선례를 남겨 이마저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민사 소송 제한하고, 형사 고소까지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14일 인천공항공사가 하청 방역 업체를 M사에서 세스코로 바꾸며 시작됐다. 세스코는 “전문 장비 운영을 위해 숙달된 회사 측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며 기존 22명 직원 중 12명까지 고용 승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M사 노조는 전원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4일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1층을 불법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청사는 인천공항공사 뿐 아니라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소방청 등이 있는 정부종합청사에 해당한다. 인천공항공사는 8월 5일 M사 노조위원장 등을 공동건조물 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그동안 공항 시설을 무단 점검하는 시위에는 형사 고소로 대응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고, 법원 역시 관련자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4년 민주노총 소속 경비노조 100여명이 여객터미널에서 불법 시위를 하자 고소를 진행해 당시 인천공항지역지부장에게 징역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020년에도 하청업체 직원 50명이 여객터미널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자 고소해, 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장에 징역 3개월 집행유예 2년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안에 고소가 이뤄져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불법 점거를 용인하는 건 단순히 인천공항 뿐 아니라 정부, 공기업 청사 등 전국 모든 공공 시설물에 불범 점거를 용인하는 사례로 남을 수 있어 고소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경우가 과거와 달랐던 건 여권에서 인천공항공사에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하는 변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방역 노동자들이 35도 날씨에서 시위를 벌인 상황에서 공항공사가 사과는 못할망정 고소를 했다”며 “고소를 취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은 직접 “이는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며 고소 취하를 반복해 거론했고, 여권 뿐 아니라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인천공항공사를 압박하는 모습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참석자들에게 노조 고소 관련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뉴시스

◇공사 “나쁜 선례 남길 수 없다”

애초 세스코가 일감을 수주하며 받아든 과업내용서엔 “근로자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전원을 의무 고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노동계, 여권 등의 압박이 이어지며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었고, 세스코는 결국 정년을 넘긴 5명을 제외한 17명을 모두 고용승계 하는 것으로 이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의 고소 취하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노란봉투법 이후 또 다른 기업 옥죄기로 변질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노조 활동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 한 것이다. 이 경우, 기업에 남은 카드는 형사 고소인데 이번 조치는 사실상 형사적 조처도 제한하는 조치란 것이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국가기관이 무력시위에 의해 불법적으로 점거하는 것에 대해 합의만 되면 없었던 일로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는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