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요즘 외국인, 남대문·동대문 안 간다… ‘인스타 핫플’ 성수·홍대·서촌 ‘쏠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유학 중인 사이토 사유리(21)씨는 요즘 일본에서 여행을 오는 친구들을 안내하느라 바쁠 때가 많다. 다만 여행 코스는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을 보고 짜 온다고 한다. “저보다 서울에 어디가 뜨는지 더 잘 알아요.” 사이토씨의 말이다.
친구들은 주로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세련된 카페에서 예쁜 케이크 등 디저트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옷과 향수 등을 산다. 이어 홍대입구역 인근 소품 가게에서 ‘귀엽고 예쁜’ 액세서리를 사고, 서촌에서 한복을 빌려 경복궁을 들른다. 간장게장은 꼭 먹지만, 남대문·동대문 시장은 거의 안 간다. 쇼핑은 올리브영이나 홍대 앞 길거리 매장에서 한다. 사이토씨는 “어머니도 남대문시장은 안 가신다. 간장게장도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먹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관광지가 지고,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곳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대문 찾은 외국인 관광객 11.5% 줄어… 성수동은 69.8% 증가
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38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7.9% 늘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서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명을 기록했다. 작년 7월(110만명)보다 23.1% 증가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광지는 외면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는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이동통신 데이터를 이용해 동 단위로 외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방문했는지 추정해 월별로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8월 남대문시장이 있는 중구 회현동에 약 31만4000명 방문했다. 작년 8월에는 35만5000명이었다. 1년 새 11.5% 감소했다. 동대문시장이 있는 종로구 종로5,6가동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은 약 16만4000명에서 11만7000명으로 28.5% 줄었다.
가장 많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곳은 성동구 성수동이다. 올해 8월 외국인 관광객 약 43만5000명이 이곳을 찾았는데, 1년 전에는 25만6000명이었다. 69.8%나 늘었다.

◇서촌 방문객은 29.8% 늘어… ‘방문 제한’ 북촌은 14.7%
홍대입구역에서 가까운 마포구 연남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같은 기간 약 7만2000명에서 9만5000명으로 30.7% 증가했다. 이곳도 세련된 카페와 소품점 등이 밀집해 있다.
서촌이 있는 청운효자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작년 8월 약 8만8000명에서 올해 9월 11만5000명으로 29.8% 늘었다. 경복궁이 이곳에 있어 한복을 빌려 궁궐을 거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외국인 유튜버들이 서촌의 카페를 추천하는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인시장도 서울의 인기 있는 전통시장 중 하나다.
서촌처럼 한옥마을이 있는 북촌은 다소 주춤했다. 가회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8월 약 10만8000명에서 올해 8월 12만3000명으로 14.7% 느는 데 그쳤다.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많이 몰려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올해 3월부터 오전 10시 이전, 오후 5시 이후에는 외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서쪽 치우친 망원시장 외국인 방문객 1년 새 44% 늘어
전통시장 중에서는 망원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마포구 망원1동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는 작년 8월 약 2만명에서 올해 8월에는 2만9000명으로 44.7% 늘었다. 망원동 주민 신모(40)씨는 “망원시장은 서울 서쪽에 치우쳐 있고 대중교통도 불편한데,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서까지 오더라”고 했다.
반면 광장시장과 인사동, 익선동 등이 있는 종로1,2,3,4가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50만8000명에서 52만8000명으로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광장시장은 최근 몇 년간 반복해서 ‘바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2023년 11월 한 여행 유튜버가 외국인 지인들과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하자 한두 입 크기의 전 9~10개가 나오는 데 그쳤다.
지난달 30일 저녁 방문한 광장시장에서 점주들은 쉴 새 없이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지나가던 관광객들을 불러 세우고 있었으나, 음식을 먹고 있던 손님들의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산낙지와 떡볶이 등을 먹고 있던 한 일본인 관광객은 “낙지는 신기한데, 다른 음식은 맛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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