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 피어난 '느슨한 연대'... 책방 '뜻밖의 여행'

■ 바이 북, 바이 로컬(Buy book, buy local)
독립서점 ‘뜻밖의 여행’의 이은형 대표는 ‘책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책을 통해 타인의 삶을, 오랜 지식과 역사를, 서사를, 다른 공간과 나라를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여행’이라는 것. 그리고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연까지 뜻밖이라 더욱 반가운 여행길을 떠올리며 책방을 열었다.
책방이 있는 안양시 호계2동은 이씨가 초등학생부터 살았고 결혼 후 친정을 오가며 아이를 키운 동네다. 골목마다 추억이 있고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동네이기도 하다. 평촌신도시와 인접해 있지만 아직까진 옛 동네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감 어린 이곳에 ‘공동체 문화공간’을 떠올리다 책방으로 갈피를 잡았다.
“책을 중심으로, 책의 힘으로 문화적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2년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양시, 호계동의 로컬문화를 놓치지 않고 일구는 책방이 되고자 합니다.”
2022년 4월 25일 책방 문을 열고 햇수로 4년을 운영하며 이씨가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책방은 ‘환대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시는 손님들을 최대한 기억하려는 노력은 반가움을 표하는 이씨의 작은 마음이다.
“촘촘하지 않더라도 느슨한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자들 저마다 온전하게 인정받고 자신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 바랍니다. 오가는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능이 발현되는 경험은 책방 운영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이씨는 뜻밖의 여행에서 만난 손님들이 교류하고 연결되는 것을 보며 자신이 꿈꿨던 지역 커뮤니티의 모습을 구체화하게 됐다.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자수, 그림, 악기 연주 등 자신들에게서 나눌 만한 재능을 찾게 되고 소규모 수업이 열리며 뜻밖의 여행 공간도 더욱 풍성해졌다.

■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주는 ‘뜻밖의 에너지’
여권에 찍힌 도장을 보며 여행지를 추억하고 되새기듯 뜻밖의 여행에서는 책을 구입할 때마다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책 여권’을 발급한다. 무슨 책을 며칠에 샀는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다.
“책으로의 여행길이 조금 더 재밌어지라고 책 여권을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벌써 2쇄(2천권)를 찍었을 만큼 손님들이 무척 좋아하세요. 스탬프에 책 제목과 날짜를 적는데 그날의 짧은 느낌을 기록하시기도 하고요. 벌써 10권째 책 여권을 발급받은 독자도 계십니다.”
뜻밖의 여행처럼 동네 책방들의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바이 북, 바이 로컬’(Buy book, buy local)을 지향한다. 지역문화의 중심엔 ‘책방’이 있길 바라는 마음, 책의 힘으로 지역문화를 가꿔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듯하다.
“간혹 ‘책방이 생겨 동네가 더 완벽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마다 문화적으로 목말랐던 분들에게 이 책방이 우물 같은 공간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합니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잖아요. 책방이 과거 삼삼오오 모이던 집 앞마당 같은 역할을 할테니 더 많은 독자들이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여느 책방처럼 뜻밖의 여행도 매달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자수, 와인, 미니북 만들기 등 원데이 클래스도 꾸준히 열고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과 독자들의 공예 작품·필사 노트를 전시하는 ‘독자전’도 뜻밖의 여행의 자랑이다.
“책 발간을 기념해 뜻밖의 여행을 찾아준 작가님과 독자들의 만남이 잔치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 함께 노래도 부르고 낭독도 하며 서로를 축하하고 있어요. 5월 17일 밤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16명의 독자들이 릴레이로 6시간에 걸쳐 완독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이 씨는 작지만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가 담긴 도서를 들이고 있다. 특히 공동체·환경 등 한발 뒤로 물러나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에도 주목한다.
“이름 모를 풀, 햇빛과 나무가 그린 땅바닥 그림, 구름의 행렬, 노을이 드리워진 하늘 등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 뜻밖의 에너지를 얻습니다. 뜻밖의 여행에 그런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의 여유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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