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M] 일단 꾹 참고 본다면…재미는 '다 이루어질지니'★★★
왜 명절 연휴를 런칭 시점으로 택했는지 알 것 같은 '다 이루어질지니'다. 긴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후반까지 함께한다면, 비로소 그 많았던 말들의 의미가 빛을 낸다.

추석연휴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극본 김은숙)가 베일을 벗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넷플릭스는 지난 3일 공개 후 단 하루 만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홍보했다.
드라마는 아랍 지역에서 전승되던 정령 지니 설화를 차용했다. 해외 문화를 다뤘던 국내 작품들이 대부분 서구권에 천착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꽤 흥미로운 세계관 설정이다. 낯선 아랍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하면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으로 한국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램프의 정령 지니'를 가져다 놓아 불편한 거리감은 줄였다.
그 익숙함을 위해, 주인공들은 스테레오타입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히 지켰다. 김우빈은 애니메이션 속 정령 지니의 활기와 과잉된 감정을 그대로 재현했고, 수지는 어느 미디어에서나 답습하던 사이코패스의 캐릭터성을 똑같이 유지했다. 사탄과 사이코패스라는 유사한 겉모습과는 달리, 양 극단에 위치한 내면의 대립을 지켜보는 재미와 그로 발생하는 케미가 있다. 내내 무표정을 유지하며 캐릭터성을 지키는 수지의 연기는 처음엔 어색함이 느껴지지만, 김우빈의 엄청난 에너지에 맞서는 카리스마로서는 제 역할을 해낸다.
더 흥미로운 건 아랍 설화와 불교 사상을 작품에서 융합하려는 시도다. 윤회 사상과 전생의 업보, 권선징악, 인과응보 같은 것들이 소원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타락을 조명한다. 세 가지 소원을 빌어도 타락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알라딘과는 달리, 지구 반대편 한국의 불교 사상을 덧입혀 재해석된 주제는 악의 평범성이다. 작품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인간들의 악의 평범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보여준다. 전생의 가영에게 당한 과거를 잊지 않고 복수하기 위해, 세 가지 소원을 빌도록 해 타락시키려는 지니의 시도는 '이미 타락했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이코패스 가영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첫 번째 소원으로 시작된 '인간의 타락함을 증명하자'는 지니와의 내기는, 가영을 손가락질하던 '평범한' 인간들의 타락을 보여주며 작품의 주제성을 강화한다. 가영을 제외한 다섯 인간이 소원으로 인해 어떻게 타락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다.

메인 플롯으로 생각하며 시청하던 권선징악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지니와 가영을 둘러싼 거대한 운명의 이야기가 진짜 메인 이야기로 등장한다. '병맛'으로 눈을 흐리던 극 초반부가 지나고 나면, 아랍 설화와 고려 역사를 배경으로 한 굉장히 거시적인 떡밥이 무수히 쏟아진다. 이 점에선 김은숙 작가의 전작 '도깨비'가 아른거린다. 끊어지지 않는 전생의 연, 그리고 흑막을 물리치기 위해 등장한 초월적 존재들의 등장은 '만약 지니를 다룬 고전 설화가 현대까지 이어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 싶은 궁금증을 부른다.
신화급의 거대한 메인 플롯과 그 안에 촘촘히 배치된 서브 플롯들까지. '다 이루어질지니'는 풀어야 할 이야기가 참 많은 드라마다. 13부작인 이 작품에서 대략 4부까지의 초반부에선 작품 본연의 매력이 발견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늘어놓은 떡밥들을 마치 퍼즐 조각 맞추듯 빈 공간을 채워나가다보면 완성된 판타지 장르로서의 쾌감을 비로소 맛볼 수 있다.
코믹물로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앞서 언급한 '호불호 병맛 코드'가 초반부에 녹진하게 배어든 탓이다. '다 이루어질지니'의 초반과 후반부 연출은 어딘가 모호하게 분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출을 맡았던 이병헌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하차하며 안길호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은만큼, 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극명히 다른 탓에 벌어진 이유로도 풀이된다. 그렇지만 지니의 주인이 가영이듯 김은숙 작가는 자신이 이 작품의 주인이라는 존재감을 강력하게 뿜어내는데, 초반부와 김 작가의 각본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내내 섞이지 않다가 중반이 지나며 판타지의 냄새를 풍길 무렵 제 색을 찾은 듯한 힘을 갖는다. 그런 반면 초반부에 밀어붙였던 코미디는 완전히 동력을 잃은 모양새가 된 것.
그럼에도 피식 웃게 되는 깨알같은 유머는 후반에도 이따금씩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다니엘 헤니, 송혜교, 김지훈 등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코미디 연기에 도전에 웃음을 자아내고, 김 작가의 전작 '파리의 연인', '상속자들', '더글로리' 등의 명대사들이 김우빈을 통해 재현되거나 디즈니의 알라딘이 언급되는 등 제4의 벽을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도 선보였다.
'다 이루어질지니'가 추석 연휴에 공개된 것은 최선의 선택인 듯하다. 최장 10일 간의 긴 연휴에 '방콕 데이' 하루이틀 없을까. 호불호의 장벽을 일단 참고 나면, 사흘 이상 꼭꼭 씹어먹어야 비로소 여운이 남는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겠다. 다만 빠르게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던 전작 '더 글로리'를 기억했던 시청자라면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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