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경기침체 이중 충격 … '극우 포퓰리즘'에 뒤덮인 유럽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5. 10. 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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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물가상승 불만 폭발
이민자 추방 내세운 극우정당
英·獨·佛·伊 4개국 지지율 1위

반이민 정서와 경기 침체 우려가 유럽 대륙을 뒤덮으면서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유럽 정치 지형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최근 유럽 4대 경제 대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상 최초로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슈타티스타의 지난달 여론조사에 따르면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은 26% 지지율로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영국에선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지난 8월 공개된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8%를 기록해 집권 노동당(20%)과 제1야당인 보수당(17%)을 크게 앞섰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의 지지율도 32%로 키어 스타머 총리(24%)를 앞질렀다. 현재 영국 의회 내 영국개혁당 의석은 총 650석 중 5석에 불과하지만, 지금과 같은 지지율 상승 추세대로라면 2029년 총선에서 270석 이상을 획득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지난해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베리안과 르피가로 매거진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15%에 그친 반면,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의 지지율은 42%로 1위였다. 극우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 RN 의원의 지지율은 38%로 2위였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당인 집권 이탈리아형제당이 지난달 유럽 여론조사업체 폴릿프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9.7%로 제1야당인 민주당(21.8%)을 크게 앞섰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누적된 이민자 급증과 경제 불안의 영향 때문이라고 액시오스는 분석했다.

2015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민자들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유럽에 몰려들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독일에서 해외 출신 거주자 비율은 2017년 15% 남짓에서 2024년 2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유럽 각지에서 난민 범죄로 발생하는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반이민 정서가 거세지자 유럽 각국은 국경 통제와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기성 정당에 등을 돌려 이민자 추방과 자국민 우선 정책을 앞세운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패라지 대표는 지난달 22일 '영국인 우선'이라는 제목의 이민 강화 정책을 발표해 집권 시 외국인 영주권을 폐지하고 외국 국적자에게 복지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에서 대도시와 소도시·시골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며 기성 정당과 전통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된 것도 우파 정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미국의 극우 청년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계기로 유럽의 극우 세력은 더욱 강력하게 결집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극우파가 커크의 죽음을 박해로 격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3일 영국 극우 단체들이 런던에서 주최한 반이민 집회에는 경찰 추산 15만명이 몰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국가들을 극우 정권으로 교체하려 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2기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유럽의 극우 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각국 내정에 서슴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J 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를 만나 힘을 보탰다. AfD의 선전에 밀려 간신히 선거 승리를 거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당시 밴스 부통령의 행보에 격노했다고 NYT는 전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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