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열풍 타고 세계 톱5 바라보는 국중박…흥행 이어가려면

올해 1~8월 국중박 관람객 수는 432만89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관람객 수(243만9237명)보다 약 77.5% 많다. 이 추세라면 올해 500만 명을 넘어 세계 박물관 관람객 ‘톱 5’에 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물관 굿즈인 ‘뮷즈(뮤지엄+굿즈)’의 매출액은 2023년 약 147억 원에서 지난해 약 213억 원으로 늘었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사업본부장은 “올해는 33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케데헌에 나오는 일월오봉도 등은 예전부터 관련 상품이 있었는데 그때는 큰 인기가 없었다. 케데헌에 나온 이후 이를 구입하려는 관람객이 폭증해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중박이 지금의 ‘용산 시대’를 열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과거 조선총독부박물관이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같은 해 12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관했다. 1950년 6·25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임시 이전했다가 3년 뒤 서울 경복궁 안으로 복귀했다.
이후 소장품이 늘어 1986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로 이전했다가 문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정책으로 1995년 건물이 철거되면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자리에 들어섰다. 개관 후 일곱여 차례의 이사 끝에 2005년 용산에 터를 잡았다.
국중박은 한옥의 대청마루를 형상화한 개방 공간 ‘열린마당’을 만들어 다양한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박물관이 갖고 있는 유물이 44만 점이다. 대지면적만 약 9만 평(약 28만6000㎡)이고 건물면적은 약 4만 평(약 13만7000㎡)”이라며 “규모로 보면 세계 6번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6세 딸에게 직접 한복을 입혀 온 신혜조 씨(39)는 “아이가 케데헌을 좋아해서 사자보이즈 공연을 보러 왔다”며 “열심히 연습하신 것 같다. 너무 즐거웠고,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줬다”고 말했다. 사자보이즈 팬인 어린 아들과 함께 무대를 관람한 김규현 씨(40)도 “국중박에서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상시 행사도 하고 있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다홍치마와 노랑 저고리 등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 속 한복을 그대로 재현해 입고 등장한 ‘한복미인즈’ 팀은 머리를 손질하는 여인과 그네를 뛰는 여인의 모습을 흉내 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 구성된 ‘금이야 옥이야’ 팀은 서봉총 금관을 표현했다. 4명이 둥글게 서서 금관의 모양을 완성했다.

10개 팀 가운데 대상은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재현한 ‘귀에 걸면 귀걸이’ 팀에 돌아갔다. 금색 가면을 쓰고 금박을 두른 통을 입은 이들은 “에어캡과 한지 등으로 제작했다”며 “국보보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보물을 선택했다. 이를 계기로 (이 유물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물관 내에 전시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실제로 관람했다는 50대 장은희 씨는 “밖에서 보니 더 생생하게 와닿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20대 김재은 씨는 “귀걸이가 압도적으로 기억에 남는다”며 “이런 이벤트가 있으니 확실히 사람들이 우리나라 유물에 더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고 했다.
국중박의 인기가 반짝 열풍에 그치지 않고 오래 이어지려면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기획과 높은 질의 전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전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은 최근 국중박의 인기가 높아진 데 대해 “결국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교장은 “옛날 것을 주제로 전시하더라도 고리타분한 느낌이 아니라 젊은 층의 취향에 맞게 현대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며 “체험 전시든, 굿즈든, SNS에 올릴 수 있는 포토존이든 계속 현대와 과거 전시물을 연결 짓는 작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조상들이 만들어낸 보석 같은 문화가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게끔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게 기획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분장대회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조상이 남겨놓은 문화유산으로 코믹하게 연출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런 행사는 굉장히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중박의) 유물이 세계 유수 박물관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순 있지만, 전시 수준이나 방향 설정은 굉장히 잘 돼 있는 편”이라며 “박물관에 있는 먹거리를 활용해서 여러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사유의 방’ 같은 명상 공간 등 박물관의 상징적인 주제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며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등은 우리가 꼭 봐야 할 중요한 콘텐츠나 유물이 있기 때문에 간다. 우리도 어떻게 전시의 본질을 강화할지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전시 동선이 복잡해지는 등 관람의 질이 저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전시의 질을 어떻게 보존할지 생각하고, 디지털 기술 등을 이용해 분산이나 체험이 가능하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굿즈 매출 등이 잘 나오는 게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박물관 본연의 기능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공공성과 상업성에 대한 중립도 생각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해야 할 부분이 있고, 공공 영역에서 해야 할 부분은 조금 다르다. 물론 수익을 재투자해서 새로운 전시, 유물 보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면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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