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기 칼럼]사법부 길들이기, 청문회가 넘지 말아야 할 선

최미화 기자 2025. 10.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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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
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

2025년 9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그리고 대법관 4명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지만, 이들은 모두 불출석을 통보했다. 이는 단순 회피가 아니라, 헌법 제103조가 명시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원칙에 따른 정당한 선택이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력분립은 정치적 압력 앞에서 결코 양보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다. 이번 사태는 그 경계가 어떻게 침해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국회의 청문회는 헌법 제61조가 부여한 국정감사·조사권에 근거하며, 구체적 절차는 국회법 제65조와 국회증언감정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청문회의 본질은 권력기관에 대한 합리적 검증과 국민 의혹 해소에 있다. 이를 넘어서는 정치적 이용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사위는 단순 의혹 제기를 이유로 사법부 최고기관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냈지만, 정작 의혹을 제기한 열린공감TV 관계자 등 핵심 증인은 부르지 않았다. 이는 절차의 형평성과 진상규명 의지를 크게 훼손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및 다수의 대법관들이 불출석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불참이 아니다. 이는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헌법적 결단이다. 특히 이재명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조차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사법부 독립이 청문회 참석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재판 절차 비공개 원칙과 권력분립 원칙은 헌법의 핵심이며, 이를 훼손하는 청문회 출석 요구는 재판부의 기능을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특히 문제된 것은 일부 의원들의 품격 저하와 법률적 전문성 결여다. 청문회 현장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에게 쏟아낸 조롱과 '법알못' 수준을 넘어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저급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입법부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는 단순한 당파적 공격이 아니라, 정치인의 기본적 책무인 법적 전문성, 절제된 언어, 국민 존중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특히 헌법과 법률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더 큰 문제는 국회가 이번 청문회에서 재판의 심리 과정 자체를 문제 삼으려 했다는 점이다. 재판 과정은 원칙적으로 법정에서만 다뤄져야 한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를 심사하거나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 심리 비공개 원칙을 훼손한다. 이러한 시도는 '사법부 길들이기'이며, 권력분립 취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 국회가 재판 심리 내용을 공개적으로 따지는 행위는 재판 독립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국민 기본권 보호마저 위태롭게 한다.

사법부는 국가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입법과 행정 권력이 충돌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때, 사법부만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최종적인 독립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의 권리나 기관의 특권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지키는 핵심 가치다. 만약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요구에 예속된다면, 법의 지배는 허울에 불과해지고 국민 권리는 언제든 침해당할 위험에 놓인다.

이번 청문회 사태는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 독립과 권력분립의 본질을 시험하는 사건이었다. 국회는 아무리 고유권한이라 하여도 청문회 권한을 행사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의혹 제기와 진상규명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서는 정치적 남용은 경계해야 한다. 국회와 사법부 모두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법적 전문성을 강화하고, 절제된 언어와 품격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쇼'가 아니라 헌법에 기반한 신뢰와 책임이다. 사법부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은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입법부 스스로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청문회에 부르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국회가 그 선을 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일 때, 국민은 비로소 국회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신봉기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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