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놀러가자] 24. 진주 역사 오롯이 품은 남가람박물관

경남도민일보 2025. 10.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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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가 모은 각종 유물 한 자리
진주 정체성으로 한국 문화 보다
진주 남가람박물관에 전시된 19세기 진주성도 8쪽 병풍.

진주시 내동면에 자리 잡은 '남가람박물관'은 설립자인 고 최규진(1935~2020) 씨가 50여 년간 수집한 유물 2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진주지역 대표 경제인이던 그는 고향 진주사랑을 여러 방면에서 실천한 인물로, '우리 것은 우리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문화와 역사의식이 강했다. 1984년 개관한 국립진주박물관에 보물 637호로 지정된 '차륜식도기(도기 바퀴장식 뿔잔)' 등 소장품 12점을 기증하는 등 국립진주박물관 유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진주 남가람박물관 설립자 고 최규진 씨.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 대부분이 진주만의 역사와 특색을 담아 큰 의미가 있다. 소장한 2500여 점 가운데, 진주 역사가 담긴 작품은 19세기 중엽 진주성 고지도, 진주 연고 작가들의 서예, 그림 등 총 1700여 점에 이른다. 그래서 '진주의 역사를 오롯이 품은 특별한 박물관'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설립자는 박물관 개관을 목전에 둔 2020년 타계해 개관을 보지 못했다. 남가람박물관은 9504㎡ 터에 건물 전체면적 2869㎡로 4개 전시장과 2개 수장고, 도서자료실, 학예연구실, 시청각실, 해포준비실, 검수실 등과 관람객 휴게시설인 로봇카페를 갖추고 있다.
진주 남가람박물관 전시실 내부.

진주 중심의 한국성

2020년 6월 개관한 남가람박물관은 2년 만인 2022년 전시 내용을 전부 교체했다. 이성석 관장은 "전시 미션은 '히스토리-K 플랫폼'이다. 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민국 역사를 증거하는 상징적인 곳이라는 남가람박물관의 책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진주 중심의 한국성'이란 담론을 전시에서 제시하는데, 이는 지역이 갖는 문화·역사적인 정체성을 되짚어보고 지역성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지역(로컬)이 글로벌이 되는 이른바 글로컬리즘으로 방향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작품은 4개 주제로 나눠 4개 전시실에서 총 2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1전시실 '최규진 컬렉션'은 설립자의 작품선정 성향을 한눈에 알수 있도록 꾸몄다. 그의 소장품 중에서 청자, 청화, 백자, 분청 등으로 구성된 도자기와 근대서화, 진주반닫이를 비롯한 소목 등 3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는 남가람박물관의 대표적인 컬렉션을 읽을 수 있는 개론과도 같은 전시이다.

특히 설립자가 국외에서 환수한 백자와 청자 등도 전시하고 있다. '진주 명필' 코너는 근대 추사체 1인자로 꼽는 성파 하동주의 글씨를 비롯해 제자 청남 오제봉, 우강 김병욱, 도연 김정, 은초 정명수, 김우동, 우종환 등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진주 남가람박물관에 전시된 경상과 촛대.

2전시실 '소목과 서화의 조우'는 박물관에 소장한 국보급 한국전통가구 180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서화작품도 곁들였다. 2019년 유네스코창의도시로 지정된 진주의 '민속'과 '공예' 키워드 중에서 '공예'에 해당하는 '소목장' 작품들이다.

그 중 자개농(나전 대모어피 용·봉무늬 이층농)이 눈에 띈다. 밑바탕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상어 가죽 즉, 어피로 모두 씌우고 나서 다시 자개로 장식했다. 어피로 만든 가구는 가끔 있지만 규모가 작은데, 이 자개농은 높이가 150㎝ 정도로 꽤 크다. 전문가들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낼 정도이다.

4전시실 도자실에서는 '한국차인회' 전신인 '진주차인회'를 통해 한국 차문화를 선도한 진주의 차문화 발상에 대한 의미를 담아 기획된 전시를 선보인다.
진주 남가람박물관에 전시된 백자차완.

전시품 중에는 '자우(慈雨)'라는 백자차완이 있는데, 이 차완은 진주 차인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연을 담은 그릇이다. 진주차인회 초대회장 태정 김창문 씨가 잘생긴 백자차완을 하나 구했다. 연회색의 고려 대접형으로 겉면이 도톨도톨했다. 소문이 나자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누구든 세 번 절을 하고 꿇어앉아 팔꿈치를 방바닥에 붙이고 엎드려 구경하게 하였다.

최규진 씨는 화가났지만 그릇을 구경하고 나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졌다. 태정을 졸라 부산에 있던 건물을 주고 그릇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금 그 건물과 땅 가치는 무려 30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어렵게 구입한 백자차완은 당시 친분이 있던 서예가 유당 정현복이 가뭄 끝에 내리는 생명의 단비를 뜻하는 '자우(慈雨)'라는 이름을 짓고 보관함에 휘호했다.

이후 자우를 도둑 맞았고 찾을 길이 없이 세월만 흘러갔다. 한참 뒤에 서울 골동품 가게에서 최규진 씨의 지인이 자우를 만났고, 최규진 씨가 다시 소유하고 나서는 깊숙이 감추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자우는 이제 그릇이 아니라 전설이 됐다.
진주 남가람박물관에 전시된 백자철화운룡문호.

제3전시실은 기획전 형식으로 마련되고 있다. 이 관장은 "설립자는 작품을 소장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진주를 중심으로 한 한국작품을 고집했으며 수집 후에는 고미술협회 등에서 연구를 진행해 증빙자료를 만들어 두었다.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했다.

나무코 포럼과 체험행사

인문학과 예술중심 전문포럼인 나무코 포럼은 남가람박물관 커뮤니티(Namgaram Museum Community)의 영문 첫 글자를 두 개씩 따서 만들어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남가람박물관을 사랑하는 공동체다.
진주 남가람박물관 진주명필전.

회원들은 지역 인문학, 역사, 시각예술, 공연예술, 차문화 등 전문가 그룹과 관심자로 구성됐다. 남가람박물관 설립목적과 운영 미션에 동의하는 지역민의 자발적인 모임인 포럼은 문화와 예술, 인문학 공유와 나눔으로 지역 박물관 문화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고 문화예술에 관한 시민의식을 높여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간다.

남가람박물관은 체험 행사가 유난히 많다. 전통음악 체험프로그램인 '드오~ 박, 축~ 축축 쿵',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꽃밥 모빌 만들기 체험 등도 진행됐다.
진주 남가람박물관 전경.

주소: 진주시 내동면 칠봉산길 190

전화:055-762-8380

관람 시간: 화~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

관람료 : 어른 2000원, 어린이 노인 1000원

누리집: http://namgara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