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성당에서도 추석 제사상은 차려진다···간소한 밥 한 그릇 ‘꼴리바’
제사는 죽은 사람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식이다. 모든 종교에는 나름의 제사 방식이 있다. 종교에 따라 조상을 신으로 숭배하거나 미신적 행위가 따르기도 한다. 어찌됐건 그 핵심은 ‘기념’ 혹은 ‘추도’이다.
기독교의 3종파는 제사에 대해 조금씩 다른 입장을 취한다. 개신교는 대체로 제사상을 차리는 것도 금하지만 천주교에선 제사를 전통문화로 존중한다. 미신적 행위는 허용하지 않지만 효와 추도의 의미를 존중해 제례를 허락한다. 한국에서 생소한 정교회는 추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아예 성당에 ‘제사상’을 차린다. 정교회 신자들은 설날이나 추석, 혹은 망자의 기일이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들고 성당으로 향한다. 예배 후에 추도식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사상에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리는 것은 아니다. 간소한 ‘밥 한그릇’이 올라간다. 정교회에서는 이를 ‘꼴리바’(Kollyba)라고 일컫는데,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죽은 이를 기리는 밥 한그릇은 주로 밀을 삶은 것이다. 정교회가 발달한 그리스나 러시아, 동유럽권에서 밀을 주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의 신자들에겐 쌀로 지은 밥이 꼴리바이다.
한국정교회 서울 성니콜라스 성당 임종훈 주임 신부는 “쌀이나 밀은 곡식의 씨앗으로, 새로운 생명이 싹트고 살아나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면서 “부활의 신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꼴리바를 준비하는 신자들은 나름의 부재료를 사용해 장식을 곁들인다. 흰 설탕을 덮어 단 맛을 내기도 하고 계피나 건포도 등을 이용해 십자가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부재료도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흰 설탕은 예수가 변모했을 때 옷에서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광채가 났던 모습을 상징한다. 또 계피의 짙은 갈색은 씨앗이 싹트는 풍요로운 땅을, 계피의 향은 예수의 영적인 향기를 상기시켜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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