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슬램게임: 드래프트에 참가하시겠습니까?] (018) 한양대 박민재 “저보다 좋은 장신 슈터가 있을까요?”


박민재는 초등학교부터 또래보다 월등히 키가 컸다. 다른 장신 인재들과 마찬가지로 박민재 역시 농구부 및 다른 운동부 코치들의 스카우트 1순위로 뽑혔다. “평상시와 같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점심시간에 선생님께서 ‘키 큰 친구들 일단 다 체육관으로 와’라고 하셔서 뭣도 모르고 뛰어갔죠. 갔는데 법동초 박광호 코치님께서 계셨어요. ‘농구 한 번 해볼래?’라는 말을 들었죠.”
법동초로 둥지를 옮겨 농구공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거쳤다. 처음에는 그만두고 싶은 감정이 컸다. 그때마다 떼고 싶었던 농구공은 그의 손에 강하게 붙어 있었다. “다니던 학교에서 법동초로 전학을 갔어요. 사실 처음에는 농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어요. 소년체전까지만 하고 농구를 그만두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농구의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이규태(연세대)와 함께 내외곽을 가리지 않으며 플레이하는 것은 대전고의 호성적으로도 이어졌다. 13년 만에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 협회장기에서는 강호들을 제치고 결승전에 올랐다. ‘에너자이저’ 박민재의 많은 활동량과 투지가 만든 결과였다. “끈끈함이 컸던 것 같아요. 수도권과 다르게 대전은 엘리트 선수를 걷는 선수들이 거의 다 같은 학교로 진학해요. 초등학교 때 알기 시작한 친구들과 고등학교까지 운동부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죠. 이것이 코트에서 그대로 나오면서 좋은 성적도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계 훈련 때 대학교 형들과 맞붙을 기회도 많았어요. 그때 나보다 잘하는 형들 상대로 붙으면서 뭘 더 해야하는 지 연구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비로소 효과를 낸 것 같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대전 토박이 박민재는 2022년, 서울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양대에서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 도전을 위한 담금질에 나선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그때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있었는데 처음으로 한양대 농구를 접했어요. 속공 농구를 한양대가 많이 하잖아요? 재미있는 농구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적도 좋았고요. 자연스레 한양대 진학을 희망하게 만든 것 같아요. 가서 많이 배우고 싶었죠.”
그러나 박민재의 바람과 다른 대학 생활의 시작의 연속이었다. 대학 입학 후 곧바로 왼쪽 무릎 부상을 입었다. 눈도장을 찍기 바쁜 시기에 강제로 운동을 멈춰야했다. 박민재의 1학년 시즌 기록지에는 아무 기록도 새겨지지 않았다. “밝은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3일 만에 부상을 당했어요. 두 달 반 동안은 정말 침울하게 보냈죠. 동기들은 다 경기를 뛰는데 숙소에서 지켜만 봐야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한 시즌을 통째로 휴식을 취한 서러움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박민재는 2학년이 되어서야 대학리그 데뷔 경기를 가졌다. 195cm의 장신이지만, 가드까지 수비가 가능한 그의 활동량은 정재훈 감독의 믿음을 불러일으켰다.

제일 돋보인 것은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이다. 박민재의 올 시즌 대학리그 평균 출전 시간은 37분 1초다. 이는 한양대 팀 내 최다 출전 시간이다. 대학 전체로 봐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40분 내내 코트를 떠나지 않는 날도 자주 있었다. “경기 뛸 때요? 감사하죠.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저한테는 경기에 나서는 것이 그저 감사한 일 같아요.”
