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도 몸도 뒤진다…인천공항 24시 [마약전쟁]

김진화 2025. 10. 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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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닙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관세청 직원들의 말입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마약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만 하루 평균 3건꼴로 마약이 잡힙니다.

올해 8월까지만 봐도, 이미 지난해 적발 건수와 중량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 항공사에도 안 알려주는 불시 검사

해외여행 갔다가 공항에 도착한 뒤, 어떤 경로로 공항을 빠져나왔나요?

보통은 이렇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입국심사를 받고 → 짐을 찾고 → 세관 신고를 합니다.

올해 3월부터 인천공항에선 한 단계가 추가됐습니다.

특정 항공편 승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불시 검사입니다.

입국 즉시 불시 검색


마약이 많이 유입되는 동남아나 미주 노선 항공편들을 무작위로 선정합니다. 누가 검사 대상이 될지는 비밀입니다.

여행객에게 미리 안 알려주는 건 당연하고, 항공사에도 비밀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선 베트남에서 출발한 항공편이 검사 대상이 됐습니다.

비행기와 공항을 잇는 연결 통로를 빠져나온 승객들은 곧바로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소지한 물건과 기내 수하물은 엑스레이 검색을 하고, 몸에 숨긴 마약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도 동원됐습니다.

짧은 파장을 몸에 쏴 반사하면, 3초 안에 체형을 분석해 신체에 부착된 이물질을 찾아내는 장비입니다.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세관 직원들이 손으로 일일이 몸수색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은밀한 부위까지는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밀리미터파는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아직 불시 검사에서 마약이 적발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불시 검사로 인한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엑스레이 통과하면 끝? 천만에!

승객들이 짐칸에 부친 짐, 위탁 수하물은 어떻게 검사할까요?

1차 관문은 엑스레이 검사입니다. 해외에서 짐을 부칠 때만 엑스레이 검사받는 게 아닙니다. 국내로 들어올 때도 엑스레이 검사를 거칩니다. 더 꼼꼼히 봅니다.

인천공항본부세관 박상철 홍보팀장은 "출국할 때 하는 검사는 항공기 안전에 문제가 있을 만한 물건을 위주로 본다면, 입국할 때는 마약 같은 위해품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했습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엑스레이 판독실


인천공항에는 이런 엑스레이 판독실이 모두 4곳이 있습니다. 취재진이 판독실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은 미국 뉴욕발 비행기에 실렸던 짐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일반인이 봤을 땐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영상.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뭔가 다른 게 보이나 봅니다.

"지금 나온 짐에 옐로우 씰(경보기) 부착해 주세요."

의심이 가는 짐엔 따로 경보기를 달거나 표시를 해둡니다.

판독실에서 근무하는 조성훈 주무관은 "기법을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음영을 보면 대략 어떤 재질인지, 내용물의 성상이 동일한지 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장품 용기 안에 마약을 숨기거나, 여행 가방 바퀴·바닥을 뜯고 마약을 숨겨도 엑스레이로 찾아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특이점을 찾아내기 위해선 판독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관 엑스레이 판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뽑을 땐 병원 등에서 엑스레이 판독을 한 경력이 있는지를 본다고 합니다.

요즘엔 마약을 숨기는 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있어서, 직원 2~3명이 교차 판독을 해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에서 놓치는 마약이 있다면 마약 탐지견이 나섭니다.

마약 탐지견 ‘루리’


여행객들이 짐을 찾는 곳에서 '열일'하는 탐지견들. 가방과 여행객들 사이를 오가면서 열심히 냄새를 맡습니다.

인천공항에만 20마리가 있는데, 특송화물센터와 입국장을 오가며 마약을 찾고 있습니다.

■ "열어 보세요" 최종 관문은 개봉 검사

엑스레이상 의심 가는 짐은 열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노란색 경보기가 달린 짐을 찾아 공항을 빠져나가려던 중국인, 입국장 바로 앞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직원이 검사장으로 안내합니다.

문제가 된 물건은 약이었습니다. 제품을 확인한 뒤, 즉석 성분 검사도 합니다. 다행히 마약 성분은 없었습니다.

이온 스캐너로 의심 약품은 성분 확인을 한다.


최근엔 국내에서 금지된 마약 성분이 든 약품이 많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갔다가 약을 다량으로 사 온다면,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자 통관 담당 정상조 주무관은 "일본 유명 진통제나 대마 성분이 든 조미료 같은 것들을 사서 오다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마약 적발 사례가 있냐고 묻자 정 주무관은 "요즘엔 대리 운반이 많다"면서 20대 외국인 남성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올해 초 인천공항 세관에 잡힌 이 남성은 케이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가방만 운반해 주면, 한국 관광을 공짜로 할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갔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운반하는지 모르는 채 입국했다가 잡힌 겁니다.

정 주무관은 "가방을 열어보니 둘둘 말린 옷 안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6.5kg이 나왔다"며 "마약이 나오자 굉장히 당황하던 외국인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정 주무관은 "국내에서도 SNS 등을 통해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마약 운반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한국으로 몰려오는 '역대 최대' 마약을 막기 위한 인천공항의 마약전쟁, 오늘(7일) 밤 KBS 뉴스9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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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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