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가는 데 드는 여비 줄여야”...무빈소 장례, 한복 수의 맞춘다

장윤 기자 2025. 10.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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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유골 뿌리는 ‘산분장’ 늘고
값비싼 삼베 수의 대신 한복·평상복 수의
상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장례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통적인 장례 대신 비용을 줄이고 가족 추모에 집중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나 봉안당 대신 자연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이 늘고, 값비싼 삼베 수의 대신 한복이나 평상복을 수의로 택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장례 문화가 화려한 의전보다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산재 장례비가 최저액 1245만원에서 최고액 1868만원 수준인 가운데, 상조업체들도 평균 장례비용을 2000만원 정도(조문객 150명 기준)로 산정하고 있다. 장례비용 부담으로 유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사례도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434명에서 2020년 665명, 2021년 856명, 2022년 1102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서울시는 2022년 무연고 사망자의 72%는 유족이 장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최근 빈소 없이 장례를 치르는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고 있다. 무빈소 장례는 조문객은 받지 않되 고인 안치·입관·발인 등 기본적인 장례 절차를 갖추는 장례 방식으로, 코로나 19 유행 당시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제한적으로 조문객을 받던 것에서 시작되어 장례 문화로 굳어지고 있다. 윤영진 정도상조 대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무빈소 장례를 치른다’ ‘고인이 지인들로부터 마지막 인사도 못 받게 하는 불효자식’ 등 무빈소 장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라지고 있다”며 “작년에는 100건 치르던 것이 올해는 200건으로 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아버지를 무빈소 장례로 모셨다는 50대 주부 김모(경기 오산시)씨는 “부고는 꼭 알려야 할 사람들에게만 알리고 가족끼리 아버지를 추모했다”며 “장례식장에 지불한 비용은 80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장례식장에 운구차량으로 보내두고 발인 때만 가족들이 장례식장에 가 바로 화장터로 이동했다”며 “경제적 부담도 줄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를 의전하는 대신 가족끼리 추모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산분장 일러스트레이션/조선디자인랩

유골을 봉안당에 모시는 대신 골분(骨粉)을 뿌려 장사 지내는 ‘산분장’도 늘고 있다. 상조업체는 지난 1월 해양장이 합법화된 것, 핵가족화된 유족들이 묘소나 봉안당에 주기적으로 찾아가기 어려워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김신 가족상조 본부장은 “예전에는 고객 10명 중 한 명이 산분장을 문의했다면 지금은 7~8명 중 한 명이 문의한다”며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인들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취지에서 선호한다”고 했다.

창의(조선시대에 선비 계급의 남성이 입었던 겉옷으로, 도포와 두루마기 중간 형태의 한복 외투) 형태의 비단 한복 수의./매즘수의

또 매장 문화가 화장 문화로 바뀌며 비싼 삼베 수의를 맞추는 대신 생전 잔치 등에서도 입을 수 있는 비단 한복을 맞추는 추세다. 수의를 따로 맞추지 않고 좋아하던 평상복을 수의로 입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경북 안동시 금소마을이 고급 수의용 삼베인 ‘안동포’를 제작하는데, 이 안동포로 만든 수의 가격은 600만원대~1000만원대 수준이다. 삼베 수의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을 공표하며 비단 사용을 금지하고 삼베 수의를 강제하며 보편화했다. 1474년 편찬된 예법서 ‘국조오례의’는 ‘생전에 고인이 입었던 가장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하게 했는데 주로 비단옷이나 무명옷이 수의로 사용됐다.

지난 봄 아버지 팔순 기념으로 부모님 비단 한복 수의를 맞췄다는 주부 최윤서(43·서울 서대문구)씨는 “부모님은 ‘고운 한복을 맞춰 팔순 잔치에도 입고 수의로도 쓰면 우리도 좋다’며 ‘평소에도 100만원 넘는 옷 걸칠 일이 없는데 죽어서 수백만 원 하는 삼베 수의를 입어 뭐 하겠냐’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가 생전에 입었던 한복 디자인을, 최씨 어머니는 본인이 결혼 전에 입었던 한복을 본따 맞춤 제작했으며 가격은 둘 다 150만원 대였다. 최씨 지인 3명도 한복 수의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대구광역시에서 상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수국(56)씨는 “원래도 국산 삼베 수의는 워낙 비싸 중국산 삼베 수의를 택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코로나 시기 중국과의 교역이 줄어들고 중국 인건비가 상승하며 삼베 가격이 30~40% 상승, 삼베 수의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줄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상조회사 수의를 주문하지 않고 유족이 수의를 준비하는 고객이 비율이 20%이며 이중 비단 한복을 준비하는 고객이 60%, 평상복이나 정장을 준비하는 고객이 40% 정도”라며 “상조회사 수의를 주문하는 고객들은 10%만 삼베 수의를, 90%는 면 수의를 선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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