특히 올 시즌 후반기에서는 박민재 이름 석 자를 팬들에게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박민재는 지난 9월 1일 성균관대전과 9월 11일 동국대전, 쾌조의 슈팅 감각을 자랑하며 2경기 연속 30점을 기록했다. 2경기 연속 8개나 림을 가른 3점슛은 장신 슈터로서 값어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박민재는 4학년 정규리그에서 팀 내 최다 평균 득점(15.8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오랜 공백의 여파로 옥에 티였던 3점슛 성공률도 높였다. 박민재는 3점슛이 그 누구보다 강점이지만, 2학년과 3학년 시절 모두 30% 미만(26.2%, 22.9%)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자칫 망가질 수 있었지만, 박민재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누구보다 체육관에 오래 남아 슛을 던진 그는 빠르게 강점을 다시 찾았다. 그 결과 올 시즌 전반기 29.7%를 기록한 3점슛 성공률은 31.2%까지 끌어올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했다. “3점슛이 강점인데 성공률은 낮아서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어요. 전반기가 끝나고, 3점슛 성공률을 더 높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다른 것을 갑자기 더 보여드린다기 보다는 원래 잘하는 것을 더 하려했죠. 투지 있는 모습도 더 어필하고 싶었죠.”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 하지 않나. 박민재의 건강한 복귀와 성장에는 한양대 22학번 트리오들의 힘도 컸다. 김선우와 신지원은 박민재의 코트 내 최고의 파트너이자 코트 밖 든든한 친구이다. 특히 김선우는 “내 마음 속 No.1 슈터는 민재다”라며 동기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낸다.
“항상 저는 저희 동기들 덕분에 부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버틸 수 있었어요. 1학년 때도 그렇고, 저희 22학번은 정말 돈독하게 지냈어요. (김)선우와 (신)지원이 뿐만 아니라 도중에 농구를 그만둔 친구들까지 저에게는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다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얼리 엔트리 광풍이 휩쓸었던 9월. 쟁쟁한 도전자들의 등장 속 기존 4학년들이 저평가를 받거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될 때가 많아졌다. 그러나 4학년들은 노련하다. 프로 무대를 향한 도전 의지는 더욱 크다.
박민재 역시 마찬가지다. 쇼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4학년 2학기에 주가를 올렸고, 1학년 결장 공백의 한을 풀었다. 3&D로서 두각을 드러낸 박민재의 활약은 곧 한양대의 8강 플레이오프 진출로도 이어졌다.
박민재는 묵묵히 좋은 대학 생활의 마무리와 프로 무대 최종 도전을 준비한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저는 제가 해야하는 것 열심히 하려고요. 증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시기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 자기 PR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진다. 취업준비생인 드래프트 도전자들이 입사 희망 기업인 KBL 10개 구단에게 왜 다른 도전자들보다 자신을 선발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렇기에 ‘25슬램게임’은 각 도전자들에게 ‘1분 자기소개’의 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저 같은 피지컬을 가지고 좋은 슛을 던지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항상 제 포지션에는 저보다 대단한 선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요. 그만큼 더 대단한 선수가 되는 것도 목표입니다. 저를 지명해주신다면, 자신감을 크게 가지고 노력을 더하는 큰 선수가 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이현중 선수 영상을 정말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국내 선수 중 높은 레벨인 선수이지만, 먼저 나서서 몸을 사리지 않고 투지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시잖아요? 저는 그런 것을 조금 더 배우고 싶었어요. 이현중 선수도 슛이 좋은 선수인데 저도 슛이 장점이잖아요? 볼 없는 움직임을 어떻게 가져가시는 지 좀 더 보고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상상이라는 것을 해본 적 있지 않나. KBL 일원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드래프트 참가자들은 저마다 한 번씩 “내가 프로 선수라면?”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프로 선수가 된 당신은 어떤 플레이를 펼치고 팬들과 동료들에게 어떤 칭호를 받는 선수가 되어있을 것 같은지에 대해 말이다. 박민재는 ‘분위기를 가져오는 선수’라는 대답을 전했다.
“주저하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3점슛 기회가 나면 시원시원하게 던지고, 수비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볼 다툼에 참여하는 그런 플레이요. 그렇다보면 팬들께 ‘분위기를 가져오는 선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꼭 듣고 싶은 말입니다.”
“농구를 시작하게 해 주신 박광호 코치님은 물론 최병훈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부상 공백을 잘 이겨내게 도와주신 한양대 정재훈 감독님, 김우겸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은 더욱 크죠. 그만큼 훌륭한 프로 선수가 되어서 뿌듯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참가자들 중 그 누구보다 빠르고 강렬하게 주가를 끌어올린 박민재. 고점에 도달한 박민재를 프로 구단이 지명하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리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3점슛과 여러 포지션을 수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원. 프로 구단이 가장 필요로 하는 즉시 전력감의 선수다. 그 선수가 박민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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