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이면 일본 소도시 집 한 채 산다? 골드만삭스 ‘금값 5천달러’ 전망
정남구의 경제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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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강세론을 펴고 있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25년 9월4일 ‘금값이 트로이온스(31.1g)당 5천달러(약 690만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주일 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받아 “온스당 5천달러는 1㎏당 2360만엔(약 2억2250만원)”이라며 “이는 야마가타현 신축 단독주택 평균 가격 2168만엔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금값 폭등이 이어지면서 많은 이야기가 또 생겨나고 있다.
금은 희귀하고 변하지 않는 속성 때문에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왕관 같은 장식품을 만들고 큰 가치를 지닌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고, 달러 가치를 금으로 보장하는 국제통화체제에 합의했다.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은 미국에서 35달러를 1온스의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보유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하자 달러에 대한 신용이 점차 떨어졌다. 외국 중앙은행들은 미국에서 35달러에 금을 인출해 시장에서 더 비싼 값에 팔았다. 시장 금값은 1971년 초 44달러까지 상승했다. 결국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이 1971년 8월15일 “달러화의 금태환(금으로 바꿔줌)을 90일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상승세 3차 급등기
‘닉슨 쇼크’ 이후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금값은 뛰었다. 달러지수는 1971년 120에서 1978년 83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물가상승과 함께 급등해 2차 오일쇼크 뒤인 1980년 1월21일 온스당 850달러까지 올랐다. 이 기간에 달러가치는 30% 정도 떨어졌을 뿐인데, 금값은 스무 배나 뛰었다.
그 뒤 금값은 다시 하락해 2005년 말까지는 온스당 500달러를 밑돌았다. 금값의 2차 급등은 2005년 5월 말 421.9달러에서 2011년 9월 말 1771.9달러까지 약 6년4개월간 이어졌다. 3.2배로 올라, 연평균 상승률이 20.2%에 이르렀다.
3차 급등기라 할 수 있는 최근의 상승세는 그때보다 더 가파르다. 2022년 10월 말 1664.5달러에서 2025년 9월12일 3642달러까지 2년10개월여 사이에 2.2배로 올랐는데, 연평균 상승률로 계산하면 31.5%나 된다.
금은 공급량의 약 70%를 채굴로 하는데, 채굴량은 2010~2014년 연평균 3005t(톤)에서 2020~2024년 3598t으로 늘었다. 그것만으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30% 정도는 재활용으로 공급한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자료를 보면, 금 생산비는 2022년 온스당 1272달러에서 2024년 1428달러로 올랐지만 최근 금값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2011~2020년 금 수요는 연평균 4386t이었다. 수요의 절반이 장신구용이고, 산업용이 8%, 투자와 중앙은행의 매입 수요가 합해서 42.6%를 차지했다. 장신구용 수요는 꾸준한 편이고, 산업용 수요는 완만하게 감소해왔다. 통계분석 기법을 활용해 따져보면, 투자와 중앙은행 매입 수요만이 금값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다. 2011~2021년 연평균 459t 매입하던 것을 2022년 1080t, 2023년 1051t, 2024년 1089t을 매입했다. 중앙은행들은 2025년 상반기에도 415t의 금을 사들였다.
왜 ‘투자와 중앙은행 매입’ 수요가 늘어났을까? 흔히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때, 달러가치가 떨어질 때 금값이 상승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변수들은 금값 변동을 일관성 있게, 엄밀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금값이 오르고, 달러 아닌 다른 통화로 평가한 금값도 폭등 중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각국에서 국가부채가 계속 증가하면서 미국(2011년, 2023년), 프랑스(2012년), 영국(2013년, 2016년) 등의 국채 신용등급이 하락해왔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를 달러와 다른 주요국 통화에 대한 신뢰 약화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을 더 ‘안전자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적정 수준 제시 어려워
금의 수요가 커지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해도, 골칫거리는 적정 수준이 얼마인지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2012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금 1온스를 사들인 뒤 영원히 보유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도 금은 여전히 1온스다”라고 썼다. 금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것인데, 금은 아무런 생산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므로 주식처럼 ‘이익’을 근거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중반까지 금값이 온스당 4천달러로 오를 것이란 전망을 기본값으로 제시했다. 금값이 5천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에는 여러 꼬리표를 달았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간섭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손상을 입는 것이다. 이는 연준의 통화 완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것이고, 주식과 채권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 달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 소유 미국 국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이 금으로 이동하면 금값이 5천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난리’가 벌어진다면 금값이 과연 5천달러에서 스르르 브레이크가 걸릴까? 이른바 ‘닉슨 쇼크’ 이후 9년 뒤인 1980년 1월21일의 금값 최고치는 온스당 850달러였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현재가치로 3600달러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근 금값은 45년이 지나서야 그때 수준에 막 도달한 셈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금 또 금에 미쳐가고 있다. 한바탕 투기가 벌어질 때 거품이 얼마나 커질지, 언제 터질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정남구 한겨레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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